2016.05.27 16:31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조카 남자 아이가 있어요.
매주 두번씩 만나 같이 도서관 나들이를 가요.
학교에서 구립도서관까지 걸어서 5, 10분쯤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길 하게 되는데
신기하고 예쁘고 그래요.
얼마 전엔 얘가 자꾸 실내화를 잃어버려서 지 부모님한테 되게 혼났거든요.
제가 이번에 만나 그 얘길 하면서
"이모는, 그때 우리 **이가 혼나는 걸 봐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어. 이제 실내화 잃어버리지마."
라고 했더니,
"이모, 마음이 무거운게 뭐야? 마음이 막 커져? 그래서 무거워?"
하고 되물어요ㅎㅎㅎ
대답해줄 말이 궁해서
이모가 너 혼나는 걸 보니까 슬프고 안타깝고 그래서 그러면 무거운 가방을 등에 맨 것처럼 마음도 잔뜩 무겁고 그런거라고
말해줬죠..
도서관에서도 어린이층 말고 어른층에 잠시 들러서 제 책 빌려 후딱 나오거든요.
들어가기 전에 조용히 해야돼, 떠들면 안 돼, 절대 떠들면 안돼 큰 소리내지마. 하고 손 잡고 들어가는데
이모, 숨도 쉬면 안 돼?
하고 물어봐서..ㅎㅎㅎ
네, 그랬어요ㅎㅎ
곧 셋째가 태어나는데 지 동생 이름을 지었다고 해서 다들 기대로 눈이 반짝반짝하면서 물어보니까
"옵티머스!!"
성 붙여서 양옵티머스, 로 하쟤요ㅎ
네, 미운 일곱살, 여덟살 해도
예쁜 짓도 많은 나이인 거 같애요...^^ 오래 기억해주고 오래 옆에서 봐주려고요..^^
2016.05.27 20:02
2016.05.27 20:57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경험 참 즐거워요. 조카가 세살 무렵인가, 제가 핫핑크 에나멜을 발톱에 바르는 걸 보고 경이감에 가득한 목소리로 "고모 이거 뭐예요? 너무 이뻐요. 하트같아..."하더니 자기도 해달라 하더군요. "넌 어려서 안돼."라고 했더니 "고모는 몇살이에요?"라고 묻더라고요. 자기도 제 나이가 되면 바를 수 있을 줄 알고... 그 말에 그냥 발라 줬습니다. 조카는 남자아이니 서른몇살 되면 세살보다 더 바르기가 어려울 듯하여...(...)
2016.05.28 20:40
2016.05.29 00:36
2016.05.29 12:01
얘기만 들어도 웃음이 나요~ 응답도 잘 해 주셨네요~~2 우리첫째 아들이, 엄마가 끓여놓은 보리차가 다 떨어져서 싱크대에서 수돗물을 컵에 담아서 줬거든요 , 그랬더니 '아빠~ 아빠는 왜 설겆이 하는 물을 줘?" 이래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
이레와율님처럼 이렇게 자길 사랑해주는 이모가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건지 조카님은 아직은 모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