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30 14:33
며칠 전 비가 쏟아질 때부터 가끔씩 제 방 창문의 방충망을 찾아오는 매미가 있었는데
오늘도 이렇게 방충망에서 쉬고 있네요. ^^
갑자기 궁금해져서 '매미가 우는 이유'를 검색해 보니 이런 슬픈 사연이...
"매미는 땅속에서 약 4~7년 정도를 나무 뿌리의 양분이나 수액을 빨아먹으면서 애벌레로 살면서 성충이 될 날을 기다립니다.
성충이 된 매미는 겨우 2주 정도 살면서 짝을 찾아 짝짓기를 하고는 죽어버립니다. 너무 짧은 일생이기에 매미는 무척 바쁘답니다.
매미는 수컷만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수컷이 우는 소리를 들으면 암컷이 다가와 짝짓기를 합니다. ..."
매미 소리 엄청 시끄러워서 밉다가도 겨우 2주 동안 살면서 짝을 찾으려고 그렇게 목이 터져라 울어댄다니 불쌍해요. ㅠㅠ
이은우 - 꿈꾸는 매미 (김지원 작사, 고수진 작곡)
(가사를 찾아보고 싶은데 검색해도 없네요.)
매미네 마을
정현정
매미는
소리로
집을 짓는다
머물 때 펼치고
떠날 때 거두는
천막 같은 집
매미들은
소리로
마을을 이룬다
참매미, 쓰름매미, 말매미 모여
온 여름
들고나며
마을을 이룬다.
여름에는
사람도
매미네 마을에 산다.
오색 여름 (김혜령 작사, 오희섭 작곡)
여름밤
이준관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놓는구나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아들아, 가까이 오라
네 열 손가락에 달을 달아주마
달이 시들면
손가락을 펴서 하늘가에 달을 뿌려라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짧은 여름밤이 다 가기 전에 (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
뜬눈으로
눈이 빨개지도록 아름다움을 보자
2016.07.30 15:35
2016.07.30 15:54
푹푹 찌는 더위에 매미 우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아, 한여름이구나 하는 실감이 나요. ^^
여름
권오삼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꿀벌은 붕붕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2016.07.30 15:52
방충망 참 예쁘게 보이네요.
우리집은 모기가 저렇게 있는데 바깥에 있으면서 내가 두려워 금방 가요.
달이 시들어지면 손가락 마다 달아준 달을 뿌리는 아들 부정이 애뜻합니다.
2016.07.30 16:49
방충망에 관한 시를 찾고 싶었는데 (이상호 시인의 '방충망'이 궁금한데) 못 찾겠네요.
대신 선풍기 노래 한 곡 ^^ 이 노래 듣고 선풍기에 대고 아~~ 해봤는데 목소리가 안 떨려요.
요즘 조용한 선풍기에선 이게 안 되나봐요. ;;TOT;;
손민아, 박혜민 - 여름친구 선풍기 (유승혜 작사, 윤대림 작곡)
2016.07.30 15:54
모기는 암컷만 피를 빨아먹는데 새끼 낳으려고 영향 보충하는걸 생각하면 짠하기도 하지만.
매미는 숫컷만 그러는군요 어디서 알았을텐데 처음 아는 것 같은,그런게 너무 많죠.
2016.07.30 16:10
모기는 또 모기 나름대로 사정이 있군요. ^^
모기에 관한 재밌는 시가 있어서 가져왔어요.
증문(憎蚊) 얄미운 모기
정약용
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猛虎咆籬根
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我能齁齁眠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脩蛇掛屋角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且臥看蜿蜒
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一蚊譻然聲到耳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 氣怯膽落腸內煎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揷觜吮血斯足矣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吹毒次骨又胡然
베이불을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布衾密包但露頂
금방새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 머리처럼 돼버리고 須臾瘣癗萬顆如佛巓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頰雖自批亦虛發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그는 이미 가고 없어 髀將急拊先已遷
싸워봐야 소용없고 잠만 공연히 못 자기에 力戰無功不成寐
여름밤이 지루하기 일년과 맞먹는다네 漫漫夏夜長如年
몸통도 그리 작고 종자도 천한 네가 汝質至眇族至賤
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 何爲逢人輒流涎
밤으로 다니는 것 도둑 배우는 일이요 夜行眞學盜
제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을 한단말가 血食豈由賢
생각하면 그 옛날 대유사에서 교서할 때는 憶曾校書大酉舍
집 앞에 창송과 백학이 줄서 있고 蒼松白鶴羅堂前
유월에도 파리마저 꼼짝을 못했기에 六月飛蠅凍不起
대자리에서 편히 쉬며 매미소리 들었는데 偃息綠簟聞寒蟬
지금은 흙바닥에 볏짚 깔고 사는 신세 如今土床薦藁鞂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로다 蚊由我召非汝愆
2016.07.30 19:45
시가 너무 재밌어요~ 잘 읽었습니다 ㅎㅎ
2016.07.30 20:31
다산 정약용 선생님께서 모기한테 피를 쪽쪽 빨려서 머리가 부처님처럼
올록볼록해지는 걸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요. ^^
모기에 대한 가끔영화 님의 댓글을 확인해 주는 시를 찾았어요.
이거 참 모기 때려 잡는 것도 고민스럽게 만드네요.
임신한 모기만 사람의 피를 빤다
마종기
임신한 모기만
사람의 피를 빤다.
새끼들을 위해서
결사적으로 덤빈다.
피를 빠는 모기는
온몸이 찰 때까지
경건하고 순수하다
목숨을 다 걸고 나면
남은 몸짓이 없어진다.
세상의 소리를 죽이는
피를 빠는 모기의 긴장
목숨은 빛나는 한 순간의 힘.
죽은 척 살아있기보다는
살다가 죽고 싶은 힘.
수컷 모기는 이슬을 마시고
가는 눈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허둥대는 암컷의 들뜬 눈에는
사랑은 피던가 이슬이던가.
늦가을 모기의 날개는 숨어 있는 한숨처럼 멀다.
낮게 날아가는 한 생명의 끝, 아프지도 앓지도 않고
모든 암컷의 모기만
피를 빨다 죽는다.
2016.07.30 21:41
요름 지나선지 모기를 잡으면 낙엽 부숴지듯 남질 않아요 할일 다 해서 그런지.
2016.07.30 21:59
저는 지금 갑자기 모기한테 두어 방 피 빨렸어요.
에잇, 임신한 모기고 뭐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다 때려잡아야겠어요. ^^
그런데 시인들이 의외로 모기한테 관심이 많네요.
인간을 괴롭히는 종족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듯 ^^
부부
문정희
부부란 여름날 멀찍이 누워 잠을 청하다가도
어둠 속에서 앵 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나머지를 어디다 바를까 주저하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함께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 보는 사이이다
서로를 묶는 것이 거미줄인지
쇠사슬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부부란 서로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오도 가도 못한 채
죄 없는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2016.07.30 23:13
2016.07.30 23:22
선풍기 바로 앞에 틀어놨는데 세 방 물렸어요. 어흥 ;;TOT;; (저희 집 모기는 날개가 튼튼한가 봐요.)
모기한테만 관심 주니 미안해서 매미 시 한 편~ ^^
절정
박영근
매,미,들,이,매,미,들이,매,미들이,매미들이
온통 살아 제 몸을 운다
한낮이 쟁쟁할수록 맹렬하게
지쳐가는 내 몸을 흔들어대고
숲의 여름빛 전체를 들어올린다
그늘의 허기까지
뜨거운 바람 속을 거세게 두드리는 소나기
저것이 온살을 부벼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라면
못견디게 만나
한몸으로 이레나 열흘쯤을 울고
어두움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그대로 절정이다
한 삶을 지나 문득 내가 듣는
저 눈부신 허공 위의
또 다른 생
그러나 끝내 몸도
주검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생명의, 그 밝은 첫자리
2016.07.30 23:38
친구들하고 창경궁 야간개장 다녀왔는데 여름밤 고궁의 매미 소리가 제법 운치 있더라구요~
하이쿠 중에 매미에 대한 게 꽤 있는 거 같아요
초조해하지 마, 애벌레들아
시간이 지나면
모두 부활할 테니
이싸
올해의 첫 매미 울음,
인생은
쓰라려, 쓰라려, 쓰라려
이싸
가을에 우는 매미
그 목소리에
죽기 싫은 기색이 역력하다
소세키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 허물은
바쇼
2016.07.30 23:57
인생은 쓰라려, 쓰라려, 쓰라려가 가슴을 와서 박히네요. ^^
(한여름밤의 창경궁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데... 빈 손으로 오셨나요?? ^^)
시인들이 매미도 참 좋아하나 봐요. 매미 시 한 편 더~~
사랑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2016.07.31 00:20
간만에 마음 정돈하고 갑니다. 시들이 좋아요!
2016.07.31 00:31
매미와 모기가 없었으면 시인들이 이런 재밌는 시도 안 지었을 테니
둘다 그렇게 나쁜 곤충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
앞으로 한동안은 매미 소리 시끄러워도, 모기한테 물어뜯겨도 그렇게 화나지는 않을 것 같고요. ^^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
이규리
새벽 서너 시까지 울어대는 매미
삼베 이불이 헐렁해지도록 긁어대는 소리
어쩌라고 우리 어쩌라고
과유불급
나도 그렇게 집착한 적 있다
노래라고 보낸 게 울음이라 되돌아왔을 때
비참의 소리는 밤이 없었을 것이다
불협도 화음이라지만
의미를 거두면 그저 소음인 것을
이기적인 생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
우리 안에는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가 제각기 운다
어느 것이 네 것인지 종내 알 수도 없게 엉켜서
허공은 또 그렇게 무수히 덥다
2016.07.31 07:32
2016.07.31 09:11
2주 동안 피터지게 노래하다 홀연히 떠날 매미가 자연사할 수 있도록 고양이가 도와줬음 좋겠네요. ^^
매미
박현수
숲속의 가객 한 분이 돌아가셨다 오장육부에 감겨 있던 노래 다 풀어내자 육신이 훨씬 가벼워졌다 노래 빠져나간 가객의 몸이란 이렇듯 텅 빈 관(棺)일세 염을 하던 바람이 한 마디 하자 풀잎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소리 하나로 뼛속까지 탕진한 삶이니 제 누운 곳이 양명(亮明)한* 자리다 십년 독공으로 얻은 수리성** 거두어 버리자 숲도 바스락거리는 꺼풀에 지나지 않았다 호상이라고 단풍잎 붉게 속삭인다 기나긴 행렬을 이끌고 운구는 개미가 맡았다
*양명하다: (사람이) 이름을 드날리다. (=> 앗, 한자를 보니 입신양명의 양명이 아니었어요.) 환하게 밝다.
**수리성: [음악] 판소리 창법에서 쉰 듯이 컬컬하게 내는 목소리
도심속에서 인공적인 소음에 시달리다보니 공원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그렇게 청량할 수가 없더군요.
창문에 붙은 매미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