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의 남녀 불평등

2016.07.31 14:44

skelington 조회 수:1394

15년째 변함없는 남녀 임금 격차 - 왜 이다지도 불평등한가?

http://wspaper.org/article/16335

페미니즘에서는 남녀 임금 격차의 원인이 ‘노동시장의 가부장제’ 때문이라고 보는 경향이 많다.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가부장적 구조”가 가정 바깥의 노동시장에서도 유지돼, 여성들이 가정에서의 역할이 연장되는 주변적인 직업군에 몰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구조에서 남성들은 임금노동과 가사노동 모두에서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남성을 주요 생계부양자로 취급하는 이데올로기가 가족임금 제도로 정착된 것도 여성의 저임금을 정당화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분석에는 몇 가지 난점이 있다. 우선, 가부장제가 노동시장으로 확장된 결과로 직업 분리를 설명하는 것은 오늘날 여성 노동의 진정한 성격을 보여 주지 못한다. 여성이 모두 가사노동과 유사한 직업에서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1970년대에 여성 노동자들이 수출 제조업에 많이 진출한 것이나 오늘날 여성 노동자들이 판매·서비스·사무직에 많이 진출한 것은 그 직업들과 가사노동의 유사성 때문이 아니었다. 각 시기에 새롭게 팽창한 산업에서 여성 노동력이 대거 필요했기 때문이다. 설사 가사노동과 유사한 성격의 일이라 할지라도 집안에서 개별적으로 무보수로 하는 것과 잉여가치 창출 과정의 일부로서 집단적으로 하는 것은 명백히 다른 특성이 있다.

둘째 문제는 남성 내의 계급 차이를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본가들은 여성을 이중의 굴레에 묶어둠으로써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성별에 따라 노동계급을 분열시켜 단결을 방해하고, 여성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착취하므로 큰 이득을 누린다.

그러나 남성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다. 남성 노동자가 여성에 견줘 상대적으로 더 나은 처지라 할지라도, 노동계급 남성이 여성의 저임금과 차별 대우를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여성 차별은 계급 분열의 효과 때문에 남성 노동자 전체에게 해롭게 작용한다. 가령, 여성의 저임금은 오히려 남성의 임금 인상을 제한하기 위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성이 저임금 일자리에서 고통받으면 그와 함께 사는 남성 노동자는 생계 유지에 더 압박을 받을 것이다.

임금에 대한 남성과 여성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는 것은 두 집단의 임금 추이를 봐도 알 수 있다. 1998년~2008년 동안 여성과 남성 임금은 동반 등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그래프). 또한, IMF 경제 위기 이래로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과 노동소득분배율이 큰 폭으로 하락해, 성별을 막론하고 전체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몫 자체가 줄어들었다.

자료: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노동패널조사', 각년도.

출처: 금재호, 월간 노동리뷰, 2010년 9월호

노동자들 사이에 임금 격차가 존재하지만, 임금을 얼마나 많이 받든 자신이 생산한 가치의 일부만 임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자본가에게 빼앗긴다는 점에서 모든 노동자는 착취당한다. 이것은 노동계급 내 여성과 남성이 자본가에 대해서는 같은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것을 뜻한다. 노동계급 내의 남녀 임금 격차를 좁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 격차를 전체 착취 관계 속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노동계급 전체의 몫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노동계급이 단결해 여성 차별을 완화하는 대안을 추구할 수 있다.


남성은 여성차별로 득을 보는가?

http://wspaper.org/article/17384

한국의 여성주의자들은 1990년대 초에 사회 전체의 변혁을 통한 여성해방이라는 전망을 잃어버렸고 그중 다수는 법·제도 개선에 주력하여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성평등을 이룬다는 전략을 추구해 왔다. 물론 여성운동의 노력으로 여러 차별적 법과 제도가 개선됐고 이것은 사회 전체에 성평등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종종 무력화되기도 했다. 여성차별의 물질적 조건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1997년 경제 공황 뒤에는 다수 여성들의 삶이 더욱 악화됐다. 여성운동은 이에 맞서려 했지만, 주류 여성주의자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지지했기에 효과적인 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2000년대 들어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 사이의 괴리가 커졌고, 그런 괴리는 특히 노동계급 여성들의 삶에서 현격했다. “주류화된 페미니즘이 실제 여성들의 삶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진보연대의 지적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는 평가이다.

차별적 말과 태도, 행동에 도전하는 일도 정당할 뿐 아니라 필요한 일이다. 자신을 성찰하는 일도 의미가 있다. 이제 막 급진화된 젊은 여성주의자들은 법·제도 개선을 지지하면서도 일상에서의 실천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거대한 체계적 차별에 맞서는 투쟁이 주로 개인들의 언행이나 태도, 자기 성찰에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흔히 생각이 크게 바뀌어야만 착취와 차별에 맞선 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흔하다. 노동조건을 위한 투쟁이든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투쟁이든 차별 반대 투쟁이든, 투쟁에 참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약간의 생각 변화와 여전히 크게 모순된 의식을 가지고 참여한다. 새로운 통찰을 얻고 낡은 관념과 편견이 깨지는 것은 바로 이런 투쟁 속에서다. 변화를 위한 투쟁 속에서는 자본주의에 의해 고무돼 온 견해들과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박노자 교수의 반박글

https://m.facebook.com/vladimir.tikhonov.5/posts/10210408794158882


남성이 여성차별로 "막대한 득"을 본다는 박노자교수의 의견에 대해

http://wspaper.org/article/17474


동성결혼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빠르게 변화한 이유

http://newspeppermint.com/2015/06/10/political-polarisation-not-persuaded/

동성 결혼에 대한 미국의 여론이 크게 달라진 것은 개개인이 한 사람씩 생각을 바꾸었기 때문이라기보다, 공화당이라는 거대한 이념 집단 내부에 큰 균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 집단에 속해 있던 사람들은 균열 덕분에 다른 생각도 용인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일어나면 여론이라는 것은 아주 빠르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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