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버전)

2016.10.24 14:52

여은성 조회 수:864


 #.요즘 옳은 말을 하던 사람들의 과거가 들춰내지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요. '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일라이 골드가 하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인생에서 하나 배운 게 있다면, 모두가 그런 사람이란 겁니다.'라는 말이요. 


 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포장지를 하나 고르라면, 나는 말을 고를거예요. 말 따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왜 자꾸만 말 따위에 속는 거죠? 나도 인간이지만 인간들은 정말 이상하다니까요.



 1.뭐 이제는 내가 돈을 좋아한다는 게 비밀도 아니겠죠. '그야 돈은 누구나 좋아하잖아?'라고 하겠지만 그런 뜻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예요. 제인이 레드존을 언제나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언제나 돈을 생각하고 있는거예요. 왜냐면 돈은 자산이 되기도 하고 자원이 되기도 하는 만능성과 완결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언제나 돈을 언제 어디에 배팅할지 생각해둬야 해요. 


 돈을 애프터눈 티 세트에 배팅하면 돈을 쓰는 거고, 돈을 가치가 상승할 무언가에 배팅하면 돈을 버는 거고, 돈을 가치가 하락할 무언가에 배팅하면 돈을 잃는 거죠. 자본주의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소비하거나, 벌거나, 잃거나 하는 것 이 모두가 신화의 뱀이 스스로의 꼬리를 물듯이 돈 하나만으로 이뤄지고 있는 거예요. 물론 이건 정상적이지 않아요.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요 이건. 왜 이렇게 됐냐면 이 세상이 미쳤으니까 이렇게 되어버린 거예요. 이딴 종이 쪼가리, 데이터 쪼가리가 만능성과 완결성을 가지게 됐다니 미친 게 맞는 거죠.


 이렇게 돈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사실 나는 내 돈을 직접 본 적이 거의 없어요. 왜냐면 애초에 물질로 존재하지도 않으니까요. 내 귀중한 돈들은 디지털 신호 몇 조각으로 변환되어 가상공간을 이리저리 떠돌고 있을 뿐이거든요. 이 디지털 조각이 그냥 휙 사라져버리면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을걸요. 그런데도 안심하고 걸어다니고 있는 나자신을 생각해 보면 나는 의외로 태평한 인간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다른, 아주 작은 걱정거리들은 몇 시간씩 걱정하곤 하는데 고작 데이터 쪼가리로 변해 있는 내 돈을 걱정하지 않는다니 이상하지 않나요? 하지만 위에 말했듯 세상은 미쳤으니까요. 난 이 미친세상에 잘 적응해내야만 하는 입장이고요.



 2.누군가는 이쯤에서 '뭐야, 또 돈 얘긴가? 이젠 지겹군'이라고 말하며 이전 페이지 가기를 눌렀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그게 아니예요. 믿어 보세요. 이건 자급자족에 대한 이야기예요. 왜냐면, 당신이 자급자족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다른 버전의 당신을 만들어내야 하거든요. 누군가가 당신에게 가격표를 붙이거나 점수를 매기는 중이라면? 당신은 그 누군가 앞에서는 아주 조금이나마 다른 버전의 당신을 창조해내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그 다른 버전은 당신이 아쉬운 만큼 원형에서 멀어질 거예요.



 3.위에 말한 '과거가 들춰내진' 인간들 중에(디자인 쪽) 어떤 교수에게 언급된 작자가 있어요. 약간 붙여넣기를 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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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를 신뢰했다는 사실은 내 판단력을 의심하게 한다. 내 앞에서 XXX은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함께 일하는 동안 우리는 상당히 건조한 거리를 유지했다. 함께 밥을 먹거나 술에 취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다는 점을, 얼마간은 뿌듯이 여기기까지 했다. 그 안전거리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는 않았다는 사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어쩌면 ‘선배’로서, 확실히 남자로서) 누린 나름의 특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메스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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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글이나 이 글에 언급된 어떤 작자에 대해 가치판단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오늘 이 글을 보고 다른 버전의 자신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정말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휴



 5.언젠가 썼듯이 나는 얄팍하고 재수없는 녀석이예요. 그런 나는 굳이 분류하자면 악당 쪽에 가까울 거예요. 결코 좋은 놈은 아니죠. 


 그런 나에게 여기서 제일 짜증나는 건 이걸거예요. 세상이 무서워서 내가 악당인 사실을 숨겨야 한다면? 이요. 어딘가에 가서 악당이 아닌 척 행동하는 건, 사실은 악당인 나에게 엄청나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거든요. 자존심은 어쩌면 유일하게 중요한 거예요.


 이쯤에서 '아깐 돈이 제일 중요하다더니?' 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실 다른 사람들이예요. 나는 이번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어떤 것에 적응하는 것뿐이고요. 다른 모습의 미친 세상이었다면 거기선 다른 미친 것에 적응해 있을 거예요. 내가 어떤 모습의 세상에서 살든 내게 진짜로 늘 중요한 건 결국 하나예요. 내 원래 모습을 숨기지 않는 거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 이런저런 수단을 동원할 거고요.



 6.그래서 돈은 내게 중요한 거예요. 언제나 돈에 대해 계획을 짜는 것도 중요하고요. 가지고 있는 돈을 전체 규모가 줄어들지 않게 조절하면서 교환가치로서와 투자가치로서의 두 가지 면모로서 계속 회전시키며 자급자족 해나가는 거요. 만약 어느 날 그러지 못하게 된다면 나는 버전을 줄이기는커녕 늘려야 하니까요. 언젠가 회전이 잘 되어서 다른 버전은 다 없애버리고 원래부터 있었던 단 하나의 버전만으로 모든 사람을 상대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7.내가 악당인 걸 숨기지 않게 되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예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널리 알려지면 나를 멀리할 사람은 처음부터 나를 피하면 되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내가 잘 되는 건 모두에게 윈윈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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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자신이 악당인 걸 숨기는 악당들은 왜 그러는 거죠? 악당인 게 부끄러워서? 아니면 악당인 걸 숨겨야 악당 짓을 수월하게 할 수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하나 더. 누군가는 '가장 나쁜 나의 모습은 진짜 내 모습은 아니다'라고 하소연할지도 몰라요. 자신에게는 좋은 사람의 면도 있고 그것 또한 진짜 자신이라고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98%였고 나쁜 모습의 자신을 보인 건 고작 2%정도에 불과했는데 모두가 2%의 자신을 가지고 자신의 전부를 규정해버리고 있어서 억울하다고 말이죠.


 하지만 아니거든요. 내가 세상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고 한다면 어떤 녀석의 가장 나쁜 모습이 진짜 모습이 맞아요. 가장 나쁜 모습이 고작 2%밖에 안 됐던 건 그냥 그 녀석의 권력이 모자라서예요. 나쁜 면이 옅어서가 아니라요. 그 녀석의 권력이 충분했다면 가장 나쁜 모습...즉 진짜 모습이 98%였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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