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들 잡담

2016.12.09 12:29

여은성 조회 수:1296


 금요일이군요. 이번주는 열심히 살았어요.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 놨으니 퇴근해야겠어요. 

 

 드라마 잡담을 너무 안썼군요.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들을 나열해 봐요. 스포는 별로 없을 것 같고 거의 뻘소리예요.


 

 1.슈터


 어떤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이게 2시즌 갈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먼저 들어요. 너무 상업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시즌이 연장되어야 만드는 입장에서도 수익이 날 테니까요. 한데 슈터는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2시즌을 갈 수 있는 건지가 궁금해요. 1시즌이 영화판을 약간 늘린 버전일 거 같고...영화 시나리오를 재현하고 그냥 끝일지 2시즌으로 갈 만한 건덕지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영화판은 마지막에 또 누군가를 처단하러 가는 것 같긴 한데...드라마에서 계속 법집행기관을 적으로 돌리며 솔플하는 스토리는 좀 피곤할 것 같아서요. 정 할 거라면 1시즌 마지막에 복권되고 2시즌부터는 꼬는 거 없이 아예 24처럼 가는 게 어떨까 싶네요.   


 극 중 묘사만으로는 영화판의 주인공보다 직접적인 전투력은 좀 높은 것 같고 철두철미함에 있어선 약간 떨어지는 것 같아요.



 2.웨스트월드


 예전에 서기 3000년(...)을 배경으로 한 만화를 그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만화를 그리고 단 몇 년이 지났을 뿐인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인공지능이나 나노기술같은 것에 의해 변화된 생활상이 제시되고 있죠. 단 몇 년 동안 이렇게 발전하고 기술의 발전이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아무리 상상력이 좋은 녀석이어도 서기 3000년을 묘사할 수는 없을 거예요. 어떤 SF여도 극을 이끄는 몇 가지의 발전된 기술이 제시되는 정도지 그 기술의 발전도에 비례해 발전된 다른 분야들을 묘사하고, 바뀌어버린 생활상을 묘사할 수는 없는 거죠.


 한데 웨스트월드는 좀 너무하잖아요. 저 정도로 발전된 안드로이드 기술이 있다니...그것도 30년 전부터! 저 정도 발전된 안드로이드 기술에 플러스 30년 후의 세계가 묘사되는 건데 이런 세상이라면 맨인블랙이나 포드가 저렇게 늙을 필요가 없어요. 역 노화나 최소한 노화를 멈추는 수준으로 생명공학이 발전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작중에서 그게 아무리 비용이 비싸더라도 맨인블랙이나 포드라면 충분히 구매할 수 있을거고요. 


 너무 쓸데없는 딴지를 거는 것 같지만 그래도 수십 년 후의 SF작가들은 극에 '부자이면서 노인인'캐릭터를 등장시킬 때마다 이 캐릭터가 역노화 케어를 받지 않는 그럴 듯한 이유를 만들어내야 할 걸요. 그런 세상이 올 거예요. 단 몇 년 사이에 범죄물을 만들 때마다 휴대폰과 cctv의 존재를 염두에 둬야 하는 세상이 왔으니까요. 여담이지만 아마 cctv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나는 범죄자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해요. 하지만 cctv를 피하는 건 귀찮은 일이라서 로빈훗 놀이를 저지르는 건 버킷리스트에서 지워버렸어요.



 3.엑소시스트


 잘 모르겠어요. 엑소시스트 악마의 재밌는 점은 뭔가 즉흥적인 녀석이라는 점이잖아요. 한데 이 드라마는 원작과 같은 세계관인데도 악마들이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빙의해 작전본부를 운영하고 있어요. 


 '전자보다 후자가 더 강력한 거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솔직이 나는 계획을 세우는 녀석들따윈 안 무서워요. 그게 현실이든 드라마 속이든 악마든 뭐던간에요. 계획을 세우는 녀석들은 예측도 잘 되거든요. 영화판 엑소시스트의 녀석은 다음 순간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무서웠는데 드라마판의 녀석들은 둘러앉아서 계획 따위나 짜고 있잖아요. 이런 놈들은 재밌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아요. 



 4.휴...그러고보니 우연히도 저 세개 모두가 영화 원작이 따로 있는 드라마네요. 확실히 새로운 컨텐츠는 런칭하기 힘든가 봐요.



 5.슈퍼내추럴


 또 한번 말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이제 이 형제들이 죽든 말든 상관이 없는 이유가, 이 형제들이 죽으면 천국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잖아요. 심지어는 본인들조차도요. 아니 뭐...안 죽는다고 쳐도 이미 신과 친구를 먹었잖아요. 이 형제들에게 현실적인 감각이라는 게 남아 있을 거라고 믿을 수가 없어요. 5시즌 이후 시즌이 갱신될 때마다 '여기서 '새로운 적'이란 게 등장할 수 있을까?'라고 궁금해했는데 이제는 진짜 새로운 적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죠. 이 형제들의 적을 만들기 위해 제작진들이 온 우주를 탈탈 털어버렸으니까요. 


 어쩌면 나올 수도 있겠죠. 다 죽어가는 어둠이 형제를 찾아와 '신은 죽었어. 외우주에 놀러갔다가 아자토스란 놈에게 당해버렸어. 유일한 희망은 너희뿐이야.'라고 하며 이번 시즌이 끝나는 걸로요. 하지만 안그랬으면 좋겠어요. 이 가엾은 형제들은 이제 쉬어야 해요. 딱 한건만 겪어도 평생 트라우마가 될 것 같은 사건을 일상적으로 겪어대고 있잖아요.



 6.데지그네이티드 서바이버.


 이 드라마의 장르가 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매기큐가 나오는 장면, 잭바우어가 나오는 장면, 대통령의 비서들이 나오는 장면 각각이 완전히 다른 드라마 같아서 좀 갸웃거려져요. 스토리 자체의 포텐셜도 좀 낮아 보이고요. 지금 겪고 있는 갈등 몇 개만 해결되면 드라마에서 뭔가 이끌어나갈 건덕지가 없어 보여서요. 그렇다고 지금의 구도를 계속 가져가는 것 또한 재미가 없을 것 같고...



 7.요즘은 영화는 보지 않아요. 왜냐면 영화는 끝나는 법이고 끝나는 걸 보는 건 슬프잖아요. 나와 같이 있어주다가 떠나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드라마의 마지막 시즌이나, 캔슬 결정 난 드라마는 보지 않게 됐어요. 굿와이프도 마지막 시즌 초반 몇 화를 보다가 캔슬소식이 들려서 보지 않았어요. 즐겨 보는 드라마가 끝난다는 소식을 듣는 건 좋아하는 직원이 일을 그만두고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소식을 듣는 것과 딱 같은 기분이예요. 그야...그들이 내 인생에서 나가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내게는 그렇게 다가오죠.


 요즘 영화란 건 누군가와 만나고 싶은데 핑계를 대고 싶을 때 내미는...뭐 그런 게 되어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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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드라마가 끝나는 게 슬프다면서 왜 수퍼내추럴은 끝나도 된다고 하는 거지?'라고 물을 수도 있겠죠. 걔네들은 남자니까 날 떠나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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