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봤어요.

2017.03.26 21:25

티미리 조회 수:1950

예상보다 쓸쓸한 분위기네요. 이런 시점에 그와 그녀가 만든 영화인지라 좀 더 그사세스러운 행복이 담겼으리라 지레짐작했었는데. 그렇지 않은 관계로 설정되어있는 것이 의외긴 했습니다.

(적어도 한국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중 영화 밖의 일을 모르고 보는 사람은 없겠죠? 그리고 즉석에서 시나리오를 쓴다는 감독의 특징도 많이들 알 거구요. 때문에 영화에서 얘기하는 관계들 하나하나가 다 작품 외적인 것과 연관지어 생각되는 것이, 관객의 잘못된 독법 탓은 아닐 겁니다.

자리가 제법 채워진 객석에 저 또한 앉아있으면서, 이 영화에 대한 흥미 중 가십에 대한 호기심은 과연 몇 할쯤 될까 싶었습니다. 순수한 창작의도이건, 대범함이든 간에, 참 '잘 판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비난적 의도는 없고요. 상업 영화를 잘 만들고 잘 파는 것은 분명 탁월한 능력이니까요. 물론 그 이유 때문에 영화를 보이콧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그분들 중 대부분은 원래 이 감독 영화를 안 좋아하진 않았을까...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추측을 해봅니다.

바로 (저의) 저 관음적 욕구 때문에 영화를, 특히 김민희 배우의 표정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컨디션이 안 좋아서였는지 중간에 몇 번 졸음이 오기도 했는데 그래도 어디서도 볼 수 없을 지금의 김민희의 표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 두 사람이 그런 소재로 만든 영화이니 저게 바로 지금 저들의 표정이고 눈빛이겠지 싶어서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엔 관심이 없어요. 그렇지만 영화적으로, 중간중간에 항변하는 듯한 대사들이 나올 땐 그것들이 과도하게 돌출되고 튀어나와서 불편하긴 했습니다. 뭐랄까, 명량에서 우리 후손들이 우리 고생한 걸 알랑가~ 뭐 이런 대사할 때 어머 저게 뭐야 싶잖아요? 그런 느낌. 그리고 불륜이란 게 2:1의 구도인 건데 이 쪽 입장만 이렇게 영화에서 읊는 건 좀 이기적이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전반적으로 그랬던 건 아니고 딱 저런 명량스러운 대사들과, 결혼을 (또는 사실혼 관계로 보이는 커플을) 회의적으로 묘사한 것들이 좀 그랬어요.

저는 사실 예전에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의 아름다움이나 훌륭함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던(그래서 아쉬워해온) 터라, 다른 필모와 비교할 때 이건 어떻더라,는 건 잘 모르겠네요.

덧.
1. 순간적으로 훅훅 변하기도 하고 카메라앞에서 꽤나 자유로워 보이는 김민희 배우가 인상적이었고요.
2. 그렇지만 그녀의 그 문어체적인 말투, 그리고 "나는 ㅇㅇㅇㅇㅇ했어." 라고 하면 "너는 ㅇㅇㅇㅇㅇ했니?" 라고 꼭 그대로 묻는 대화방식이 참 거슬렸어요. 근데 전작에서도 이런 말투들이 있었던 것 같네요.
3. 김민희의 눈빛도 좋았지만, 사진이든 영상이든 그 결과물은 찍는 사람의 시선이고 선택이라는 점에서, 앵글 뒤의 감독이 동시에 겹쳐 보여서 움찔,하기도 했네요.
3. 제게 이 영화가 흥미로웠다면 팔할은 영화 밖의 상황과 연관된 관음적 호기심 때문임을, 인정합니다.-_-
4. 대사들의 호흡을 좋게 느꼈습니다. 리얼하달까요. 실제 삶의 대화들도 그다지 정제되어있지 않고 중구난방이잖아요.
5. 거친 줌인 같은 건, 자주 쓰면 감독의 시그니쳐로 인정되고 자리잡는가봐요? -.-
6. 검은 옷 남자에 대해선.. 뭐 딱히 할 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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