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6 22:57
한 때는 전 세계적으로 중도가 대세였죠. 폭넓은 이념 스펙트럼을 기반으로 지지층을 모아 집권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런 중도의 뉴딜이 전후 타협을 기반으로 승기를 잡았으나 뉴딜은 실패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신자유주의가 지배했습니다. 이런 중도 집권의 결과는 위기의 반복과 양극화였습니다.
제3세계 독립국가이자 분단국가로서 한국에 이런 분석틀이 고스란히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독재국가와 발전국가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민주화 세력이 집권했지만 이들은 반독재에서 경제민주주의로 나아가지 못하고 신자유주의의 충실한 이행자가 되었으니까요. 극우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신자유주의라는 통치 이념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의 삶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남은 선택지는 복지국가일텐데 서구 역사에서 뉴딜로서 복지국가는 이른바 축적과 정당성을 둘 다 확보해야한다는 근본적 모순을 보여주며 실패했고 현재 그 빈틈 사이를 극우가 비집고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이 복지국가가 된다면 이런 실패를 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죠.
얘기가 길었네요. 안희정은 문재인의 오른쪽을 맡고, 이재명은 문재인의 왼쪽을 맡고 있다는 말이 있더군요. 박근혜와 함께 극우가 몰락한 가운데 안희정의 우경화 전략은 갈 곳 잃은 보수에게 어느 정도 먹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독재 중도 정당으로서 민주당의 정체성 내에서 이런 우경화는 한계가 있습니다. 안희정이 당을 깨고 나오지 않는 이상은요. 때문에 승산은 오히려 안철수 쪽에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의 왼쪽을 맡고 있는 이재명의 부상은 한국에서 중도에게 흡수되고 순치된 진보 세력의 궤멸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이재명 역시 중도 정당인 민주당 내에 있는 한 한계가 명확하죠.
가령 중도 정당의 한계는 이런 것입니다. 박근혜 하야와 탄핵 국면 초기에 중도는 극우의 정치공세에 휘둘려 민의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습니다. 광장이 민의를 드러내고 나서야 보수여당 의원들까지 움직였죠. 중도가 아니라 진보세력이 민의를 모으고 이를 대표해 단호하게 움직였다면 상황은 달랐겠죠. 진보세력이 힘을 못쓰는 건 중도가 진보를 흡수하고 체제 내로 순치했기 때문입니다. 결선투표제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같은 제도가 미비한 점도 크고요.
문재인이 집권하고 나서 노무현이 극우의 정치공세에 휘둘려 실패한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해요. 극우와의 싸움과 보수와의 논쟁을 "나중"으로 미루기만 한다면 실패할 확률은 더 높아지겠죠. 때문에 중도의 이점을 이용해 단기적인 이익을 취하는 대신 스탠스를 분명히 해 장기적인 발전을 선택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2017.03.26 23:30
2017.03.27 00:12
현실의 복잡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이비가 아닌 이상 어느 정치학자도 미래를 예측할 순 없을 것입니다. 다만 역사에서 추세와 경향을 분석할 따름이죠. 이것에 세력관계 분석은 기본이고요. 이번 광장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였기 때문에 사실상 진영이 하나였죠. 그러나 탄핵 이후 진영이 바로 서지 못한다면 원하시는 극우의 궤멸은 없을 것입니다.
2017.03.26 23:44
광장에는 나가 보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7.03.27 10:22
제 생각엔 안희정이 문재인의 우측이란 말은 정서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안희정이 인기가 조금 있는것은 정책적으로 우파여서가 아니라 문재인의 대항마이기 때문인것 같아요. 유승민 - 안철수 - 안희정 - 문재인 이들 중 누가 우파이고 누가 좌파인가를 가르는게 큰 의미가 있을까요? 제 생각으로는 저들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가 운영 전반에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누가 장관을 하고 말고 이런 차이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제 생각엔 그래요. 물론 홍준표나 김진태가 되면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 것 같긴 해요.
2017.03.27 10:37
2017.03.27 10:58
광장의 목소리 자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잘 반영이 되면 좋겠지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처럼 선거 제도가 잘 정립이 되고 또 제도 뿐 아니라 그런 문화가 있어야 하고... 어려운 문제네요...
2017.03.27 12:55
2017.03.27 13:25
걸출...이요?
2017.03.27 14:00
2017.03.27 14:57
이재명의 정책과 공약이 진보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혐오적 발언과 장애인 콜택시 사건 등 그의 언행이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민주당 내의 이재명의 포지션은 진보의 순치를 상징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진보세력의 힘이 약한 것도 원인 중 하나지만 제도적 미비문제를 제외하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같네요. 포퓰리즘의 가능성도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트럼프 같이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우익 포퓰리즘이 존재하는 반면 브라질의 룰라 같이 자신의 집권을 위해 수사와 실제의 괴리를 보여주는 좌파 포퓰리즘도 존재하니까요. 또한 지배계급에 대한 분노는 정치의 중요한 동력이지만 증오를 동원하는 정치는 경계해야 할 것 같구요.
누가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의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겠습니까? 영원할 것 같았던 극우가 2016년에 상상 이상의 비리와 그에 대한 폭발하는 민심으로 궤멸되다시피 할거라고, 어느 정치 박사가 예측을 했나요? 오른쪽이니 왼쪽이니 하는 것도 이제는 듣기도 지긋지긋하고, 정치를 구도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예요. 광장에는 나가 보셨어요? 진영 매몰적인 태도 자체가 구시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