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7.06.26 18:39

여은성 조회 수:678


 1.현 세태를 비판하면서 '괴물이 된 20대가 외친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같은 문구를 인용하는 건 잘 이해가 안 가요. 차별이란 건 찬성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여러분은 태풍이나 장마, 산사태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하나요? 그런 건 찬성이나 반대해야 하는 게 아니잖아요? 대비해야 할 것들이죠. 차별과 멸시도 마찬가지예요. 인간들이 서로를 찢어대고 할퀴는 건 마치 자연현상과도 같아서 그저 맞서서 부숴뜨려야 하는 거죠. 물론 다른 사람이 태풍에 찢겨나가는 것까지 보살필 여유는 많지 않아요. 소름끼치는 세상에선 나 혼자 태풍을 피하기도 바쁘니까요.



 2.내가 페미니즘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의외라면서 놀라요. 하지만 진짜예요. 페미니즘은 실제로 좋은 거잖아요? 공산주의가 실제로 좋은 것이듯이 말이죠. 나처럼 착한 사람이 페미니즘이나 공산주의의 개념을 싫어할 이유가 없죠.


 하지만 물론 인간은 매우 싫어해요. 공산주의 자체는 싫어하지 않지만 공산주의자들은 매우 싫어하는 것처럼요. 인간들은 그렇잖아요? 뭔가 좋은 것을 지나칠 정도로 자주 말하거나 앞에 내세울 때는 대개 나쁜 짓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그러는 거란 말이죠. 래디컬 페미니스트든 공산주의자든 극성 기독교도든 무슬림이든 극성 민족주의자든 무언가의 가치나 이념을 내세우거나, 진짜로 믿는 사람들은 당연히 몽땅 다 싫어해요. 무언가를 내세우거나 무언가를 진짜로 믿어버린 인간은 너무 위험해지거나 너무 교만해지니까요. 하여간 다른 인간들을 늘 의심하며 살고 있어요. 


 인간들은 공정하거나 객관적인 척 하려고 해봤자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 자신이 믿어서 기분좋아지는 것들을 믿잖아요? 아무리 좋은 개념들도 인간의 손에 쥐어지면 쓰임새 그대로 공정하기 사용되어지지 않아요.



 3.그야 선한 마음, 정치적 공정함 같은 말들은 좋은 말들이예요. 그런 말들이 통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문젯거리가 아니죠.


 그런데 늘 문제는, 이미 못된 짓을 하고 있는 놈들이거든요. 놈들은 위에 쓴 태풍이나 장마, 산사태 같은 존재들이예요. 자연 현상과도 같이 그저 존재하고 있는 거죠. 절대로 말이 통하지 않는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는 까부는 놈들을 찢어버려야 하는 거죠.



 4.휴.



 5.언젠가 썼듯이 나는 젠더이슈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인간의 소름끼치는 본성이죠. 약한 사람이 조롱당하는 데에는 여자든 남자든 별 상관없거든요. 사람들은 약한 사람을 조롱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니까요. 키가 작다던가, 못생겼다던가, 능력이 없다던가, 목소리가 작다던가, 남자라던가, 여자라던가 하는 이유로 조롱하죠. 어떤 사람을 문제삼으려면 뭐든 문제삼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을 감히 문제삼을 수 없다면 어떤 것도 문제삼을 수 없죠.


 물론 나는 사람을 좋아해요. 사람이 내게 줄 수 있는 유용성도 좋아하고 사람 자체도 좋아하죠.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조건만 맞으면 소름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늘 잊지 않고 있어요. 내가 내가 아니었다면, 이 사람의 나쁜 면을 드러내도 되도록 만드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늘 하죠. 사람들은 자신의 나쁜 면을 드러내도 괜찮다는 확신이 들면 드러내잖아요. 


 가끔 '난 절대 아냐. 난 그렇지 않아.'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경험한 것만으로 따져보면, 그들은 그냥 조심스러운 거였어요. 그들은 자신의 나쁜 면을 드러내도 괜찮은 순간이라는 '완벽한 확신'이 들어야만 드러내는 사람이더군요.



 6.'그럼 위에 쓴 '착하고 공정한 사람들'을 만나면 되잖아?'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소위 말하는 착한 사람들은...잘 모르겠어요. 그들은 늘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사는 것 같지만 사실 아니거든요. 그들의 도덕적 기준이라는 것은 늘 취향적, 선택적으로만 적용되고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도덕적 기준은 결국 앞뒤가 맞지 않아요. 


 나는 그런 사람들을 '자신만의 선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부르죠. 그래서 도덕따위를 앞에 내세우는 인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들은 인간이 피상적으로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도덕률에 인간을 끼워맞출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7.나는 잘 모르겠어요. 나쁜 짓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멍청한 짓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예요. 나보다 강한 법과 법집행관들이 있는 세상에선 나쁜 짓은 곧 멍청한 짓이니까요.


 그래도 도덕 비슷한 두 가지 규칙은 있어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줄이지 말 것, 다른 사람의 재산을 줄이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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