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일지


2018년 3월 16일, 이틀전, 뉴시스, 중앙일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하일지 (본명 임종주) 동덕여대 문창과 교수가 재학생에게 강제로 입을 맞췄는데, 하일지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를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피해자는 하일지가 성추행을 인정한 통화 녹음본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증언이 있고, 녹음본이 있고, 본인이 인정한, 빼도 박도 못하는 사건입니다. 추가 가해 학생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재학생으로는 A씨 한 번 뿐이고 이미 사과했다"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트위터에서는 하일지와 관련해 두번째 이슈가 공론화되고 있습니다. 3월 15일 전공필수 강의에서 하일지가 최근 안희정 사건에 대해서 코멘트를 했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안희정 전 충남 지사의 사건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혹은 위계에 의한 간음'이 걸린 문제입니다. 피해자가 고소를 했고 본인이 인정을 했으며 CCTV와 주변의 증언이라는 증거가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업무상 관계에서 나오는 위력을 가지고 간음한 것인가, 아니면 강간한 것인가 이 부분을 갖고 안희정과 피해자가 다투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방송 뉴스 링크 보시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하일지는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그랬겠지" "질투심 때문"이라고 했다는데, 이는 피해자의 증언을 깡그리 무시한 발언입니다. 피해자는 거절했다고 증언합니다. 그뿐 아니라 선배에게 도움을 구했다고도 합니다. 게다가 2월 25일 즈음에는 안희정이 미투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서도 성관계를 강요해서 '지사한테 벗어날 수 없겠구나,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합니다. 그런데 하일지는 피해자의 증언을 무시하고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그랬겠지", "질투심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피해자를 거짓말장이로 간주한 것이죠.


- 강의실 안의 표현의 자유


작년 재작년 즈음 미국의 대학가에서는 강의실 안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야하는가 때문에 토론이 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5년의 일이기는 하지만 로렌스 서머스 (당시 하버드 총장)은 "과학 공학 분야 고위직에 여성이 적은 이유는 남녀 사이의 선천적 차이 때문일 수 있다"고 공식석상에서 발언합니다. 발언이 끝나자 그 자리에 있었던 여성 수학자들이 걸어나갑니다. 또 UC 버클리에서는 학생들의 반대로 Ann Coulter, Milo Yiannopoulos등의 강연을 취소해야했습니다. 정말로 세상을 총체적으로 인식하려고 한다면, 설혹 불편한 사실이나 불편한 의견이라도 듣고 발언해야합니다. 하지만 그 발언이 명백히 hate speech (혐오발언) 이라도 똘레랑스를 유지해야할까요? 그럼 도대체 강의실 안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 제가 아는 바가 많지는 않지만 한가지 원칙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강의실에서 하는 문제적 토론이나 발언은, 가르치려고 하는 내용과 적절히 관련 있어야 (relevant)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교수들이 자기 말에 취해서 맥락도 관련도 없는 말을 하다가 실언을 하고 맙니다. 제 생각에는 하일지가 소설 동백꽃을 설명할 때, 점순이가 어쩌고 하는 부분까지는 그나마 관련성을 인정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희정 건을 꺼낸 순간 이 사람은 동백꽃이라는 소설을 가르치고자 하는 목적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 교수들의 사회적 발언권


위의 두 쪽글과 별개로, 저는 한국 사회에서 박사/교수들의 사회적 발언권이, 전반적으로, 너무 세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전공도 아닌 사회학, 정치학, 통계학, 경영학, 정책학 등에 대해서 발언하고 칼럼 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검색해보면, 문학 전공자가 경제학 칼럼을 쓰는 걸 다 봅니다. 철학 전공자가 사회정책에 대해 발언하는데, 찾아보면 근거가 다 틀렸어요. 고 전인권 교수는 그의 책 '남자의 탄생'에서 이를 '마이다스 신드롬'이라고 불렀습니다. 내가 한 번 해본 것, 들어본 것이면 뭐든지 아는 척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심리라고 하더군요. 교수나 박사라고 해서 자기 전공분야 외에 다른 분야의 전문가인 것은 아닙니다. 사실 자기 전공분야나 다 알면 그것이 대단한 거죠. 교수나 박사가 쓰임새 있는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이 있습니다. 니퍼 가져다 놓고 드라이버처럼 쓰려고 하면 안되죠. 


- 오토메 게임

'오토메 게임의 파멸 플래그 밖에 없는 악역 영애로 전생 해버렸다'란 글을 우연히 읽었어요. 너무나 재미있어서 구글 번역으로 조금씩 따붙여 가며 읽었습니다. 구글 일한 번역 이 정도면 괜찮네요. 그리고 글 전체에 클리셰가 워낙 많아서, 번역 안되는 부분까지 알아차려 버리게 되요.


이 글이 왜 이리 맘에 드는가 했더니, 틴에이저가 원하는 걸 다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인기! 아직은 사랑이 아니라 친구들에게 인기 있었으면 하는 마음. 차근차근 자기 친구를 만들어가는 재미. 그런 것이죠. 만화로도 나왔다는데 어서 구매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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