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 적었듯이 '영화'입니다. 재작년에 나왔죠. 넷플릭스 드라마판 얘기가 아니라는 거. 스포일러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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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학교로 돌아가다' 정도의 뜻이라고 합니다.)



 - 때는 1962년 대만. '웨이충팅'이라는 혈기 왕성하며 잘 생기고 똑똑하며 태도도 바른 고딩이 주인공입니다. 같은 학교 미모의 여선배 '팡웨이신'에게 호감을 갖고 깨발랄한 학창 시절을 보낼만도 하였으나... 시대가 문제입니다. 당시 대만은 '빨갱이들 몰아내자!' 광풍에 사로잡힌 상태였고 그래서 좌익 불온 서적의 유통과 독서를 엄금하고 있었죠. 그리고 젊고 열정적인 교사들이 거기에 반발해서 비밀 독서회를 만들어 순진한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었는데... 주인공도 그곳의 일원이었던 거죠.

 잠시 후 아무 설명 없이 주인공은 갑자기 붙들려서 고문을 당하고 있고. 절대로 입을 열지 않겠다며 잘 버텨낸 후 감방에 내동댕이 쳐집니다만. 잠시 후 눈을 떠보니 자신은 멀쩡한 상태로 한밤의 학교에 있고. 이게 뭐야... 하고 돌아다니다보니 짝사랑 선배가 학교를 헤매고 있구요. 붙잡아서 함께 학교를 떠나려고 하는데 학교 바로 앞길에 무슨 홍수가 났는지 이탈 불가. 결국 둘이 영문을 모르고 학교를 헤매게 되는데 그 학교의 상태는 얼핏 봐도 정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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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웨이충팅일까요. 둘 중에 좀 더 주인공의 얼굴을 한 머스마를 골라보세요.)



 -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게임이 원작입니다. 2017년에 나온 대만제 인디 호러 게임이었는데, 독특한 비주얼과 분위기 + 대만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게임 치고는) 흔치 않게 깊이 있는 스토리로 은근히 입소문을 타고 히트한 작품이었죠. 워낙 스토리가 탄탄한 편이라 영화로 만들 생각도 했었던 것 같고, 검색을 해 보니 대만은 물론 홍콩에서도 대히트를 하고 주연 배우들을 대만 국민 배우급 스타로 띄워줬다네요. 뭐 한국에선 코로나 시국을 틈탄 아무 기대 없는 개봉 타이밍으로 조용히 사라진 후 vod로 흘러들어가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무료일 거에요. 



 - 일단 게임을 해 보신 분들에게 말씀 드리자면, 살짝살짝 손을 본 부분은 있어도 대체로 원작에 대단히 충실합니다. 다만 원작은 도입부를 제외하곤 거의 여주인공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데 반해 영화판에선 남자애가 공동 주인공 역할을 하구요. 뭣보다 이야기의 겉과 속을 뒤집어 놓았죠. 원작은 현재 시점의 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과거지사가 스며드는 형식이라면 영화는 과거로부터 시작해서 그쪽 이야기를 메인으로 삼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비밀을 파헤친다'는 느낌은 원작보다 확실히 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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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다시피 원작은 여주인공 원탑으로 진행되는 게임입니다.)



 - 원작의 미스테리 탐색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이 영화가 추구한 방향은... 드라마 강조입니다. 

 남학생 캐릭터의 비중을 키워서 주인공을 둘로 설정해 놓은 것도 그런 이유이고, 그래서 결말 후에 원작엔 없는 나름 구체적인 후일담이 에필로그로 들어가죠. 근데... 그게 괜찮았습니다. 그 결과 결말이 좀 유해지고 또 관객들에게 친절해지는 면이 있는데, 이 영화처럼 역사적으로 무게감이 있는 비극을 다루는 이야기라면 이 쪽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지 않았나 싶어요. 또 게임은 멀티엔딩 구조를 갖고 있기도 하고, 또 주인공의 과거지사에 대한 정보 탐색이 게이머의 노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주어지게 되어 있는데 그런 형식을 영화에 도입했다간 쓸 데 없이 난해하고 허망한 이야기가 되기 쉬웠을 것 같아서요.


 게다가 그렇게 해서 추가되고 강조된 드라마가 원래의 이야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잘 어울립니다. 심지어 감동적인 면도 있구요. 여러모로 원작 특성 고수! 에 휘둘리지 않고 적절하게 잘 각색된 희귀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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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판의 주인공 배우입니다. 2D보다 3D가 더 예쁘다니 좀 반칙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호러 효과입니다.

 게임의 분위기를 상당히 잘 살리고 있긴 한데, 게임은 아무래도 게임이다 보니 몰입감이 다르잖아요. ㅋㅋ 기괴한 분위기 자체는 그럴싸하지만 특별히 무섭거나 긴장되는 부분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아쉽게도 그건 아닌 것 같네요.

 어차피 뭐가 현실이고 뭐가 환상(내지는 영적 세계?)인지는 시작부터 아주 명백하고. 또 게임과 달리 등장 인물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도 시작부터 아주 뻔하게 드러나죠. 그저 '그래서 이게 다 무슨 의민데?' 정도가 남아 있는 미스테리지만 그것도 적극적으로 생각을 하면서 본다면 금방 눈치챌 수 있구요.


 암튼 그래서 긴장감이란 게 거의 존재하지 않는 영화로 완성이 되었어요. 보다 보면 그냥 호러 토핑을 좀 입힌 진지한 사회성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들죠. 불행 중 다행인 건 그래도 그 드라마가 썩 괜찮다는 것. 그리고 원작에 없는 추가된 에필로그가 꽤 바람직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썩 맘에 들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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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에서는 이딴 장면 조차도 긴장이 된다구요!)



 - 그래서 이걸 어떻게 평가해줘야 좋으려나요.


 일단 원작을 재밌게 플레이하신 분이라면 한 번 보실만 합니다. 원작에서 듬성듬성 주어지는 과거의 일들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는데 그게 원작의 맛을 망치지 않고 오히려 살짝 실체감과 깊이를 더해줘서 괜찮아요.

 평소에 잘 안 보던 나라 작품을 보면서 신선한 맛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도 괜찮습니다. 같은 동양제 호러라고 해도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한, 중, 일의 호러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분명히 있거든요. 

 다만 앞서 말했듯이 영화가 참 순합니다. 별로 무섭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가운데 드라마가 강조 되고 대만 현대사의 비극이 메인이 되니 좀 센 경험을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쉬움을 느끼실 수도 있을 거에요. 전 그냥 자기네 나라 비극의 역사를 다루면서 그 희생자들에 대한 예우를 챙기려는 선량한 의도로 납득하고 좋게 봤습니다.  




 + 사실 이 이야기의 만악의 근원은 바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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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교사인 것인데요. ㅋㅋㅋ 그래도 막판에 꽤 괜찮은 대사와 행동을 조금 보여줘서 이해해 주는 걸로.



++ 넷플릭스의 드라마판 반교는 그럼 어떻게 이야기를 짜냈으려나... 하고 기본 설정을 확인해봤더니 게임&영화판과 같은 설정에 30년 후 이야기라는군요. 보아하니 게임이나 극장판의 엔딩은 없는 셈치고 전개되는 것 같은데 뭔가 좀 원작 캐릭터 학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그만 좀 고생 시키라고. ㅋㅋㅋㅋ 그래도 어쨌거나 궁금하긴 한데... 편당 55분에 여덟편 짜리 드라마... 고민 좀 해봐야겠네요. =ㅅ=



 +++ 게임 제작사는 게임 하나 잘 만든 걸로 두고두고 잘 뽑아 먹는군요. 원 소스 멀티 유즈!!! 뭐 본인들 능력으로 얻은 복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 중국에선 개봉도 못 했답니다. 뭐 그럴만 하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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