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입니다. 넷플릭스엔 없어서 iptv로 봤고 런닝타임은 97분. 스포일러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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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쌩뚱맞게 뻐꾸기 다큐멘터리(?)로 시작합니다. 남의 둥지에 투척한 알에서 깨어난 아기 뻐꾸기가 덩치 작은 원래 주인들을 다 둥지 밖으로 밀어내 죽이고 남의 어미를 차지해서 자라나는 과정 있잖아요. 

 그 장면이 끝나면 '호신술의 모든 것'의 남녀 배우가 이번엔 연인 관계로 등장합니다. 여자는 어린애들 가르치는 교사이고 남자는 정비공 비슷한 직업인 것 같아요. 둘은 곧 결혼할 예정이고 오늘은 만나서 장차 둘이 함께 살 집을 보러가기로 했죠.

 그런데 오늘 만난 중개사가 아무래도 좀 이상해요. 말도 어색하고 행동도 어색하고... 감정도 들쭉날쭉하고 자꾸 주인공들이 한 말을 흉내내고. 불쾌하지만 일단 좀 참아보세... 라면서 차를 타고 부릉부릉 달려 찾아간 곳은 대규모의 주택 단지인데, 역시 그냥 딱 봐도 이상합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생긴 민트색 집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곳이죠. 집 자체는 꽤 괜찮아 보이지만 그래도 좀... 싶은 순간 중개사가 갑자기 혼자 버럭!!! 하고는 사라져 버리구요. 당황스럽지만 애초에 이 집을 살 생각도 없었던 주인공들은 맘 편히 돌아가 보려는데, 갈 수가 없습니다. 기름이 떨어질 때까지 차를 타고 달려도 늘 자기들이 구경했던 그 집 앞으로 돌아와 버리거든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탈출에 실패해서 슬슬 정신줄을 놓게 된 커플은 급기야 그 집에 불을 질러 버리는데... 그러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아기(!) 하나가 배달되어 있습니다. '이 아기를 잘 키우면 풀려날 수 있다' 라는 메모와 함께요. 그리고 고개를 드니 어제 불태워버린 그 집이 멀쩡히 다시 서 있고. 둘은 어쩔 수 없이 그 집으로 들어가 황당한 감금 육아 생활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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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다가올 운명을 알지 못한 채... 라는 식상한 문장이 딱 어울리는 장면.)



 - 시각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이게 영어 쓰는 미국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이고 그래서 미국 영화인 척 합니다만. 사실 촬영 장소는 벨기에와 아일랜드이고 (아마 90% 이상은 스튜디오 촬영이겠지만) 영화의 국적도 미국이 아니에요. 그리고 유럽쪽 영화들이 종종 그러하듯 그 동네 회화 스타일을 비주얼에 반영한 느낌입니다. 아예 구체적인 레퍼런스도 사람들 후기에 자주 언급되더군요.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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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요 그림인데,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벨기에 출신이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로 여기서 영감을 얻은 듯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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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대신 구름이 복제되어 있다고 치면 느낌이 꽤 비슷하지 않나요. ㅋㅋㅋ

 암튼 이런 이미지들은 계속해서 비인간적, 몰개성적, 보기엔 예쁘지만 숨막히는 감옥... 이런 느낌들을 깔아주는 역할이고 그래서 보는 내내 갑갑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즐거운 맘으로 편히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에요.



 - 스토리 측면에서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결혼/출산/육아에 대해 아주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설파하는 영화입니다.

 보면서 좀 웃겼어요. 바로 며칠 전에 '애비규환'을 봐서 같은 소재에 대해 이렇게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영화를 거의 연달아 보게 되었으니까요. ㅋㅋ


 그러니까 뭐 대략, 니들 별 생각도 없이 사회적으로 세뇌를 당해서 무턱대고 결혼하고 애 키우고 그러는데, 그거 결국 '사회'에 빨대 꼽혀서 피 빨리는 거다. 일단 그 안에 발을 들여 놓고 나면 탈출구도 없고 꿈도 희망도 없이 죽어라고 배은방덕한, 결국 서로 이해도 못할 남과 같은 존재인 자식을 위해 희생이나 하면서 니네 인생 쫑 날 때까지 착취 당하는겨!!!... 이렇게 해석되는 이야기를 각잡고 진지하게 들려줍니다. 


 덧붙여서 주인공이 여성이다 보니 (제시 아이젠버그가 함께 나오지만 내용상 분명히 여주인공 원탑 영화입니다) '모성'에 대한 언급이 비중 있게 나오겠죠. 당연히 이 영화는 그 개념이 사회적 착취 시스템의 핵심 떡밥이자 필살기라고 주장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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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골 브레이커의 갑작스런 등장!)



 음... 뭐 그렇게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우리 사회와 결혼 제도를 바라보고 분석하는 입장도 이미 주류가 된 사고 방식 중 하나라고 알고 있구요. 다만 한 가지 문제가 뭐냐면... 영화 속에서 사용되는 은유들이 그것이 지칭하는 대상들과 그렇게 딱딱 잘 들어맞지를 않는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이 영화의 핵심 캐릭터인 그 '아들'이요. 이게 너무 극적으로 과장된 빌런(?)이다 보니 현실의 육아와 그렇게 맞아떨어지지가 않아요. 군데군데 적절한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의도적으로 나쁜 부분들만 선택해서 부풀린 후 결합된 캐릭터라는 게 너무 티가 나니 설득력이 떨어지죠.


 영화가 품고 있는 메시지들에 대한 제 전체적인 인상이 그랬습니다. 응 그래, 무슨 말을 하려는진 알겠는데 의도적 무리수가 너무 많아서 설득이 안 되는구나...


 

 - 이런 주제 의식 같은 부분을 빼고 보더라도 이야기에 결함이 좀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하나만 찝어서 말하자면, 주인공들이 너무나도 무력합니다. 주인공들을 가둬버린 이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격하게 전능해서 싸움이 될 틈이 안 보이거든요. 

 이것도 역시 감독의 의도라고 볼 수는 있겠습니다. 사실 '사회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상대로 개개인들이 싸워볼 여지가 얼마나 있겠어요.

 하지만 의도는 의도이고 결과는 결과죠. 이렇게 주인공들이 무기력한 가운데 그걸 보충할만한 다른 요소들이 부족하니 이야기가 느슨해지고 설득력도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 같아요.

 그래도 뭔가 좀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편이 긴장감 조성이나 이야기의 기승전결 구성을 위해선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뭐 클라이막스에서 '꿈틀!' 하는 게 나오긴 하지만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좀 이야기가 쳐지는 느낌이 있어요.



 - 근데... 이렇게 열심히 까놓고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습니다만. 저는 이 영화도 역시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ㅋ


 진지한 주제의식 같은 건 제껴놓고 그냥 '이건 팝콘 호러 무비다!' 라고 생각하고 볼 때 이 '아들'놈은 꽤 근사한 빌런입니다.

 끝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분나쁜 불쾌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별 거 아닌 행동 몇 가지로 관객들의 신경을 박박 긁어줘요. 너무 그럴싸하게 불쾌하고 보기 싫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애를 이 영화에 출연시킨 부모들을 비난하고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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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자식에게 이런 대접을 받게 하다니 나쁜 부모들!!!)


 위에서 이야기가 좀 늘어진다고 말하긴 했지만 어차피 90분 남짓 밖에 안 되는 짧은 영화라 그렇게 지루해지기 전에 끝이 나구요.


 또 앞서 이야기했던 근사한(?) 비주얼 덕에 눈도 충분히 즐거운 가운데 배우들의 연기가 좋습니다. 특히 제가 이 영화를 보기로 맘 먹은 계기가 된 주인공 이모겐 포츠의 연기가 훌륭했습니다. 이 깝깝한 이야기를 사실상 원탑으로 끌고 나가는데 부족함이 없어요. 종종 튀어나오는 무리수 전개들도 그냥 이 분 표정 보면서 납득하며 넘어갔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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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라고 어떻게 종합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좀 독특한 느낌의 호러 영화를 보고 싶으시면 보세요.

 제가 올린 짤들의 분위기, 그 이미지들이 맘에 드시면 역시 보셔도 됩니다. 

 근사한 이미지와 꽤 실감나게 암담한 분위기에 비해 이야기나 캐릭터는 좀 부실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전 애초에 vod로 보는 소규모 호러 영화들에 대한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은 사람이라 이렇게 확실히 기억에 남을만한 부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봤어요. ㅋㅋ




 + 제작비 400만 달러를 들여 4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 쿨럭; 한국이야 작년에 개봉했다지만 원래 개봉 연도는 2019년이니 코로나 핑계도 못 대겠네요(...)

 덧붙여서 비평 면으로도 상당히 나쁜 편이에요. 관람에 참고하시길. ㅋㅋㅋ



 ++ 계속해서 음파 발사!!! 를 시전하는 아들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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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작할 때 보여주는 뻐꾹새 & 대리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도록 의도된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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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흉악해서 관객들을 다 뻐꾸기 안티로 만들 기세(...)



 - 제목인 '비바리움'이 뭔지 몰라서 위키를 찾아봤어요.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동물이나 식물을 가두어 사육하는 공간을 일컫는다. 대부분, 특정한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 조건을 작은 규모로 만들어 작은 생태계처럼 보이게 한다.'라고 하네요. 근데 스토리상 이 개념은 좀 어긋나는 부분이 큰 것 같고. 차라리 이 영화 자체가 감독이 만든 비바리움이라고 주장해볼 수는 있겠습니다.



 - 글을 올리기 전에 한국어로 된 감독 인터뷰를 발견해서 읽어봤는데. 제가 적은 소감을 대체로 그냥 뻘소리로 만들어 버리는 내용이더군요. 하하하;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냥 현대인들이 세상과 자기 인생에 대해 품고 있는 공포감들을 종합 선물 셋트로 만들어 보여주고 싶었대요. 그렇게 생각하면 저 아들 캐릭터를 비롯해서 이 영화를 이루는 소재들이 죄다 극악 중의 극악들만 똘똘 뭉쳐 있는 게 납득이 갑니다. 다만, 그렇다고해서 더 재밌는 영화가 되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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