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변희수, 피우진

2021.03.04 16:48

Sonny 조회 수:1143

변희수 하사는 왜 군인으로 계속 있을 수 없었을까요. 변희수 하사는 성별 정정 수술을 받기 전이나 받은 후에나 똑같이 변희수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변희수 하사를 남자로 알고 있었는데 남자가 아니었다고 깨달은 국방부 측의 인식뿐입니다. 변희수 하사가 군인을 할 수 없다면 그가 군인을 할 수 없을만큼 부적격한 부분, 즉 업무 상의 미숙함이나 수술 후의 신체가 군인을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최소한의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어떤 명쾌한 답변도 주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것이 차별이기 때문입니다. 차별은 원래 어떤 합리성도 제시하지 못합니다. 규정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덧붙일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절차와 규정 자체의 합리성이니까요.


변희수 하사의 부고 소식을 듣고 저는 피우진 보훈처장의 일화를 떠올렸습니다. 피우진 현 보훈처장은 특전사 출신으로 중령까지 재임했고 본인의 상관이 여군들을 술시중 들게끔 보내라고 하자 군복을 입혀서 보낸 걸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유방절제수술을 받았습니다. 특이하게도 그는 군인으로 복무하는데 가슴이 크게 도움될 것이 없다는 판단 하에 유방 양 쪽을 모두 절제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장애판정을 받고 강제로 퇴역해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는 이에 복직 소송을 걸었고 1년 7개월 후에 복직이 되었습니다. 


변희수와 피우진, 두 사람 모두 어떤 수술을 받았고 그 수술을 받은 후 그 전과 같은 군인으로 복무하려 했지만 국방부는 이들의 군생활을 끝내려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군인이란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며 수술사실이 이들의 군복무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군대 상부는 이들의 군복무를 허락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군대가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다수가 정상이라 상상하는 신체를 가진 사람들만이 있는 군대입니다. 즉 군대는 정상신체라는 허구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는 군인들에게서 군인의 자격을 박탈하려했습니다. 불행히도 한 쪽은 군인의 자격을 탈환하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아주 역설적인 일입니다. 군대야말로 신체훼손을 각오해야 하는 가장 치열한 현장에 임할 것을 전제하는 업무의 장입니다. 강력한 화기에 의해 사지는 물론이고 신체의 어느 부분도 이전과 다르게 크게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군대가, 업무능력의 저하나 군의 명예와 무관하게 수술에 의한 신체적 변화를 군인자격 박탈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전장에서 눈을 잃거나 다리를 잃은 군인을 보면 참된 군인이라고 찬양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의 "완전함"이 아니라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군인다움입니다. 변화된 본인의 신체로 군인을 계속 하고 싶어하는 변희수와 피우진은 과연 그 군인다움과 무엇이 다른가요. 군 장성들이 군인의 어떤 이미지를 지키려한다는 혐의 말고는 다른 어떤 의도도 찾기 힘듭니다.


신체의 정상성 신화에 사로잡힌 집단은 그 요건에 맞지 않는 개인을 간단하게 배제합니다. 물론 다른 남자들도 있겠지만, 그 불합리함을 견디지 못하고 불복한 이들이 여성이라는 것은 주목해야 할 요소일 수 있습니다. 특히나 변희수 하사의 경우 남성으로 여겨진 신체를 여성으로 변경했다는 부분이 군복무를 할 수 없다는 조건이 되었다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이 사실을 연결하면 결국 정상적인 신체는 어떤 수술도 받지 말아야하고, 남성의 몸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니까요. 정상적 신체는 곧 남성성으로 수렴하고 마는 이 남성중심주의가 어떻게 군인들을 길러내는데 실패하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학습했습니다. 


차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 역시도 "여성이 차별받는다"고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변희수 하사의 사건을 남성과 여성의 구도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성차별을 이야기할 때 가장 핵심은 남성과 여성의 구도가 아니라 남성과 비남성의 구도가 더 많은 차별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구도일지도 모릅니다. 남성과 여성의 구도는 여성과 여성이 아닌 자의 구도로 나뉘어 결국 남성이 아닌 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차별을 "오리지널 여성"만이 독점하는 구도로 오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구도에서 공통되는 것은 이성애자 남성으로서의 절대적인 권력과 그에 착취당하거나 배제되는 비남성적 존재들입니다. 피우진 보훈처장의 일화부터 해서 레즈비언 교정 강간 사건까지 일관되는 것은 결국 비남성적인 퀴어 혹은 여성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남성으로서의 군인들일 것입니다.


많은 남자들이 성차별의 인식에 반대하며 뻑하면 자만할 때 쓰는 "진짜 전쟁나면 어쩔건데?"라는 질문을 역으로 군대의 결정권자 남성들에게 던지게 됩니다. 모든 업무에는 숙련되고 열정적이며 헌신적인 종사자가 필요합니다. 그런 이들을 전통적 이미지에 들어맞지 않는다 하여 내치는 것은 결국 아마츄어리즘이 아닌가 싶습니다. 군인으로 남은 생을 다하려했지만 그 전쟁을 외적이 아닌 군대 자체와 벌려야했던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빕니다. 전사자의 유지를 잇는 것이 남은 사람들이 또 할 일일 것입니다. 오로지 변희수 하사에게만 바치는 경례,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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