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공정?)

2019.09.29 05:50

안유미 조회 수:291


 1.요즘 젊은이들은 공정이란 말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공정을 외치는 건 좋아요. 한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정이란 개념을 자신이 멋대로 정하려고 하거든요. 왜냐면 그들에게 유리한 것이 공정한 것이라고 여기며 사니까요.


 어떤 젊은이들은 공정을 외치면서 노력한 만큼 댓가를 얻고 싶다고 해요. 그야 그건 아름다운 일이겠죠. 하지만 글쎄요. 우리들 각각이 우리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요? 



 2.내가 살면서 느낀 건 한 인간의 판단력이나 노력 따윈 별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한 인간이 스스로 완결성을 띄지도 않고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걱정거리이거나, 누군가의 자랑거리이거나, 누군가의 아웃풋이 되곤 하니까요. 완전한 홀로서기를 해내기 전까지는요.


 기본적으로 인간 아이라는 것은, 주위의 관심과 리소스를 한없이 빨아들이는 존재예요. 한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만이 아닌 온갖 사람들의 지갑이 다 열리고 온갖 사람들의 관심이 따라오니까요. 식스 포켓이라고 하던가요?



 3.잘 버는 직장인 남자는 한달에 6~7~800만원 정도 벌어요. 그 이상은 자영업이나 전문직의 영역이겠죠. 뭐가 어찌됐든 한달에 800만원 버는 건 그만큼 심한 압력을 받는 일이고요. 노동량도, 노동강도도 엄청나죠. 


 내가 나가는 모임의 수준이 낮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솔직이 모임에 나가보면 400만원 받는 남자도 흔치 않아요. 그리고 미혼 남자가 한달에 400만원 받으면 모자람 없이 쓰고 다니죠. 그런데 그 두배인 7~800만원 월급을 달성한 남자는, 생각해 보면 대단한 거예요.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한달 800만원으로 인정받는다는 건 힘든 일이죠.


 그런데 400만원 받는 남자든 800만원 받는 남자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모든 소득이 가정과 아이를 위해 투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요. 본인을 위해 쓸 돈은 스스로 줄이거나 강제적으로 줄어들고 대부분의 돈이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서포팅하기 위해 소모되죠.



 4.휴



 5.개인적인 소릴 하자면...그런 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좀 이해가 안되긴 해요. 한달에 800만원이 그냥 꽁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죽도록 일해서 800만원 버는 사람이 그걸로 인생을 즐기는 대신 아이에게 투입하는 걸 보면요.


 하지만 뭐가 어찌됐든 계속 힘들게 번 돈과, 자신의 청년 시절과 중년 시절의 시간 전체를 아이와 가정을 위해 투자한다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예요. 장장 20년을 넘게 쉬지도 못하고 그들을 책임져야 하니까요. 


 그렇게 번 돈은 그 남자의 생명의 불꽃 그 자체거든요. 한 사람의 남자가 열심히 노력하고 남에게 갈굼받으며 획득한 기술과 노하우, 그 남자가 젊고 건장했던 모든 시간들과 바꿔낸 돈이니까요. 그리고 본인은 그걸 제대로 누려 보지도 못하고 자신의 노동력으로 만들어낸 소득을 온전히 가족을 위해 바쳐야 하고요.  



 6.열심히 뛰어야 하는건 아내도 마찬가지죠. 투자금은 남편이 마련하지만, 입시정보를 모으고 아이를 존나 감시하고 갈궈서 좋은 대학에 보내는 건 아내의 몫이니까요. 아이에게 '투자'만 하고 '감시'를 하지 않는 건 영화감독에게 예산만 많이 쥐어주고 방임하는 제작자와 같은 거예요. 그딴식으로 자유롭게 놔두면 좋은 작품은 나오지 않거든요. 영화감독을 존나게 쪼고 각본을 고쳐오라고 으름장 놓고 캐스팅을 문제삼아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처럼 애들도 그래요.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노력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노력을 왜 해야 하는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얼마나 인생이 좆되는지 일주일에 한번씩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해서 두려움을 심어줘야 해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와 어느 방향을 보면서 노력을 할지, 노력을 언제 어디서 어떤식으로 해야 하는지까지 일일이 디렉팅해야 투자한 만큼 아웃풋을 낼 수 있죠. 


 애들은 자신이 뭘 하고싶은지 안다고 생각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99%경우는 아니거든요. 날 때부터 뛰어난 예술가나 뛰어난 선수로 타고난 애들이야 괜찮겠지만 99%는 그렇지 않단 말이죠. 대부분의 애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특출난 재능도 없기 때문에 일단 대학교라도 좋은 데로 보내놔야 하는 거예요. 



 7.물론 공부 또한 재능이니까...공부에 대한 감각이나 이해력, 인내력을 상당히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글쎄요. 대부분의 인간은 부모에 의해 만들어지고 빚어지는 거니까요. 성인이 될 때까지의 인간은 사실 부모라는 조각가가 빚어내는 조각상에 불과해요.


 그런데 어떤 젊은이들은 이런단 말이죠. 자신이 금수저만큼 노력했으면 금수저만큼 보상받는 게 정의라고요.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소리예요. 금수저가 받는 모든 서포트를 자원으로 환산해 보면 엄청난 돈과 노력이 든건데, 자신 혼자의 노력이 금수저에게 투자된 자원과 노력의 총체보다 위여야 한다는 건 말도 안되죠. 


 

 8.그리고 여기서는 금수저 드립을 치지만 조국 집안같이 인맥과 돈과 꼼수를 몽땅 갖춘 금수저는 거의 없어요. 그런 사람은 별로 안된다고요. 대부분의 집안은 그 집안이 지닌 대부분의 리소스를 아이에게 힘겹게 투자하는 거예요. 


 재수없는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예요. 하지만 금수저나 은수저 애들을 보면, 그 뒤에 그 아이를 잘되도록 하고 싶어하는 여러 사람들의 열망이 존재한단 말이죠. 그 열망의 열량이 아이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거고요.


 그리고 그 아이를 잘되게 만들려는 사람들은 대개 엄청난 부자가 아니예요. 나경원이나 조국처럼 애들한테 온갖 투자를 다하고도 리소스가 남아도는 집안은 뉴스에나 나올 법한 집안이죠. 뉴스에 나오지 않는 수많은 중산층-중상류층들은 다 절박하게 살아가요. 아이의 미래를위해 본인의 인생을 포기하면서요. 그러니 금수저와 흙수저의 기회와 보상이 같아야 한다는 말이야말로 불공정한 거예요. 


 그런 집의 가장을 생각해 보면 정말 그래요. 중산층이나 중상류층의 가장은 자신을 갈아가면서 자식의 미래에 올인해주는 거잖아요? 20년넘게 투자해서 자식이 잘 되어봤자 가장에게 남은 건 약해진 몸뚱아리와 약간의 보람뿐이고요. 가엾지 않나요? 그 남자에게도 무언가 보상은 있어야죠. 보람이라는 보상 말이죠.



 9.그래서 뭔 소리를 하고싶냐면...딱히 없어요. 내가 솔루션을 가진 사람도 아니니까요. 내가 맨날 하는 말이라곤 '열심히 살아야 한다'와 '정신차리고 살아야 한다'라는 말뿐이잖아요? 하지만 정말 그래요. 타고난 수저의 색깔이 뭐든간에 정신차리고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는거예요. 내가 살면서 한가지 알게 된 건, 나를 유일하게 신경써주는 타인은 가족뿐이라는 거예요. 


 만약 자신을 무제한으로 서포팅해줄 가족을 가지지 못했다면 더더욱 정신차리고 더더욱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어요. 그냥 존나게 일해서 한방 터뜨릴 종잣돈을 모으던가, 아니면 서포팅의 약발이 잘 안먹히는 분야-웹툰이라던가-에 도전해 보던가...뭐 그런식으로 말이죠.


 조금 재수없는 소리 같지만 나는 그렇게 믿거든요. 우리 자신은 별거 아니라고요. 우리들은 우리를 잘 되게 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력을 투사한 흔적에 불과하다고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곳저곳을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성장기에 남들보다 나은 수준의 영양을 보급받는 것부터 시작해서요.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요. 만약 자신을 잘 되게 해주려는 타인의 의지력이 약하게 느껴진다면, 따뜻함이 자신의 주위에 느껴지지 못하는 춥고 헛헛한 기분이 느껴진다면 더더욱 정신차리고 살 수밖에 없는 거라고요. 왜냐면 자신을 위해 정신차려줄 사람도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살아줄 사람도 자신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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