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번개 후기

2019.09.29 01:06

칼리토 조회 수:1147

이제 막 집에 들어 왔네요. 게시판에서만 뵙던 반가운 분도 만났구요. 정치 성향이 비슷한 친구랑 맥주 한잔 하면서 사는 얘기도 했습니다. 


몇명이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굉장히 많더군요. 길을 빼곡하게 메운 분들은 나이대도 각양각색 구성원도 친구들이 모여서 온 단체부터 직장, 가족들까지 많았습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분들도 계시고 어머니나 아버지 모시고 온 가족들도 있는 것 같던데 보기 좋더군요. 


아무리 많은 인원이 모였다 해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 물론 있을 겁니다. 그깟 80만, 그깟 100만, 그깟 200만.. 


남한 인구 전체로 따지면 사실 얼마 안되는 비율 일수도 있죠. 그런데.. 이렇게 온갖 미디어가 일방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검찰들이 먼지 하나까지 꼼꼼하게 털어주는 이런 상황에서 100만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집회가 사실 가능합니까?


박근혜 탄핵의 촛불 집회 이야기를 많이들 하시지만 그때야.. 초기부터 언론이 이미 끝난 게임이다 싶었는지 기름 붓듯이 연일 뉴스를 쏟아냈죠. 국민들의 분노가 타오르는데 언론이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죠. 언론과 검찰은 손을 잡고 조국을 죽이고 나아가서 문재인 정권을 힘빠지게 하고 다음.. 아니면 다다음이라도 정권을 다시 빼앗아올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로지 스스로의 판단만으로 100만이 모였다면 이건 정말 자랑해도 될 일 아닙니까? 언론에.. 검찰 발표에 휘둘리지 않고 모인 사람이 자그만치 백만이라면 말이죠. 


구호도 소심하게 외치고.. 집회에 참여한 경험 자체가 적어 뻘쭘하게 있다가 왔지만 그 와중에도 질서 정연한 사람들, 가족을 챙겨가며 웃음 짓는 모습들,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들에 감동 받았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하나 없고 누군가 돌출 행동을 할라치면 시민들이 먼저 제지해주시더군요. 놀랍습니다. 촛불로 부터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시민 의식도 그만큼 따라서 자랐구나 싶었어요. 


누구를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진실이고 이것이 팩트고 이것이 정의이며 이것이 합리다. 과거에는 언론이 그 역할을 했고 국가나 국가가 권력을 위임한 사법부가 그 역할을 많이들 했었죠. 사람들이 모이고 집단이 형성되면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그런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이 보는 세계, 자신이 생각한 정의, 자신이 판단한 기준만이 옳다고 생각하죠. 위험합니다. 위험한 생각이고 위험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이 자라서 파시스트가 되고 그런 집단과 조직이 힘을 얻으면 남을 핍박하고 작은 소리를 무시합니다. 


저는 오늘 100만개의 다른 이유로 같은 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저마다 다른 이유와 판단으로 스스로의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죠. 이들에게 누가 무엇을 가르치고 강제하고 강요할 수 있을까요? 세상은 점차 바뀌어 가고 있고 한때 국민이 개새끼라고 자조적으로 이야기해야 했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모임이 무사히 마무리 되서 다행입니다. 내일은 또 어떤 기가 막힌 이야기가 들릴지라도 오늘은 편히 잘 수 있겠네요. 현명한 모든 시민들 덕분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8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4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691
125838 롯데 인스타에 [12] daviddain 2024.03.28 299
125837 고질라 곱하기 콩 봤어요 [5] 돌도끼 2024.03.28 349
125836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4.03.28 446
125835 프레임드 #747 [4] Lunagazer 2024.03.27 57
125834 [핵바낭] 다들 잊고 계신 듯 하지만 사실 이 게시판에는 포인트란 것이 존재합니다... [27] 로이배티 2024.03.27 605
125833 예전 조국이 이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지 않습니까? [4] 머루다래 2024.03.27 870
125832 ZOOM 소통 [9] Sonny 2024.03.27 328
125831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사람 catgotmy 2024.03.27 255
125830 문득 생각난 책 [1] daviddain 2024.03.27 167
125829 종교 유튜브 catgotmy 2024.03.27 116
125828 [왓챠바낭] 엉망진창 난장판 코믹 호러, '좀비오2'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4.03.27 188
125827 다시 한번 역대 최고의 영화 중의 한 편인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 초강추! ^^ (3.27, 3.30, 4.14 서울아트시네마 상영) [8] crumley 2024.03.26 260
125826 조국에 대해 [3] catgotmy 2024.03.26 602
125825 프레임드 #746 [5] Lunagazer 2024.03.26 58
125824 영한대역 삼국지 catgotmy 2024.03.26 83
125823 공직자 조국 혹은 인플루언서 조국 vs 정치인 조국.. [6] 으랏차 2024.03.26 710
125822 넷플릭스 [삼체] 감상 (스포 주의) [13] 영화처럼 2024.03.26 557
125821 간만에 사촌동생을 만났습니다 [4] Sonny 2024.03.26 347
125820 헤겔 유튜브 catgotmy 2024.03.26 110
125819 거짓말하는 조디 포스터 인터뷰 [1] catgotmy 2024.03.26 39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