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벤 애플렉 동생 나오는 그 영화 아닙니다. 인도제 호러 네 편을 하나로 모아 놓은 두 시간 이십 분짜리 영화이고... 스포일러는 없겠죠.



 - 인트로나 아웃트로, 액자 구성 그딴 거 없고 그냥 이야기 네 토막이 툭툭툭툭 던져지고 끝나는 단순 무식한 구성입니다. 그러니 그냥 하나씩 이야기 하겠습니다.



 - 첫번째 이야기는 출장 간호사의 이야기입니다. 젊은 미녀구요. 악인까진 아니지만 프로 의식이 좀 희박한 양반입니다. 집에 혼자 살며 몸을 가누지 못 하는 할머니를 혼자서 돌봐주는데 밤에 자기 편하게 쉬겠답시고 or 남자 친구 불러다 놀아 보겠답시고 수면제를 팍팍 먹이고 그래요. 불러도 귀찮으면 질질 끌며 늦장 부리기도 하고... 근데 암튼 이 할머니가 좀 이상합니다. 자꾸만 집에 없는 아들이 집 안에 분명히 숨어 있다며 얼른 찾아 오라고 버럭버럭 화를 내고, 쌩뚱맞게 '현관에 누가 왔네'라고 중얼거리면 정말로 잠시 후에 벨이 울리구요. 이런 괴상한 할머니랑 단둘이 넓은 집에 갇혀 있는 내용의 호러 영화이니 당연히 이상한 일도 벌어지겠죠. 새벽에 집 복도에서 뭔가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나면서 문틈으로 그림자가 비친다거나...


 : 다 보고 나면 진짜 별 거 없는 평범한 괴담인데 연출로 잘 살린 이야기입니다. 음험하고 갑갑한 분위기도 좋고 주인공의 개인 사정도 큰 의미는 없지만 주인공 심리를 표현해주는 양념 역할을 적절히 하구요.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의 연출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괜찮았어요. 대단할 것까진 없었지만 그래도 볼만했고 또 이 앤솔로지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에피소드이기도 했습니다.



 - 두번째 이야기는... 뭐 설명하기가 난감하네요. 진짜 단순한 이야긴데 설정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서 말이죠. 그냥 확실한 부분만 이야기하자면 주인공은 임신한 젊은 여성과 그 여성이 낮동안 돌봐주는 초딩 남자애입니다. 여자는 남자애를 진짜 자기 자식처럼 사랑을 쏟아 돌봐주고 남자애도 여자를 친엄마처럼 사랑합니다만(엄마가 없어요), 여자의 배가 불러올 수록 남자애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아져요. 뱃속의 딸을 위해 아기 방을 거하게 차려 놓고 콧노래를 부르는 여자를 보며 남자애는 뭔가 결심을 하게 되는데...


 : 무섭다기보단 불쾌한 이야기인데 그 강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남자애와 여자의 관계, 각각의 캐릭터를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설명해줬다면 꽤 인상 깊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딴 거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다 보니 이입이 안 돼서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음... 결국 이야기는 좀 지루했고 전반적으로 그냥 불쾌한 느낌만 남았습니다. 별로였어요.



 - 세번째 이야기는 어떤 남성이 길을 잃고 헤매다 텅 빈 시골 마을로 흘러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 그 마을은 폐허처럼 되어 있는데 쌩뚱맞게 남자 애 하나, 여자 애 하나를 마주치게 되고 이들은 '동네 사람들이 갑자기 사람을 잡아 먹기 시작했다!!'면서 주인공에게 자신들이 발견한 생존 수칙을 제시합니다. 주인공은 이게 무슨 미친 소리냐며 그냥 뛰쳐나가려다가 정체불명의 울부짖음을 듣고 얼어 붙어 버리는데...


 : 설정만 봐도 짐작이 되시죠. 살짝 변형된 좀비물입니다. 이 앤솔로지에 담긴 네 편의 이야기들 중에 가장 흔한 장르물인데... 여러모로 좀 아쉽습니다. 일단 이게 인도의 사회 문제를 풍자하는 시사적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인 건 분명해요. 근데 제가 인도 사정을 전혀 모르니 뭔 얘긴지 감이 안 잡히더라구요. =ㅅ=;; 그리고 그냥 흔한 좀비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괴물로부터 살아남는 방법' 같은 걸 넣어둔 건 좋고 그걸 한 번 제대로 써먹기도 하는데, 그렇게 딱 한 번 써먹은 후론 다시 그냥 좀비물이되는 데다가 결말도 영 거칠어요. 부분부분 꽤 좋은 구석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좀 덜 다듬어진 에피소드였습니다.



 - 마지막 이야기는 갑부집 남자와 정략 결혼을 하는 부잣집 미녀의 이야깁니다. 정략 결혼이라지만 말도 잘 통하고 괜찮을 것 같아서 냅다 결혼 승낙을 했는데 한 가지 이 남편에게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집에서 데이트를 할 때면 자꾸 20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눈에 보이는 것처럼 중얼중얼 혼자 허공에다 대고 수다를 떨어요. 그래도 나머지 조건들이 워낙 맘에 드니 '그런 건 결혼해서 함께 살며 내가 고쳐줄 거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일단 결혼은 했으나 일이 그렇게 잘 풀릴리가요...


 : 네 가지 이야기 중 가장 '인도스러운' 느낌이 가득한 에피소드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남편네 집 생김새도 그렇고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행동거지도 모든 면에서 되게 '인도 영화 속에서 자주 보던 그 인도'의 모습이에요. 정확히는 '그 인도'의 되게 호사스러운 버전이죠.

 주인공도 되게 예쁘고 집안 가구나 인물들 옷차림도 화려하고 해서 가장 고급진 느낌의 에피소드입니다만. 그런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그럭저럭 괜찮은 도입부를 넘기고 나면 이후의 전개는 좀 식상 진부하고 허술합니다. 그리고 엔딩은 정말 급마무리. 어라? 이게 끝이라고? 뒤에 뭐 없어?? 이런 느낌.

 네, 제일 별로였다는 얘깁니다.



 -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접하는 평소 잘 모르던 나라의 드라마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기술적으로 되게 좋습니다. 화면 때깔 좋고 연출도 모두 보통 이상은 해주구요. 이런 류의 앤솔로지 영화 치고는 편당 런닝타임이 조금 길긴 한데 그렇다고해서 특별히 지루하진 않아요. (솔직히 두 번째 이야긴 좀 지루했습...)

 다만 위에다 구구절절 적어 놓았듯이 대체로 이야기들이 조금씩 약하거나 모자라구요. 그걸 확 극복해낼만한 독창성이나 개성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호러 단편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별 기대 없이 한 번 시도해보실만은 해요. 사실 우리가 인도 호러를 구경할 기회가 그리 많지도 않잖아요? 하지만 일단 저부터가 '음. 그냥 그렇군!'이라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천하진 않겠습니다. ㅋㅋ




 - 에피소드별로 제목이 있는 것 같은데 영화 속에선 계속해서 친절하게 푯말, 상표까지 잘 번역해서 보여주던 자막이 에피소드 제목이 뜰 때만 내내 먹통이더군요. 



 - 아마 청불 등급이었던 것 같은데 좀 애매합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그냥 건전 그 자체구요. 일단 네 번째 에피소드에만 베드씬이 나오다 마는데 신체 노출도 없고 또 수위를 따져 보면 '기생충'의 쇼파 씬보다 세지도 않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에피소드에는 좀 으악 소리 나오는 신체 훼손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또 요즘 대한민국 등급 부여 기준에 미루어볼 때 19금이 될만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대한민국은 '에일리언: 커버넌트'나 '블레이드 러너 2049' 같은 영화에도 15세 딱지를 붙여주는 간지나는 나라 아니었나요. ㅋㅋㅋ



 - 배경이 인도라는 건 세 번째 에피소드를 보면서 간신히 눈치챘습니다. 왠지 음성을 원어로 설정해놨는데도 대사 중간에 자꾸만 영어 대사가 길게 튀어나온다 했죠. 



 - 이 영화를 만든 네 명의 감독이 전에도 뭉쳐서 앤솔로지를 만든 적이 있더라구요. 제목은 '러스트 스토리'이고 사람들의 욕망, 특히 정욕(...)을 테마로 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장르는 로맨스 or 코미디라고 하고 그걸로 어디에서 상도 받았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좀 더 찾아보니 '러스트 스토리'보다도 몇 년 먼저 역시 같은 기획으로 '봄베이 판타지아'라는 앤솔로지 영화가 있었네요. 나아중에 하나씩 봐야겠습니다. 특히 '러스트 스토리'는 작품 설명을 보니 발리우드 요소도 들어 있는 모양이네요. ㅋㅋㅋ 장르가 제 취향은 아니지만 왠지 그 쪽이 이것보다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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