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시국에 맞는 건 plague tale 이라는 제목 뿐입니다. 게임 내용은 질병 퍼지고 이런 거랑 별로 상관이 없어요. ㅋㅋ 그런(?) 게임에 관심이 있으시면 plague inc. 라는 게 있습니다. 나온지 한참 된 게임인데 이번 시국에 편승해서 다시 잘 팔리고 있다고. 


997F93505E38264503
(우주적 민폐 남매와 이 게임의 진짜 주인공 쥐떼...)


 - 배경은 1300년대 말 프랑스입니다. 검색을 해 보니 그동네가 페스트로 초토화됐던 게 1300년대 중반이었다고 하니 뭔가 좀 미묘하게 안 맞긴 한데, 그래도 이야기의 시작부터 이미 온세상이 페스트로 무너져내린 상황이라는 걸 보면 이게 맞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암튼 주인공은 귀족 집안의 귀한 딸래미인데, 5살짜리 남동생이 있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부모가 얘를 방에 가둬 놓고 만나보지도 못하게 해서 겨울왕국이냐 대체로 남남 같은 관계입니다. 도입부에서 잠시 아버지와 갬성 터지는 장면을 연출한 후 곧바로 이단 재판관이 들이닥쳐 아버지를 죽이고 집안을 박살을 내버리는 광속 전개를 보여주죠. 그 와중에 간신히 남동생을 데리고 탈출에 성공한 후 연금술사였던 엄마의 마지막 말대로 도와줄 사람을 찾아정처 없이 여행을 떠나면서 도대체 이게 뭔 일인지, 집안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그 여로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그걸 극복 및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 게임 방식은 아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어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중세 버전이요. 시종일관 주인공이 다른 인물 하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퍼즐 풀고 병사들로부터 숨어 다니며 어쩔 수 없을 땐 전투도 하고 그러는 거죠. 따지고 보면 스토리도 비슷합니다. 세상을 휩쓴 불치병을 소재로 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면서 주인공이 보호자 역할을 하죠. 그리고 피보호자는 자신도 모르는 중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구요. 길바닥에서 주운 물건들로 적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도 하고, 재료를 조합해서 즉석에서 무기를 만들어 쓰는 것도 비슷하고. 하다 보면 ui도 닮은 점이 많아요. 게임판을 지배하고 있는 소니 저스티스 워리어(...)들이 표절작이라고 비난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 ㅋㅋㅋ


 - 그래서 결국 1. 사람을 상대로 잠입 및 배틀. 2. 쥐떼를 상대로 길 뚫기 퍼즐...을 하는 게 게임 시스템의 거의 대부분인데요. 

 먼저 잠입 플레이는 아주 쉽습니다. 숙이고 걷기만 하면 적의 바로 뒤로 막 돌아 다녀도 절대 안 걸려요. 그리고 중반 넘어가면 돌팔매질(유일한 공격 수단입니다)을 업그레이드해서 그냥 액션 게임 감각으로 다 죽이며 다닐 수도 있구요. 조준 보정이 강려크하게 걸려 있어서 대충 휙휙 던져도 걱정 없습니다. 

99814E505E38264344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주인공의 무기는 슬링샷 하나로 제한됩니다. 청소년이라 그런지 적들 무기를 주워 쓰지도 않더군요)


 쥐떼 퍼즐 역시 어렵지 않습니다. '내가 뭘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군?' 이라는 상황의 연속이라 멍하니 아무 조작이나 하고 있어도 막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ㅋㅋ 어쩌다 실수로 죽어도 금방 재시작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계속 반복하다 보면 다 풀립니다. 

99F503505E38264301
(쥐들이 보이십니까. 이건 쥐가 아주 조금만 보이는 장면입니다. ㅋㅋㅋ 쥐 공포증(?)이라도 있으신 분은 절대 플레이 불가.)

 암튼 그래서 전반적인 플레이 난이도는 상당히 낮습니다. 종종 좀 막히는 구간이 있지만 그래도 서너번 덤비면서 상황을 암기하다 보면 싱겁게 다 풀려요. 그래도 이게 괜찮게 보이는 부분이라면, 난이도와 관계 없이 퍼즐이나 액션의 구성과 배치가 꽤 잘 되어 있습니다. 쓸 데 없이 난해하거나 불합리한 퍼즐도 없고, 액션이 벌어지는 상황도 대체로 싱거울지언정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푸는 재미와 싸우는 재미가 있어요.

 전체 1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챕터당 한 시간도 안 걸리는 데다가 몇몇 챕터는 아주 짧아서 실제 플레이 시간은 열시간 내외. 이런 류의 게임에 익숙한 분이라면 여기서 두어시간은 더 단축할 수 있으니 넷플릭스 드라마 한 시즌 감상하는 기분으로 금방 플레이할 수 있죠.


 - 대충 정리하자면, 여러모로 특별히 부족한 곳 없이 적절한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게임입니다.
 제작사가 대형 제작사가 아니고 이 게임도 소품급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 좋게 봐 줄 수 있겠구요.
 지금 스팀에서 60% 세일 중이라 가격이 2만원이 채 안 되니 이 정도면 뭐 가성비가 아주 높은 게임이라 할 수 있겠네요. 풀프라이스로는 5만원 조금 안 되는데... 음. 이건 좀 애매하구요. ㅋㅋ
 ...라고 적고 보니 단점은 언급을 안 했군요. ㅋㅋㅋ 짤 올리느라 정신이 없어서. orz
 

 - 단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뭐 주인공이 어린 소녀라는 걸 감안해서 개연성 있게 디자인 된 게 맞긴 하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화끈한 액션!!'을 바라는 분들에겐 감점이겠구요.
 또 막판의 스토리 전개가 좀 급전개입니다. 위에서 '라스트 오브 어스'와 비교를 했는데, 초중반까진 꽤 그럴싸하게 따라가지만 막판엔 좀 에라 모르겠다는 느낌(...)으로 후다닥 일이 터지고 마무리되는 느낌이 있어요. 주인공과 동생의 관계도 그렇게 감동적으로 묘사되진 못한 것 같구요.
 마지막으로 스킬들이... 막판에 가면 이런저런 강력한 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그것들을 화끈하게 사용해볼만한 전투 구간이 전무할 뿐더러 자원이 부족해서 그 도구들을 많이 만들지도 못 합니다. 그래서 좀 감질맛이 나죠.
 그냥 아주 라이트한 버전의 라스트 오브 어스인데 배경과 소재가 독특해서 재밌다. 뭐 이 정도의 게임으로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건

99C057505E38264241


 바로 비주얼이었습니다.

 이미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이라는 게임이 요즘 세상엔 돈 쪼들리는 제작사도 작정하고 나서면 AAA급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다... 는 걸 증명하긴 했습니다만. 그 게임의 경우엔 그 멋진 그래픽 안에서 게이머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 걷는 것 빼곤 거의 없는 게임이었거든요. 상호작용이랄 게 거의 없으니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느낌이었는데 이 게임은 그에 비해선 꽤 액션도 많고 게임 속 오브젝트도 많은 편인데도 '모르고 보면 소니가 만든 게임인 줄' 착각할 정도로 고퀄의 비주얼을 뽑아냅니다. 기술적으로도 훌륭하고 미술도 아주 잘 돼 있어서 시종일관 눈이 즐거운 게임이었네요.


99DB1C505E3826413A


 눈이 즐겁다... 라는 표현을 쓰기엔 너무 암담하고 더러운 비주얼로 일관하긴 합니다만. ㅋㅋㅋ 암튼 그랬습니다.



 - 쭉 라스트 오브 어스와의 연관성을 얘기했었는데, 사실 스토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 쌩뚱맞게도 일본 게임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와 굉장히 비슷한 설정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렇게 흔한 설정은 아니고 또 발매 시기가 거의 겹치다시피 하는 게임이라 서로 영향을 받았을 리도 없는데, 재밌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네요.



 - 부제로 붙어 있는 '이노센스'는 아마도 주인공들의 나이 때문에 붙어 있는 것 같아요. 주인공과 그를 돕는 동료들이 모두 미성년이거든요.


991CD6505E38264405


 그래서 이렇게 오골거리는 장면도 가끔 나오고 그럽니다. ㅋㅋㅋ



 - 배경이 프랑스라서 프랑스어 음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기본은 영어인데 그대로 냅두면 프랑스어 뉘앙스로 하는 영어 연기를 듣게 되죠. 서양 사람들은 이런 거 기분 나빠하지 않는 걸까요? ㅋㅋㅋ 그리고 프랑스어를 선택해도 주인공 동생 이름을 꿋꿋하게 '휴고'라고 하더라구요. Hugo이니 프랑스식으로 읽으려면 '위고'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여러모로 아리까리한 서양 게임 더빙의 세계...



 - 속편이 제작중이라네요. 뭐 워낙 평도 좋고 많이 팔리기도 해서 당연한 수순이라고 하겠지만... 페스트를 또 써먹으면서 스토리를 만들려면 말 그대로 '쥐어짜'내야할 것 같아서 별로 기대는 안 됩니다. 뭐 게임 플레이만 잘 만들면 또 잘 팔리긴 하겠죠. 이건 영화가 아니라 게임이니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0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6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10
125841 의사 증원 2000명이 천공 밈화 되는 걸 보면서.. [3] 으랏차 2024.03.28 779
125840 이미 망한 커뮤에 쓰는 실시간 망하는중인 커뮤 이야기 [7] bubble 2024.03.28 979
125839 몬스터버스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1] 돌도끼 2024.03.28 181
125838 롯데 인스타에 [12] daviddain 2024.03.28 299
125837 고질라 곱하기 콩 봤어요 [5] 돌도끼 2024.03.28 349
125836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4.03.28 449
125835 프레임드 #747 [4] Lunagazer 2024.03.27 57
125834 [핵바낭] 다들 잊고 계신 듯 하지만 사실 이 게시판에는 포인트란 것이 존재합니다... [27] 로이배티 2024.03.27 605
125833 예전 조국이 이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지 않습니까? [4] 머루다래 2024.03.27 870
125832 ZOOM 소통 [9] Sonny 2024.03.27 328
125831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사람 catgotmy 2024.03.27 255
125830 문득 생각난 책 [1] daviddain 2024.03.27 167
125829 종교 유튜브 catgotmy 2024.03.27 116
125828 [왓챠바낭] 엉망진창 난장판 코믹 호러, '좀비오2'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4.03.27 188
125827 다시 한번 역대 최고의 영화 중의 한 편인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 초강추! ^^ (3.27, 3.30, 4.14 서울아트시네마 상영) [8] crumley 2024.03.26 260
125826 조국에 대해 [3] catgotmy 2024.03.26 602
125825 프레임드 #746 [5] Lunagazer 2024.03.26 58
125824 영한대역 삼국지 catgotmy 2024.03.26 84
125823 공직자 조국 혹은 인플루언서 조국 vs 정치인 조국.. [6] 으랏차 2024.03.26 710
125822 넷플릭스 [삼체] 감상 (스포 주의) [13] 영화처럼 2024.03.26 56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