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과 마찬가지로 45분쯤 되는 에피소드 여덟 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즌 1과는 완전히 독립된 아예 다른 이야기이구요.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9909753D5F1C1D6620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라는 상황)


 - '5년전' 이라는 자막과 함께 차를 타고 폐쇄된 캠핑장에 들어가는 흥청망청 씐나라 씐나 젊은이들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근데 한밤중에 얘들이 갑자기 여자애 하나를 몰아세워요. 재판을 하겠다나요. 알고보니 이 캠핑 자체가 애초에 그 여자애 하나를 갈구기 위한 함정이었구요. 그래서 뭐... 암튼 죽여서 묻습니다.

 그리고 현재. 그 폐쇄된 캠핑장이 리조트로 개발이 된다네요. 그래서 함께 묻은 5인조는 본의 아니게 다시 뭉쳐 그 시체를 완전히 처리하러 가기로 결심해요. 근데 문제는 그 캠핑장을 지금은 어떤 21세기 버전 히피스런 사람들이 사들여서 자기네 생활공동체로 쓰고 있다네요. 그래도 알아보니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숙박 사업 비슷한 걸 하고 있다길래 다섯이 함께 숙박 신청을 하는데... 문제는 이게 눈보라 몰아치는 한겨울이고, 이 계절엔 손님이 올 이유가 없는 곳이라 이 여행 자체가 넘나 어색하고 의심스러우며, 그 '생활공동체'의 사람들도 왠지 모르게 비밀이 많아 보인다는 겁니다.

 그 다음이야 뭐 뻔하겠죠. 갔더니 찾던 시체는 없고. 난데 없는 살인이 벌어지며 시체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순리대로 전화는 끊길 것이고 탈것은 사라지며 눈보라가 몰아치겠죠.



 - 시즌 1이 '스크림'과 '세븐'에다가 '양들의 침묵' 토핑을 끼얹은 물건이었다고 며칠 전에 적었는데요. 이번 시즌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식의 무대에서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시즌 3은 또 뭘 갖다 썼을지 기대되네요. ㅋㅋㅋ

 근데 사실 전 이걸 '나는 네가 지난 여름...' 보다는 훨 재밌게 봤습니다. 솔직히 그 영화는 주연 배우들 미모와 나름 준수했던 도입부를 빼면 영 엉성하지 않았던가요. 이 드라마라고 해서 그것보다 '질적으로 다르다'고 할만큼 잘 만든 작품은 아닙니다만. 그냥 그 영화를 되게 재미 없게 봤어요 제가. 리즈 시절 제니퍼 사랑 휴이트의 미모가 없었다면 보다가 중간에 꺼버렸을 겁니다. 하하.



 - 이런 설정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라면 당연히 빠른 시간 내에 승부를 보는 게 좋습니다. 외부로부터 차단된 공간에서 살인마에게 차례로 도살당하며 서로 의심하는 사람들... 이라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길게 끌어서 좋은 게 뭐 있겠어요. 그냥 극장판 영화 한 편 정도의 런닝타임이 적절할 텐데 이 드라마의 런닝타임은 그것의 3~4배란 말이죠. 그래서 분량 보충을 위해 플래시백이 참 많이 들어갑니다. 시체 찾으러 온 5인조가 어쩌다 그 시체를 만들게 되었는지를 조금씩 잘라서 찔끔찔끔 보여주다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결말을 보여주고요. 또 생활공동체 멤버들의 속세에서의 삶과 이런 공동체로 흘러들어오게된 과정 같은 걸 멤버별로 짤막하게 보여주고요.


 그런데 다행히도 이 플래시백들이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5인조 과거 회상이 보여주는 희생자 & 5인조 각각의 모자람과 재수 없음도 나름 설득력도 있으면서 보는 재미도 있구요. 그 이야기의 결말이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보여지는 건 마지막의 반전과 맞물리는 효과도 있어서 나름 머리 쓴 거구나... 싶었네요. 

 또 생활공동체 멤버들의 과거는 그 자체로도 나름 호러인 부분들이 있어서 작품과 잘 어울리고 등장인물들에게 입체성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사실 본편에 해당되는 현재 시점에서 벌어지는 살육 파티가 그렇게 재밌는 편까진 아니기 때문에 이 플래시백들의 재미가 준수했던 게 다행이었죠. 



 - 한국 넷플릭스에는 '슬래셔 : 과거의 그들'이라는 뭔가 갬성 터지는 제목이 되어 있는데, 원제는 Guilty Party 입니다. 제목 그대로 뭔가 죄책감을 뒤집어쓴 수많은 인간들이 나와서 울고 불고 화내다가 하나씩 썰려나가는 내용이니 원제가 훨씬 적절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캐릭터들 중 대부분이 '응. 그래. 너는 재수 없는 놈이지만 니 심정은 이해가 가. 그래도 역시 재수 없다는 건 변함이 없네' 정도로 적절히(?) 조율되어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아예 없지는 않으면서도 이렇게 사람들 죽어나가는 걸 구경하는 부담감은 상당히 덜어주고요. 그 와중에 그나마 결백한 캐릭터 하나를 막판까지 살려둬서 보는 사람들이 아예 긴장을 놓아버리지는 못하게 하는 센스도 괜찮았습니다.


 진범을 숨기는 방법은... 뭐 역시 8화중 4화 정도 보고 나면 진범의 정체와 거기에 장착된 트릭까지 짐작이 가능합니다만. 그래도 그 이후로 꾸준히 다른 놈들을 차례차례 좀 더 수상해 보이게 만드는 방식으로 혼란을 주는 성의가 있었구요.


 여러모로 본 시간이 아깝지는 않은 B급 호러였고 최소한 시즌 1보단 훨씬 나았습니다. 그걸 보고 바로 봐서 더 관대해진 걸 수도 있겠지만요. ㅋㅋㅋ



 - 또 지나치게 칭찬을 하는 것 같아서 균형 맞추기로 좀 지적질을 추가합니다.


 1. 이 장르 특성상 살인자의 지나친 수퍼 파워와 지극 정성은 눈감아 주셔야 합니다. ㅋㅋㅋ

 2. 사실 눈보라로 다들 (꽤 넓다고는 해도) 한 집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진범이 그렇게 활개치고 다니면서도 안 들킬 가능성은 거의... 도 아니고 그냥 없죠.

 3. 진범의 정체를 숨기는 트릭은 사실 좀 반칙입니다. 트릭 자체는 남들도 흔히 쓰는 트릭이지만 연출상 좀 비겁하게 속이는 면이 있어요. ㅋㅋ

 4. 주인공들은 당연히 멍청합니다. 아 좀 혼자 다니지 말라고!!! 위험한 데는 그냥 가지 말라고!!! 중요한 거 깨달았음 혼자 옹알거리지 말고 주변에 얘기 좀 하라고!!!

 5. 아마 플래시백 없이 현재 파트만 이어서 보면 어마어마한 양의 개연성 상실과 말도 안됨의 쓰나미가 몰려올 겁니다. 잘 쓴 스토리라기보단 대충 써놓고 결함을 열심히 숨긴 스토리 정도...

 6. 이건 보시는 분에 따라 장점일 수도 있는데, 고어가 어마어마합니다. 늘 필요 이상이라서 '악취미'라는 생각이 막 들 정도. 전 나중엔 거부감이 들어서 '아 이제 고어구나' 싶을 땐 화면에서 잠시 눈을 돌리기도 했어요. =ㅅ=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범인 찾기 하는 살인극이지만 결국 두뇌를 비우고 보는 B급 호러입니다. 뭐 잘된 추리 소설의 그런 재미 같은 건 기대하시면 안 되구요. 

 하지만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분위기'가 생각보다 강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재밌게 봤습니다.

 나름 반전 트릭도 성의 있고 기승전결도 깔끔하고 그래요. 사실 애초에 슬래셔 무비라는 게 개연성 부족 같은 거 따지고 들면서 볼 수 있는 장르가 아니지 않습니까. ㅋㅋ

 엄격하게 따지고 들지 않고 그냥 적당히 속아주면서 분위기만 취하는 태도로 즐기는 게 가능하시다면 나름 재밌게 볼 수 있을 호러 티비 쇼였습니다. 

 보고 나서 남는 건 없지만, 제목이 '슬래셔'인 티비 시리즈를 보면서 그런 거 기대하시면 안 됩니...




 + 5년전의 배경이 되는 캠핑장은 시즌 1의 주인공들이 중요한 일을 겪는 장소로 언급된 적 있습니다. 우왕 같은 세계관!!! <-



 ++ 5인조 청년들은 누구 하나 빠짐 없이 재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중 제일 상식적이고 착한 애가 가장 재수 없었습니다(...) 가만 보면 지가 거의 모든 일의 근원이나 마찬가진데 꼭 크리티컬한 순간에만 착한 척을 한단 말이죠. 나머지 애들은 다 분노와 배신감에 사로잡혀서 정신줄을 놓았다고 쳐도 이 놈은 그럴 일도 없었는데. 제일 나빠요. ㅋㅋㅋㅋ



 +++ 역시 '슬래셔'라는 제목 단 드라마에서 기대할만한 건 아니지만. 경찰들 잘못도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아무리 봐도 5년전의 그 사건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려면 21세기의 미국 경찰이 '살인의 추억' 속 경찰 이하의 수사력을 보여주지 않고서야...



 ++++ 채식주의자의 새로운 분류 하나를 알게 되었네요. 프리건? 채식에다가 재활용을 결합하다니 정말 환경 보호 식생활의 끝판왕급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검색해보니 뭔가 의미가 되게 광범위하네요.



 +++++ '과거의 그들'이라는 한국판 부제 때문에 보는 내내 자꾸 이 노래 생각이



 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388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10595
114071 우울하군요 [2] daviddain 2020.09.07 490
114070 음알못이지만 조규찬은 좋아합니다. [18] Lunagazer 2020.09.07 654
114069 [바낭] 세월을 함께 한 시리즈 [8] 로이배티 2020.09.07 537
114068 루시퍼 5A 감상 (약간 스포 포함) [12] Tuesday 2020.09.07 273
114067 Jiri Menzel 1938-2020 R.I.P. 조성용 2020.09.07 150
114066 테넷 - 007 [6] Sonny 2020.09.07 604
114065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예상수 2020.09.06 421
114064 대사 하나도 이해하지 못해도 재밌군요 [2] 가끔영화 2020.09.06 558
114063 테넷 - 감독으로서의 야망 [8] Sonny 2020.09.06 838
114062 비혼과 선택... [2] 안유미 2020.09.06 584
114061 네이버 시리즈 온으로 시작하는 의식의 흐름 [2] 2020.09.06 260
114060 미아 와시코브스카 in treatment [6] 크림롤 2020.09.06 471
114059 돌비 애트모스 지원 헤드폰 구입했습니다! (fea. 반일불매운동) [3] 얃옹이 2020.09.06 374
114058 듀나in) 고전 크리처물 영화 질문(개발새발 그림첨부) [8] 메피스토 2020.09.06 335
114057 주말, 연락할 사람들 안유미 2020.09.06 268
114056 아비정전을 보고 있어요. [9] 하워드휴즈 2020.09.06 469
114055 네플릭스 영화 생각하지 않으려해 2020 독특하네요 [3] 가끔영화 2020.09.06 567
114054 바낭ㅡ다음 뉴스에 댓글 5000개 썼네요 [3] 가끔영화 2020.09.05 477
114053 반도를 보았습니다. [4] 분홍돼지 2020.09.05 574
114052 메시와 마라도나 daviddain 2020.09.05 17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