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과 선택...

2020.09.06 18:02

안유미 조회 수:776


 1.전에 썼듯이 그래요. 결혼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죠. 아이를 낳아도 되고 안 낳아도 되고요. 


 그러나 문제는 이거예요. '그럴 수 있는 동안에만' 그렇게 생각할 자격이 있다는 거죠. 오직 결혼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고 아이를 낳을 기회가 있는 동안에만 결혼의 단점과 출산의 단점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는 거거든요. 비혼주의자라던가 비출산주의자라고 스스로 말하고 다닐 수 있는 건 아무리 잘 봐줘도 40 초반 정도겠죠. 그 나이를 지나가버리면 비출산주의나 비혼주의 같은 것을 논할 수도 없게 돼요. 선택할 수도 없는 것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건 넌센스잖아요?


 그리고 꽤 많은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되기도 하죠. 비혼주의였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여러 문제로 고민하고 외로워하는 건 어쩔 수 없겠죠. 



 2.아니 뭐 어쩔 수 없는 것일수도 있겠죠. 원래 인간의 인생이란 건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그리 만족스럽지도 않은 것일지도요. 30년 뒤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는 없잖아요? 우리는 30년 뒤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살아가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나 역시 인생 전체를 조망해 보면, 후회 없이 사는 건 중요하긴 해요. 나는 남자니까...여자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남자에 대한 것만 써보죠. 여자에 대해 쓰긴 힘든 건, 내가 남자여서만은 아니예요. 여성의 경우에는 자본력이나 이런저런 능력이 자신의 모자란 점-모자라다고 타인에게 여겨지는 점-을 완벽하게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예요. 

 


 3.결혼 얘기를 자주 하긴 하지만, 사실 나는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여기서 재산에 0하나 더 붙이고 결혼은 영원히 안 하는 미래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죠. 문제는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거예요. 여기서 재산에 0 하나 이상을 못 붙일 깜냥이면 그냥 결혼을 하는 편이 낫거든요. 어떤 결혼이든간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결혼을 말이죠.


 그러니까 내가 결혼에 대해 쓰는 건 내가 계획한 대로 인생이 잘 안풀렸을 때의 차선책을 말하는 거예요. 그냥 보통 체급으로 살아야 하는 거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게 좋으니까요. 잘 결혼하고 아이를 잘 낳아서 잘 키우면, 스케일에 관계없이 그 사람의 인생은 구색이 잘 갖춰진 인생인 거거든요.



 4.휴.



 5.네이트 판에 가보면 50살 넘게 먹은 사람들이 결혼을 안한 걸 후회한다는 글을 쓰곤 하죠. 위에 썼듯 인생은 선택권의 문제니까요. 


 사실 그렇거든요. 50살을 먹었든 60살을 먹었든, 마음만 먹으면 몇달 안에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혼을 안한 걸 후회할 필요가 없겠죠. 왜냐면 그냥 결혼을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 중에서도 꽤 괜찮은 사람조차도 40대 중반-50살을 넘어버리면 결혼을 하기가 힘들게 되거든요. 그리고 자신이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기간이 끝나서 할 수 없게 된 선택은 더 값어치가 있어 보이는 법이고요. 



 6.그렇기 때문에 후회없는 오늘을 살고 싶다면 남자는 많은 것을 모아놔야 해요. 돈이든 명성이든 인맥 같은 것들이든요. 50살이나 60살에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결혼할 수 있는 남자로 살기 위해서죠. 마음만 먹으면 결혼을 할 수 있는 남자만이 결혼을 안한 걸 후회하며 살 필요가 없는 법이니까요.


  

 7.물론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아요. 다만 결혼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상황을 겪어야 하는 건 더 짜증나는 일이죠.


 한데 나는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60살이나 70살에도 '결혼? 그런 건 내일 생각해 보도록 하지.'하면서 놀러다닐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을지 아니면 '젠장...결혼할 수 있을 때 결혼할걸.'하면서 후회하는 사람이 될지 말이죠. 몇 살이든 '결혼은 내일 생각해 보자고.'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6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10
125841 의사 증원 2000명이 천공 밈화 되는 걸 보면서.. [3] 으랏차 2024.03.28 779
125840 이미 망한 커뮤에 쓰는 실시간 망하는중인 커뮤 이야기 [7] bubble 2024.03.28 979
125839 몬스터버스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1] 돌도끼 2024.03.28 181
125838 롯데 인스타에 [12] daviddain 2024.03.28 299
125837 고질라 곱하기 콩 봤어요 [5] 돌도끼 2024.03.28 349
125836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4.03.28 448
125835 프레임드 #747 [4] Lunagazer 2024.03.27 57
125834 [핵바낭] 다들 잊고 계신 듯 하지만 사실 이 게시판에는 포인트란 것이 존재합니다... [27] 로이배티 2024.03.27 605
125833 예전 조국이 이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지 않습니까? [4] 머루다래 2024.03.27 870
125832 ZOOM 소통 [9] Sonny 2024.03.27 328
125831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사람 catgotmy 2024.03.27 255
125830 문득 생각난 책 [1] daviddain 2024.03.27 167
125829 종교 유튜브 catgotmy 2024.03.27 116
125828 [왓챠바낭] 엉망진창 난장판 코믹 호러, '좀비오2'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4.03.27 188
125827 다시 한번 역대 최고의 영화 중의 한 편인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 초강추! ^^ (3.27, 3.30, 4.14 서울아트시네마 상영) [8] crumley 2024.03.26 260
125826 조국에 대해 [3] catgotmy 2024.03.26 602
125825 프레임드 #746 [5] Lunagazer 2024.03.26 58
125824 영한대역 삼국지 catgotmy 2024.03.26 84
125823 공직자 조국 혹은 인플루언서 조국 vs 정치인 조국.. [6] 으랏차 2024.03.26 710
125822 넷플릭스 [삼체] 감상 (스포 주의) [13] 영화처럼 2024.03.26 55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