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부작 드라마입니다. 편당 50분 정도 하구요. 마지막에 다음 시즌용 떡밥 같은 걸 날리긴 하지만 꼭 나올 필요 없이 완결되는 이야기에요. 스포일러는 없구요.



 - 아. 전 원작을 안 읽어봤고 원작자이자 드라마판의 각본도 80% 이상 책임졌다는 (이 분이 써 가면 이경미 감독이 수정하는 정도였다네요) 정세랑 작가도 이름만 들어 본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냥 원작과 원작자는 없는 셈치고 글을 적을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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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대로 보건교사 안은영씨가 주인공입니다. 어려서부터 '젤리'(라고 적고 엑토플라즘이라고 읽으면 대략 비슷합니다)를 보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자신만의 퇴치 기술도 갖추었죠. 한 마디로 퇴마사... 인데 딱히 누구에게 의뢰를 받거나 하는 일 없이 걍 자원봉사처럼 남들 몰래 얍얍 해결하고 다녀요. 친구도 없고 가족과도 따로 떨어져 살며 사회성이 떨어지는데 딱히 사회성을 갖춰 보려는 의지 또한 없습니다. 솔직히 채용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예쁘니까겠죠

 이런 안은영씨가 본인이 재직중인 학교의 금수저 한문 선생과 엮이고, 그리고 이 학교가 생각 외로 좀 많이 위험한 곳이라는 걸 알게되면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사건들을 다루는 환타지 코믹 드라마입니다. 무서운 장면 같은 건 없어요.



 -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쌩뚱맞게도 일본 만화들. 그 중에서도 특히 타카하시 루미코였습니다. 란마1/2, 이누야샤, 인어의 숲 시리즈 등등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말이죠. 이야기가 딱 그 분 스타일이에요. 남녀 커플 주인공에 둘 중 한 명에게 수퍼 파워가 있고 나머지 한 명은 실전에선 역할이 별로 없는 대신 '하지만 갸가 없으면 주인공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라는 핑계를 하나 붙여주는 식의 설정이라든가. 나오는 '젤리'들의 코믹하고 귀여운 생김새도 좀 그렇구요. 결정적으로 이 분의 인생 대표작인 '시끌별 녀석들'의 주인공들 다니는 학교 보건 교사가 퇴마사죠. 생김새나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요.

 그 외에도 중간중간 맥락 없이 나타나 꽥꽥거리는 오리들 역시 일본 만화에 자주 나오는 연출들 생각이 났구요. 수백년 전에 무슨 사연이 있어서 계속해서 흉흉한 일이 벌어지는 학교에 '능력자'들이 자꾸만 나타나서 주인공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사태를 키우는 전개도 역시 딱 일본 만화스러운 느낌.


 근데 이게 의외로 이경미 감독 스타일과 되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분 유머 코드가 좀 분위기 싸늘... 해지면서 피식 웃기는 그런 게 있잖아요. 이런 일본 만화스런 분위기랑 잘 맞더라구요.



 - 정유미 팬이시라면 필견입니다. 사실 이 분 연기 자체는 늘 하던 그 연기(?) 그대로인데, 그게 이경미 영화의 캐릭터로 활용이 되니 되게 재밌고 귀엽습니다. 사실 제가 정유미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전부터 이런 역할 한 번 해 주길 바랐는데 소원을 성취했네요. ㅋㅋ 게다가 엄청 예쁘게 나와요.

 그 외의 다른 배우들은... 대부분 크게 비중이 없는 가운데 이젠 얼굴만 보면 자동으로 '여배우는 오늘도'가 떠오르는 문소리씨는 그 존재감으로 본인 밥값 충분히 해주시구요. 남주혁은 뭐, 연기를 보여줄만한 역할이 아니었어서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비중과 역할에 어울리게 괜찮았어요. 무게 잡고 폼 잡는 장면이 단 한 번도 없는 역할이라 부담스럽지도 않고 그냥 예쁘고 잘 생긴 얼굴이 눈에 잘 들어오더군요.

 그 외엔 이제 학생 역할 배우들인데, 이 분들은 캐스팅이 정말 이경미스럽습니다. 말 그대로 '평범하게 생긴' 배우들 데려다가 실감나게 써먹고, 심지어 예쁜 배우를 데려다가도 아주아주 평범한 느낌으로 분장 시키고 활용해요. 한 마디로 그냥 다 평범한 느낌인데 보다보면 정들고 귀엽고 사실은 예쁜 분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되고 뭐 그렇습니다. 



 - 음... 근데 좀 아쉽습니다. 사실은 많이 아쉬워요.

 이게 보다보면 최소 10개 이상 에피소드로 만들어졌어야할 이야기를 6개로 무리해서 압축해 놓은 티가 납니다. 

 

일단 인물들의 관계가 딱히 설명도 없이 급진전되는 일이 거의 모든 캐릭터에게 벌어집니다. 안은영과 금수저 한문 선생의 관계 같은 건 사실 이런 타카하시 루미코물(누구 맘대로;)에선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고, 이게 둘의 일상적인 관계가 한참 쌓여야 납득이 되고 매력이 발휘되는 부분인데 '시간 관계상 생략합니다'라는 느낌으로 막 진행되니 막판에 감정도 안 살구요.


 안은영의 주변에 개성적이고 특이한 캐릭터는 잔뜩 배치되어 있는데 이들이 대부분 낭비됩니다. 뭔가 더 있을 법한 데도 그냥 넘어가고, 뭔가 더 있어야만 하는 데도 그냥 넘어갑니다. 에피소드 갯수가 적어서 주인공에게 집중하자... 라는 선택이었을 수 있겠지만 이게 종종 이야기의 개연성까지 깎아 먹어서 말이죠.

 

 또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도 그렇습니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도 급전개에 띄엄띄엄이어서 보면서 내가 뭘 놓쳤나...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클라이맥스 자체는 그야말로 탈력!!! 그 자체. '......음? 설마 이게 끝;;;' 이런 느낌이었네요.


 그리고 이러면서 안은영에게 중요한 사건들을 와다다다 써버렸으니 다음 시즌이 혹시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역시 아쉬울 것 같아요. 제작비가 문제였는지 뭐가 이유였는진 모르겠지만 이게 참 안타깝네요. 에피소드 3까지는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 정리하자면, "아 그것 참 재밌다 말았네..." 라는 느낌입니다.

 일본 만화풍의 드라마에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한 번 보실만 합니다. 이런 드라마는 일본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쪽이 요즘 비실비실하니 한국에서 나오는군? 이라는 생각까지 했네요. ㅋㅋㅋ 전 뭐 '트릭' 같은 걸 인생 드라마로 꼽는 사람이니 그런 부분은 당연히 괜찮았어요.

 다만 아쉬움은 남습니다. 다루려는 내용 대비 지나치게 짧은 분량, 낭비되는 캐릭터, 듬성듬성 넘어가는 후반 스토리 전개. 그리고 이경미 감독의 개성이 잘 살아 있다고는 했지만 특유의 그 독한 느낌(?)은 없어요. 분명 이경미 캐릭터들인 건 맞는데 시종일관 순한 맛이라는 느낌.

 이경미 감독이나 정유미의 팬이라면 그래도 두 분 개성 잘 느껴지는 작품이니 그냥 보시는 게 좋겠지만 기대치는 많이 낮추시길.




 + 학교, 사회에 대한 풍자적 의미의 에피소드들이 들어가긴 하는데, 다 그냥 슬쩍슬쩍 건드리기만 하고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그 와중에 동성애 언급도 살짝 나오는데 그게 좀 어색하고 튀어서 '이경미쯤 되는 사람이 어쩌다...?'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 안은영씨는 사회성 떨어지고 센스 없는 히키코모리성 캐릭터 치고는 옷을 너무 신경 써서 잘 입더군요. ㅋㅋㅋ
 그리고 낙하산 금수저의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정의로운 모습에 할 말을 잃었습니... 심지어 외모가 남주혁이잖아!! ㅠㅜ


 +++ cg는 괜찮았다가 떨어지다가 좀 오락가락하는데, 애시당초 사실주의는 내다 버린 일본 코믹 만화풍 cg들이라 거슬리진 않았어요.


 ++++ 여성 작가 원작에 여성 감독 연출, 여배우 원탑 작품이네요. 게다가 정유미는 김지영 출연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찍히(...)기도 했구요. 그래서 그런지 구글에서 이 드라마 제목을 치면 자동으로 뒤에 '페미'가 붙어 나옵니다. ㅋㅋㅋ 그리고 이러한 제작진 구성의 넷플릭스 드라마답게 남자 캐릭터들 비중이 아주 작아요. 그나마 비중 큰 남주혁도 나오는 역할은 그냥 말하는 인공지능 대용량 보조 배터리 정도랄까. 다행히도 디자인이 아주 예뻐서 괜찮습니다만. 정유미랑 투샷을 보면 키가 엄청 커 보이길래 찾아봤더니 188cm네요. 인기 많을만 합니다.


 +++++ 이래저래 투덜거렸지만 1, 2, 3화까진 참 재밌게 봤고 이후에도 고1 때 친구 에피소드는 인상적이었어요. 그냥 되게 뻔한 얘긴데 슬퍼서 눈물 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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