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책 '무한의 주인'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24편짜리 애니메이션 시리즈입니다. 원작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다 다루기 때문에 시즌 2 같은 건 없을 거에요. 결말 스포일러는 없는 글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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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도가 어쩌고 막부가 어쩌고 하던 시절의 일본입니다. 

 주인공 1번 '만지'는 어쩌다가 '혈선충'이라는 환타지 생물을 몸에 지니게 되어 불사신이 되었죠. 온 몸이 다 썰려도 안 죽고 잘려나간 수족도 잘린 자리에 갖다 대면 다시 붙어요. 물론 잘리고 찔릴 때의 고통은 그대로지만요. 원래 좀 성격이 아름답지 못한 칼잡이였던 것 같은데, 사실 실력은 그렇게 압도적이진 않은 평범 고수(?) 정도이지만 이 회복력 쩌는 불사의 몸을 무기로 살아나가고 있습죠.

 주인공 2번은 '린'이라는 소녀입니다. 명문 검술 유파 집안의 딸래미인데. '일도류'라는 신흥 사파 검객 집단의 도장깨기에 부모를 잃고 원수는 갚고 싶지만 본인 능력이 안 되니 주인공 1번을 만나 호위무사가 되어주길 부탁하죠. 

 사실 그런 부탁 따위 들어줄 일 없어야 정상이겠으나, 린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잘못으로 목숨을 잃은 여동생을 느낀 만지가 그 요청을 수락하고, 일본 여기저기를 떠돌며 썰고 자르고 찌르고 썰리고 잘리고 찔리는 시간을 보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 원작이 꽤 유명했죠. 인기도 많았구요. 근데 그 인기의 핵심은 사실 작가의 그림이었습니다. 일본 만화 잡지에 연재하는 작가들치곤 특이하게 연필로 그리는 걸로 유명했었죠. (글 적으며 확인해보니 초반에만 그러다 말았다고는 합니다만) 근데 뭐 연필이든 뭐든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퀄리티의 그림이었어요. 그냥 그림만 고퀄인 게 아니라 장면 연출도 멋졌구요. 스토리가 점점 제 취향에서 벗어나서 보다가 접긴 했지만 정말 그림 하나는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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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이런 정도의 그림... 이 그냥 그런 느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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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는 어떻습니까. ㅋㅋ)



 이 애니를 발견하고 보기로 맘 먹었던 이유도 작화에 대한 평가 때문이었습니다. 매우 고퀄의 작화에 연출도 훌륭해서 원작을 잘 살렸다길래 으아니 그 그림을 잘 살려냈다고? 그럼 어디 한 번 눈뽕이나 맞아보자... 는 맘으로 선택했죠. 편당 20분x24화 밖에 안 되니 아마존 프라임 무료 기간 끝나기 전에 볼 수 있을 거라는 것도 중요했구요. ㅋㅋㅋ



 - 근데... 사실 그게 좀 기대에 못 미칩니다. 

 초반엔 확실히 괜찮아요. 작화도 연출도 고퀄 맞고 원작 느낌 꽤 잘 살리는데, 중반쯤 가면 퀄리티가 뭐랄까... 여전히 좋은 편이긴 하지만 초반 그 느낌은 아니구요. 후반까지 가면 그냥 실망스럽습니다. 무성의한 연출이나 작화 붕괴에 가까운 장면들도 자주 눈에 걸리구요. 그래서 눈뽕은 실패.



 - 작화만 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제가 원작을 보다 말아서 애초에 원작이 문제였는지 개작이 문제인 건진 모르겠는데, 암튼 중반 좀 넘기고부터는 그냥 스토리가 개판으로 흘러가더라구요. 


 일단 원작 스토리의 매력 포인트라면 그런 거였습니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으면서 잔혹한 놈들만 우루루 몰려 나오는 '복수극'이라는 거.

 근데... 중반도 가기 전부터 이야기 톤이 변해버립니다. 시작 부분에서 천인공노할 사이코패스 or 변태 or 사이코패스로 등장했던 인물들 중 상당수가 갑자기 '이놈도 알고 보니 좋은 놈이었어!!!' 빔을 맞고 성격 개조를 당해요.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과 주인공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간지나는 우정(...)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좀 드래곤볼스런 이야기로 변해 버리는 거죠. 칼질에 환장하는 싸움 바보들이 서로 죽일듯 싸우다가 나중엔 츤데레 친구가 되어 함께 싸우는...;


 뭐 여기까지도 그럴 수 있어요. 사실 일본 만화가 장기 연재 들어가면서 분위기 바뀌는 건 아주 흔한 일이기도 하구요.

 정말 큰 문제는 분위기 전환이 이루어진 결과물이 그냥 아주 많이 별로라는 겁니다. 일단 캐릭터들이 그렇게 휙휙 바뀌어 버리니 개연성은 멘틀을 뚫고 들어가고. 중반에는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메인 스토리와 거의 아무 상관 없이 불쾌하기만 한 이야기가 엄청나게 분량을 잡아먹고. 캐릭터들은 또 쓸 데 없이 많이 던져놓다 보니 나중에 교통정리 하느라 허망하게 막 죽어 나가구요. 그 와중에 작가의 수호를 받는 몇몇 캐릭터들은 어떻게 봐도 죽었어야할 상황에서 계속 끊임 없이 살아나요. 다리, 어깨를 거의 반 이상 잘리고 배를 관통당한 캐릭터가 극중 시간으로 몇 시간 뒤 붕대 감고 '아야!' 하고 있는 걸 보면서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렇게 잘리고 썰리고 패배당하면서도 다들 입은 팔팔하게 살아서 오만 폼을 다 잡죠. 하아......;


 그렇게 이야기의 매력이 땅을 파고 들어가는 가운데 작화, 연출까지 약해지니 막판엔 그냥 '기왕 시작한 거 끝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하나로 달렸어요. 다 보고 나니 숙제 끝낸 후련한 기분 정도는 남지만 그 이상의 감흥은 없네요. 딱 오늘까지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무료 체험 기간이었거든요. 해냈습니다! 야호!!! <-



 - 짧게 마무리하겠습니다.

 원작의 열성 팬이라든가, 출연 성우들 중에 맘에 드는 사람이 있어서 그 분 출연작이면 무조건 본다! 라는 분이 아니라면 안 보시는 게 좋습니다.

 극한의 변태스러움을 느껴보고 싶다... 라면 조금 만족(!?)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도 이야기가 재미가 있어야 말이죠.

 솔직히 제가 발견한 이 작품에 대한 평가들이 그렇게 호의적이었던 게 충격적입니다.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들 수준이 그렇게 떨어졌나요.



 + 마지막 에피소드는 갑자기 작화와 연출이 꽤 준수해집니다. 그렇... 긴 합니다만.

 여긴 또 갑자기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와다다다 죽어 나가면서 숨겨진 인간미와 숭고함을 뽐내는데요. 그 중 상당수가 애초에 지인짜 상종 못할 변태 아니면 싸이코였던 놈들이거든요. 그래서 감동은 커녕 그냥 작가 욕만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왜 저런 놈이 저런 폼나는 장면을 배정 받아야 하는데? 라는 식으로요.



 ++ 자르고 베고 폭폭 찌르는 일본 사무라이 만화, 그것도 '불사의 육체'를 소재로한 환타지물이 땡기신다면 훌륭한 대체품이 아마존 프라임에 이미 있습니다.

 데츠카 오사무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도로로'요. 어쩌다보니 아마존 프라임에 많지도 않은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이런 중복 아이템이 있네요. ㅋㅋ

 암튼 작화든 캐릭터든 스토리든 거의 모든 면에서 '도로로' 쪽이 낫습니다. 전 그건 꽤 좋게 봤어요.



 +++ 꽤 유명한 사실인데, 이 작품의 원작자는 거의 공인된 변태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ㅋㅋㅋ

 이 작품 내용들만 봐도 충분히 변태스럽지만 나중에 발간한 일러스트집이 대박이었죠. 여러가지 말도 안 되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고문당하는 여성들... 이 주제였다고. 발간 당시에 꽤 화제가 되어서 한국 커뮤니티에도 그 중 몇몇 그림들이 올라오고 그랬어요. 근데... 정말 궁서체로 진지하게 보기 괴로운 그림들 뿐입니다. 음? 이 작가 당장 체포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



 ++++ 만화책으로 보던 당시에 '지뢰진'과 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었죠. 인간이 할 짓이 못 되는 잔인하고 변태, 폐륜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이 우루루 몰려나오는 하드보일드 분위기의 작품이고. 잔혹한 묘사도 많고. 또 그림 스타일도 좀 비슷한 면이 있었어요. 지뢰진 작가도 상당히 개성있게 잘 그리는 사람이었죠.



 +++++ 당연히(?) 실사 영화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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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보고 싶지 않다... 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본 사람들 평으론 '뭐 당연히 허접하지만 칼싸움 장면들은 꽤 괜찮은 것도 있더라'는 정도로 크게 나쁘지 않더군요.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에요.


 암튼 이제 아마존 프라임 시청 기간은 끝. 내일부턴 웨이브 가입해서 환상특급부터 달려야겠습니다.

 신형 엑박을 손에 못 넣은 억하심정 때문에 게임도 하기 싫고. OTT 서비스들 하나씩 돌아가며 무료 기간 뽕이나 뽑아야겠어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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