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90분 조금 안 되는 영화네요. 원제는 그냥 대척료. 영어 제목은 Running on Karma이고 부제는 한국에서 붙인 거죠. 스포일러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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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저 어느 술집입니다. 좀 이상하게 근육질의 유덕화씨가 스트립댄스(!)를 추고 있죠. 열광하는 여성들 중에 장백지의 모습도 보이네요. 유난히 좋다고 소릴 지르며 팬티 벗어보라고 외치던 장백지씨는 유덕화가 진짜로 팬티를 벗어 던지자마자 돌변해서 체포하려 듭니다. 풍기 단속 중인 경찰이었어요.

 그리고 어느 살인 사건 현장. 형사들이 심각하게 현장에 들어가 얼굴이 뭉개진 남자의 시체를 살피다가... 정말 괴상한 곳에 숨어 있는 남자를 발견합니다. 일단 체포하긴 했는데 도중에 탈출해서 도주해버리고, 역시 풍기단속 현장에서 도주하던 유덕화와 동선이 겹치면서 유덕화와 장백지, 살인자가 마주치게 되는데... 그 순간 우리의 근육맨 유덕화님 눈에 이상한 것들이 보이네요.

 알고보니 유덕화님은 구구절절 뭔가 사연을 가진 소림사 수도승이었는데. 그 사연 때문에 소림사를 떠나서 방탕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고. 이 분의 특기는 마블 히어로들 울고 갈 전투력과 파워에 덧붙여서 '업보'를 보는 능력이었어요. 그리고 이 분이 본 바에 의하면 장백지는 머잖아 죽게 됩니다. 그건 그쪽 사상에 의하면 당연한 운명이니 그러려니... 하면 될 일입니다만, 그렇다고해서 그걸 그냥 쿨하게 냅둬버리면 이야기가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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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색어색...)


 

 - 일단 참 해괴한 볼거리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첫 번째는 바로 위의 짤에서 보이는 유덕화의 몸매죠. 아무 생각 없는 당시 보도자료들을 보면 이 영화를 위해 유덕화가 몸을 만들었네 어쨌네 하는 내용들이 보입니다만... 저게 유덕화가 운동으로 만들 수 있는 몸매일 리가 없잖아요. ㅋㅋㅋ 당연히 특수 분장이고, 되게 구리진 않지만 확연하게 '가짜임!' 이라는 티가 나서 해괴한 느낌을 줘요. 다행히도 유덕화의 캐릭터가 상당히 코믹 캐릭터라 좀 낫습니다만.

 그 다음 볼거리는 그 살인자입니다. 괴상한 곳에 숨어 있다... 라고 한 것이 힌트인데요. 역시 초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괴인이에요. 예전에 '엑스파일' 한 에피소드에서 봤던 괴인 생각이 나서 정겹고 좋더군요. 


 암튼 이렇게 시작부터 현실 감각은 깨끗하게 벗어던지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소림사 출신 초인과 각종 초능력 괴인들이 활보하는 21세기 홍콩!!!

 이후로 유덕화나 괴인이 펼치는 액션 역시 현실성 같은 건 대놓고 제껴버리고 펼쳐지구요. 왜 와이어 액션을 해도 최대한 사실적인 척 하는 게 있고 대놓고 비현실적임을 드러내면서 화려하게 만드는 게 있잖아요. 이 영화의 액션은 시종일관 후자입니다.



 - 전체적으로 살벌하고 잔혹함과 천진난만한 개그 사이를 오가는 영화입니다만. 초반엔 개그의 비중이 크고, 뒤로 갈 수록 살벌함의 비중이 커지죠. 말하자면 어린이들도 봐도 될 것 같은 스트립장면 어쩔 모험극처럼 시작했다가 중후반에 가면 액션 스릴러가 되고 마지막에는... 음... 스포일러를 피해서 말하자면, 굉장히 예측하지 못할 방향으로 튀어서 끝나버려요. 당혹스럽습니다. 사앙당히 당혹스러워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영화 오프닝 타이틀이 보일 때로 잠시 기억을 돌이켜 보면, 이 영화의 감독은 두기봉 혼자가 아닙니다. 위가휘라는 양반과 공동 감독인데, 제가 알기론 두기봉이 다른 사람과 공동 감독을 맡은 걸로 나올 땐 그 공동 감독의 비중이 큰 경우도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본 이 위가휘씨의 영화가 딱 하나있는데 그게 '신탐:매드디텍티브' 이고, 이 영화의 주인공도 이 '대척료'의 유덕화처럼 남들 눈에 안 보이는 걸 보죠. 그리고 iptv에 '두기봉'으로 검색하면 나오길래 시놉시스만 읽어 본 '아좌안견도귀'라는 영화도 이 위가휘가 공동 감독인데, 역시 남들 눈에 안 보이는 귀신을 보게된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세 편 모두 각본을 위가휘가 썼죠. 그래서 이 영화는 사실상 이 위가휘의 영화였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ㅋㅋ



 - 처음에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Running on Karma 라고 이야기했었죠.

 사실 이 영화는 이 영어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실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 '업보'에 대한 이야기이고, 의외로 궁서체로 진지하게 그 업보란 것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합니다. 그러니까 유덕화 캐릭터가 업보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것 때문에 고통을 겪다가 결국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도 있겠네요. 코미디나 액션, 로맨스 같은 부분들은 전부 그 과정의 재료들일 뿐이구요.


 암튼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도 뭐 하늘을 날고 땅을 가르는 초인들의 화려한 결전 같은 것과는 아주아주 거리가 멉니다. 이야기는 끝까지 그 '업보'라는 개념에 집중을 하고, 거기에 걸맞는 결말을 내면서 끝나죠. 왜 그런 거 가끔 있잖아요. 보는 순간 되게 당혹스러운데 다 보고 나서 한참 있다 생각해보면 아... 그냥 원래 그런 이야기였고 그게 맞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영화들. 이 영화도 그런 케이스였네요 제겐. 


 더 이상은 설명을 못하겠어요. 제가 '업보'라는 개념을 잘 모르기도 하고 (그냥 전생에 뭐 잘못했으면 이번 생 꼬인다는 거 아님? 수준 ㅋㅋ) 또 더 자세히 떠들다 보면 결국 스포일러라서.



 - 애초에 현실성을 냅다 걷어 차 버린 이야기이고 이야기 전개상 중간에 좀 툭툭 단절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배우들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좀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유덕화, 장백지 모두 꽤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극단적으로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지만 그래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 정도 들고 걱정도 조금은 들게할 수 있을 정도의 매력을 보여줬다... 고나 할까요. 수시로 이야기 톤이 오락가락하다가 극단으로 치닫는 영화라서 그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 정도면 아주 잘 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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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코미디에 철학도 해야 하고 그 와중에 로맨스도 하느라 바쁘고 정신 없으신 배우님들)



 - 암튼 대충 정리하자면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액션도 나오고 코믹도 나오지만 결국엔 '업보'에 대해 탐구하는 영화입니다. 초장부터 밑밥을 깔아가다가 막판 30분은 그냥 거기에 올인해버리는, 좀 괴이한 오락 영화죠.

 사실 전반 한 시간 동안은 그게 좀 애매합니다. 분명히 재미는 있지만 어수선하게 정리가 덜 된 느낌도 있고, 또 장르 자체가 제가 기대했던 거랑은 많이 달라서요.

 그래서 막판 30분이 이 영화의 핵심이고 거기에 대한 호불호가 감상 소감을 양극단으로 갈리게 만들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만.

 저로 말하자면 절반 정도는 납득하면서 절반 정도는 아쉬웠어요. 여운도 있고 메시지도 있는 괜찮은 결말이긴 한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또 좀 어수선했거든요. ㅋㅋ

 그래서 결국 제 글도 어수선, 결론도 어수선... 그렇습니다. 다행히도 전 원래 괴작 취향이라 재밌게 보긴 했지만 남에게 추천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




 + 수입 영화들에 한국에서 설명조로 부제 덧붙이는 걸 거의 다 욕하는 편인 사람이지만 이 경우엔 납득이 됩니다. 그냥 '대척료'라고 적어 놓으면 너무 멍... 해지지 않겠습니까. 뭐 '무적의 소림쿵푸 마스터'라는 게 영화의 주제나 분위기와는 되게 안 맞긴 한데, 어쨌든 주인공이 무적의 소림쿵푸 마스터인 건 사실이니 이 정도는 봐주는 걸로. ㅋㅋㅋ

 참고로 저도 '대척료'가 뭔지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대충 극중에서 이거랑 비슷하게 들리는 대사가 나올 때 보면 '대척'은 덩치가 크단 얘기고, '료'는 주인공 이름인 것 같더군요.



 ++ 유덕화가 올해로 환갑입니다. 장백지는 한국식으로 42세이니 둘이 거의 스무살 차이가 났던 셈이군요. 그래도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안 나 보였던 걸 생각해보면 유덕화가 저 때까진 많이 젊어 보이는 편이었나봐요. 참고로 이 영화가 2003년 영화로 18년 전 작품이니 지금 장백지 나이가 대략 저 시절 유덕화 나이네요. ㅋㅋ



 +++ 보시다시피 저는 되게 애매한 완성도의 영화처럼 얘기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 해 홍콩의 영화 시상식들에서 핵심 부분을 싹쓸이해가며 호평 받았던 영화입니다. 작품, 각본,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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