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나와야 숲이 보이 듯 온라인 글도 그 사이트 자장권에서 벗어나야 제대로 느껴지는 법이죠. 이틀 째 동기 게시판 논쟁에 (정치판) 가담하다 보니 굉장히 피로합니다. - - 

제가 이 게시판에다 머저리 군 흉/자랑만 쓰고 있지만 남동생 1이 더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하루에 세 마디도 안 하는 과묵 스타일이라 부모님보다 더 어려워하는 동생입니다. 
우리 남매 중 가장 공부를 잘 했고,  성적이 넘 뛰어나서 교장 선생님 강권으로 학교 낯 세우느라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사실 저처럼  물리학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의대 졸업할 무렵 제게 이런 호사스런 말을 날렸어요. "누나는 살고 싶은 대로 살아~ 누나 밥은 내가 평생 책임질게."
2년 만에 이번 명절에 얼굴을 봤는데, 저와 시선을 안 맞추더니 좀전 떠나면서 그러더군요. "살좀 찌워. 곱던 얼굴이 그게 뭐야~" 
이 친구에게서 외모 지적질을 첨 받아봐서 어리둥절/시무룩한 중입니다. - -
 
동생들은 제 어린 날이 잠든 숲이기도 하고 제 젊은 날의 눈물 고인 숲이기도 한 것 같아요. 어린시절, 제가 동생이라면 벌벌 떨며 한땀씩 수놓듯 공들이는 걸 본 주변 분들은 (특히 어머니 친구분들) 제가 자식 낳아 어떻게 키워내는지 지켜보겠다 잔뜩 벼루셨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요. 왜 비혼자로 나이들어가는 자의 숲은 없는가. 나아가 비혼자의 물 속 저 바다숲이 다른 이에겐  안 보이는가. 
그럼에도 숲이란 단어는 멋집니다. 지구상에 숲은 거의 천억개 정도 있다죠. 이 숫자는 우리 뇌 속의 신경세포의 갯수와 비슷하다고 해요. 이 동형성을 경이롭게 생각해봅니다.
숲은 북위 50도 전후에서 생각되는 침엽수립, 즉 타이가 숲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 알잖아요. 이 일방성은 근대의 무지한 유산인 동시에 여전히 엄존해 있는 풍토의 ‘위도적 도그마’인 것이죠. 

제가 넷플릭스 안 하는 걸 알고 그가 저 대신 회원 가입/결제하고 갔어요. "누나가 쓴 영화평들이 젤 재미있었다"며 영화든 드라마든 보고 평을  써보라네요. 
제 눈의 안경이 뭔지는 알겠는데, 영화든 소설이든 스토리가 있는 건 외면한 지 오래입니다, 특히 영화는 감독의 프레임이 넘 답답하게 느껴져서 안 보게 돼요.  - -: 
뭐 지금은 바다숲의 시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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