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더!


전반부는 스릴러 & 호러

후반부는 부조리극이더군요.

영화가 시작부터 끝까지 연극 느낌이긴 한데, 후반부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트윈픽스를 보고 나니 또 뭔가 정신 나간 느낌의 영화를 보고 싶어서 고른 영화였는데...

뭐 의도는 대충 충족되긴 했습니다만, 생각보다 이해하기 쉬워서 오히려 좀 당황했습니다. ㅋㅋ


아니 뭐 디테일하게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 파고들며 설명해 보라고 하면 당연히 못 하구요.

큰 틀에서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건지가 의외로 명확하더라구요. 


대체로 지루하지 않게, 재밌게 봤지만 저는 전반부가 압도적으로 재밌었습니다.


신경 예민 집주인 vs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진상을 다 부리는 정체 불명 손님의 구도로 주인공과 관객들의 신경을 박박박 긁어대는데, 이게 진상질의 강도도 어마어마한데다가 그게 또 그냥 센 진상도 아니고 속도감 쩌는 진상이라서 잠시도 쉴 틈 없이 몰아쳐서 진짜... ㅋㅋㅋㅋㅋ

그리고 뭣보다도 초반엔 '그래서 도대체 이게 무슨 얘긴데? 다음엔 어떻게 흘러가게 할 건데?' 라는 느낌이 아주 강해서 흥미진진했거든요. 긴장도 되고.


반면에 중반의 국면 전환 이후로는 뭐랄까...

강도 높게, 그리고 여전히 빛의 속도로 계속해서 쏟아지는 고난과 수난에도 불구하고 '아, 이런 얘기구나' 라는 게 파악된 후라 긴장이 안 되고 걍 웃음만 나오더라구요.

허허허. 허허허허허. 정말 신랄하게 까네 이 양반. 허허허허허. 뭐 이런 식으로요.



어쨌든 전 재밌게 봤습니다.

위에도 적었듯이 구체적인 디테일들 말고 걍 큰 틀에서 볼 땐 크게 난해한 이야기도 아니니 영화가 너무 어려울까봐 포기했던 분들은 그냥 보세요.

덧붙여서 페미니즘 친화적(?)으로 받아들여질 성격이 강한 작품이라 이 게시판 분들께선 대체로 좋게 보실 수 있으실 듯.




2. 베이비 드라이버


사람들의 평이나 듀나님 리뷰를 보고선 '기분 전환하기 좋은 가볍고 경쾌한 범죄물'일 거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으아니 이야기가 왜 이리 슬픈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짠하고 애잔하고 애잔하고 짠하고 걍 소금에 팍팍 절인 듯한 주인공 처지와 계속해서 꼬이는 상황 때문에 하마터면 눈물날 뻔 했네요. =ㅅ=


범죄를 저지를 때 범죄 계획표에 맞춰 음악을 선곡해서 bgm 겸 타이머를 삼는다... 라는 아이디어는 사실 예전에 한 번 있었죠.


(리즈 시절 브루스 윌리스 전설의 흑역사. ㅋㅋㅋㅋㅋ)


다만 워낙 처참하게 망해서 다들 기억에서 지워 버린 영화인 데다가 위에서 말한 음악 활용 아이디어도 스스로가 조금 써먹다 말아 버렸기 때문에 베이비 드라이버 작가도 걍 당당히 갖다 쓸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뭐 결과물을 봐도 퀄리티부터 아이디어 활용도까지 완성도 차이가 압도적이구요. 


흠... 뭐 암튼.

예상과 다르게 짠하고 애잔한 분위기가 계속 돼서 당황하긴 했지만 역시나 평대로 재밌게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보면서 도대체 헐리웃 블럭버스터 영화들 카 체이스는 왜 (거의) 다 그 모양인가 싶더라구요. 이렇게 잘 만드는 영화도 있는데 돈보다 센스의 문제인 건지.


정말 뻔하다는 표현도 지겨울 정도로 식상한 이야기를 조금씩 개성적인 캐릭터들과 예상과 다른 이야기의 리듬, 그래도 몇 개의 액션 아이디어로 이렇게 신선하고 재밌는 물건으로 만들어 내는 걸 보면 에드가 라이트도 참 훌륭한 양반이다 싶었습니다.


암튼 케빈 스페이시가 특별히 거슬리지 않을(...) 분들이라면 아마 대부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은 영화였어요.

특히 캐릭터들이 대부분 맘에 들어서, 도대체 이게 말이 되나 싶은 막판 몇몇 캐릭터들의 행동도 걍 다 토닥토닥 그러려니 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할 말이 다 떨어져서 이만 줄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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