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위대한 발명

2019.07.14 12:18

어디로갈까 조회 수:1326

BBC에서 제작한 '인류의 발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봤습니다. 
세계 석학들이 꼽은 인류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은 인쇄기계더군요. 이것이 발명된 후, 지식의 축적을 통해 자연을 지배할 힘을 얻게되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동시에 그로부터 인간의 자연에 대한 '강간'이 시작되었으며, 지구 파괴의 속도가 앞당겨졌다는 비판도 곁들여졌고요.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인 컴퓨터도 인쇄기계 비슷하게 많은 표를 얻었어요. 스스로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컴퓨터는 인간의 생물학적 구조를 바꿔 사이버 요소를 생리과정 안에 도입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생물학적 종으로서의 인간은 사이버네틱 종으로 변하게 되는 것일까요? ( 아마도 저는 그런 진화를 보지 않고 죽을 듯하여 별 고민 안... - -) 

컴퓨터와 비슷하게 중요한 발명으로 언급된 것이 인도-아랍의 숫자체계입니다. 그게 없었으면 미적분도, 뉴턴이나 갈릴레이의 업적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당연히 컴퓨터도 등장하지 못했을 테죠. 윈도우즈는 시장을 먼저 장악했다는 사실만으로 세계를 석권했지만, 인도-아랍숫자 체계는 쓰기에 편리했기 때문에 범세계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외에 리스트에 오른 것들은 전기, 나사, 도르래, 페니실린과 아스피린, 시계, 비행기, 상하수도, DNA, 인터넷, 피임, 핵폭탄, 배터리, 렌즈, 확률론...등등이었어요.

그런데 독특하고 흥미로운 주장이 있었으니, 더글러스 러쉬코프란 학자가 꼽은 지우개가 바로 그것이에요. 그가 말한 '지우개'에는 컴퓨터의 'del'키, 화이트, 헌법 수정 조항, 그 밖의 인간의 실수를 수정하는 모든 것들이 포함됩니다. (전 이 분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요.)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 없었다면, 뒤로 돌아갈 수 없었다면, 과학적 모델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정부, 문화, 도덕도 없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발명들의 가치를 전면 부정한 학자들도 있었어요. 모든 발명은 결국 비극으로 끝나거나 쓸모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는 역사적 사실을 꿰뚫은 이들인데, 주로 고고학자들이거나 예술 쪽 학자들이었습니다.

요즘 제가 하고 있는 생각/회의도 비슷한 거예요. 인생에 있어서나 예술에 있어서나, 아름다움은 과도한 성취가 아니라 포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것. 

덧: 이 영상을 보고 나니 보르헤스가 선정한 '정의로운 자'들이 두둥실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올랐어요.
그의 가치관에 따르면, 자신도 모르게 세계를 구원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 단어의 기원을 찾아보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 
- 볼테르가 소망했듯이, 자기 정원을 가꾸는 사람, 
- 조용히 체스 게임을 즐기고 있는 두 사람의 노동자, 
- 모양과 색깔을 그윽한 눈으로 살피고 있는 도자기 굽는 사람, 
- 책의 내용에는 무관심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책을 잘 만들까 고심하는 조판공, 
- 의견이 다를 때, 상대방이 옳다고 믿어주고 싶어 하는 사람,
- 잠들어 있는 동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사람.


덧2: 어느 러시아 사상가는 이런 역설을 선보였죠. "이제 인류는 실현되려는 유토피아를 회피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영미 실용주의자들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농담(!)이었을 겁니다. 
어제, 일찍 치매를 앓게 되신 친구 어머니를 뵙고 왔어요.  눈부신 과학의 멋진 신세계에서 쪼그라든 뇌로 크기가 축소된 현실을 살 수밖에 없는 모습은 우리 모두의 미래이자 위기구나 싶더군요. 십만년의 시간농축자 호모 사피엔스에게 찾아든 이 위기를 극복할 다른 차원의 발명이 절실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2723
110047 희대의 먹튀(?) 중인 2018년 대종상 [9] 연등 2018.10.23 1791
110046 이런저런 대화...(순두부, 호의) [1] 안유미 2018.10.23 602
110045 브루스 스프링스틴 썬더로드 단편 장편 가끔영화 2018.10.22 298
110044 12인의 성난 사람들 [1] 왜냐하면 2018.10.22 592
110043 이런저런 일기...(낮잠, 호경전) 안유미 2018.10.22 413
110042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18.10.22 1040
110041 [봉황의 제국] 트위터 RT 이벤트 중입니다~~~ Mothman 2018.10.22 197
110040 흥행과 평은 신통치 않았으나 재밌게 본 영화 [4] 가끔영화 2018.10.22 993
110039 명당을 뒤늦게 보고.. [2] 라인하르트012 2018.10.22 1223
110038 [KBS1 글로벌다큐멘터리] 인간의 의식 4부작 [2] underground 2018.10.21 1131
110037 단평] First man [12] 겨자 2018.10.21 1399
110036 이런저런 잡담...(휴일) [2] 안유미 2018.10.21 496
110035 캡틴 마블의 진짜 이름이...칼 엘(CAR-ELL)??? [3] Mothman 2018.10.20 3247
110034 [EBS1 영화] 자전거 탄 소년 [7] underground 2018.10.19 784
110033 큰 의자를 3층에서 내려야 하는데요 [4] 산호초2010 2018.10.19 1035
110032 손 the guest를 보고 [4] 라인하르트012 2018.10.19 1569
110031 엘 패닝의 지구멸망 영화가 있군요 [1] 가끔영화 2018.10.19 663
110030 퍼스트맨을 보고.. [4] 라인하르트012 2018.10.19 1389
110029 실연....도 아니고 배신....도 아니고. 암튼 끝났네요. [14] S.S.S. 2018.10.18 2374
110028 퍼스트 맨을 보고(노 스포) [5] 연등 2018.10.18 134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