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제목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초자연 현상의 목격자들'이라니 이 정도로 설명적인 제목은 흔치 않잖아요. ㅋㅋ 보니깐 원제는 Haunted네요. 이런 경우엔 어지간하면 원제가 낫게 마련이지만 이 경우엔 둘이 대동소이 합니다. Haunted라는 단어는 호러 쪽에서 너무 흔하니까요. 검색하기도 짜증나고 너무 흔해서 임팩트가 없어요. 반면에 '초자연 현상의 목격자들'은 처음 보는 순간엔 참을 수 없이 구리지만 그래도 흥미 유발은 확실히 합니다. 이게 뭐지? 설마 드라만가? 다큐멘터리? 정체가 뭐야? 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그래서 클릭하게 하고 그래서 결국 제가 보게 만들었으니 좋은 제목인 걸로.



- '신비한 티비 서프라이즈'와 비슷한 류의 시리즈인데 본인이 직접 나와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비슷합니다. 쇼가 시작되면 원탁 형식으로 준비된 스튜디오에 오늘의 주인공과 주인공의 가족, 친구, 가끔은 자칭 '초자연 현상 전문가' 라는 사람들이 들어와 앉고. 이제 주인공이 자기 소개를 하며 자신이 겪은 초현실적인 경험담을 털어놓기 시작하면 배우들을 쓴 재연 장면이 들어가죠. 대부분 좀 슬픈 이야기들이라서 중간중간에 함께 나온 가족 친지들의 눈물 리액션이 짧게 삽입되구요. 그리고 그 이야기가 끝나면...

 그냥 끝입니다. ㅋㅋ 전문가(?)의 의견이라든가 뭐 사실 검증이라든가 그딴 거 없어요. 초자연 현상 경험 때문에 인생 힘들었던 출연자의 힐링 캠프랄까요.



-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분량입니다. 각 에피소드가 24~30분 사이 밖에 안 되는데 그나마 여섯 편으로 끝이에요. 세 시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괴담 여섯개를 구경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서프라이즈'와는 다르게 재연 배우들의 연기나 비주얼이 나름 보통의 미국 드라마 정도는 되구요. 재연 장면 연출은 종종 저렴한 티를 내기도 하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로 구리진 않습니다. 굳이 서프라이즈와 비교를 한다면 고품격 서프라이즈인 걸로.



- 근데 이 시리즈가 들려주는 괴담 여섯개는 정말로 다 평이합니다. 특별할 게 없고 심지어 절반 정도는 구려요. 두 번째 에피소드가 많이 튀긴 하지만 (동시에 가장 재밌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나머지 다섯개는 저어엉말로 평이하고 전형적인 괴담들이라서 이게 사실인지 뻥인지 의심해 볼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


 사실 이 쇼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은 괴담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식상한 괴담들을 눈물 흘리며 털어 놓는 우리의 평범하고 진지한 주인공들을 의심하는 겁니다. 쟤는 지금 대본대로 연기하는 걸까, 아님 진심인 걸까. 진심이라면 정말 그런 일을 겪은 걸까, 아니면 어쩌다 겪은 환각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쭉 하다 보면 꽤 재밌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이 이야기의 사건들은 실제로 벌어졌을 리가 없죠. 그런데 저 사람들이 정말 진지하게, 진심으로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결국 그 양반들이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그 이야기들을 보면 주인공들에겐 공통점이 있어요. 하나 같이 다 끔찍한 어린 시절을 겪었고 그 와중에 부모와 가족이 제 구실을 해주긴 커녕 주인공들의 고통에 기름을 붇고 부채질을 해버렸죠. 그러다 어느날 결국 공포 체험을 하고, 그걸 가족들에게 털어 놓으면 아무도 안 믿어주고, 그렇게 어린 나이에 혼자 그 고통을 견디며 성장하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이 쇼는 호러 쇼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생긴 중증 정신질환에 평생을 시달려왔고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이 되어 버립니다만.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봐도 나름 흥미가 있긴 하죠.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출연자들이 다 진심이라는 걸 믿을 수 있을 때 이야기인데...

 


- 문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일단 처음에는 그럭저럭 먹힙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를 보면서는 '그래. 저게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이야기를 하는 본인은 진심인 듯 하네' 라는 정도의 생각은 들었고, 그래서 별 거 없는 괴담이지만 나름 재밌었거든요. 그런데 두 번째 에피소드는.... 역시 주인공의 고백 연기(?)는 매우 훌륭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저게 사실일 리가 절대로 없어요.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이야기하자면, 그게 사실이라면 이 시리즈 제작진은 쇼를 찍기 전에 일단 경찰서로 달려갔어야 합니다. 최소한 방송 후에 출연자들과 함께 경찰서에 끌려가서 조사를 받고 왔어야 하죠. 그리고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 쇼가 방영된 후 미국에서 사회적으로 꽤 큰 이슈가 되었어야 해요. 하지만 이 중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렇다는 건 그 이야기가 그냥 다 구라라는 거죠.

 혹시나 해서 검색을 좀 해 봤더니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의 연출가에게 트윗으로 질문을 했고, 연출가는 자기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해명을 했더군요. 하지만 우리 정의의 시청자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정말로 그 지역 경찰 쪽에 문의를 했는데... '그런 신고 받은 적 없음'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합니다. ㅋㅋ 그리고 해당 에피소드의 내용을 뒤받침할만한 그 어떤 자료도 발견되지 않았구요. 그 와중에 에피소드 1에 출연한 주인공의 직업이 호러 영화 제작자라는 정보가 발굴되면서 이 시리즈의 신뢰도는 깊고도 깊은 지하로...


 덕택에 와장창 깨진 몰입은 나머지 네 에피소드 내내 돌아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피소드 3, 4, 5, 6은 이야기 자체도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요. 제가 듀게에 넷플릭스로 이것저것 본 이야기 올리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별로 없는데, 이 시리즈는 그냥 보지 마세요. 아무리 세 시간 밖에 안 된다고 해도 우리의 인생은 소중하니까요!!!



- 이와 같은 악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뭐... 그냥 에피소드 1, 2만 보세요. 진지하게 궁서체로 드리는 말씀이지만 3, 4는 구리고 5, 6은 보는 내내 비웃음이 나올 수준입니다. 그나마 1, 2가 낫긴 한데 뭐 사실 그것도 주인공들을 믿어줄 때 얘기지 애초에 '이건 구라야'라고 생각한다면 그마저도 볼 가치가 거의 없어요. 뭐 그러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7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6456
111902 이런저런 잡담...(겸손, 백종원, 발전) [2] 안유미 2019.08.17 1010
111901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영화들 재미있네요. [13] underground 2019.08.17 894
111900 Peter Fonda 1940-2019 R.I.P. [2] 조성용 2019.08.17 375
111899 디즈니의 자충수(홍콩사태가 이렇게...) [4] 사팍 2019.08.16 1796
111898 오늘의 영화 사진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8.16 333
111897 이런저런 일기...(파전과 막걸리, 피아노) [4] 안유미 2019.08.16 671
111896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8] 어디로갈까 2019.08.15 1284
111895 봉오동 전투와 드라마 시그널 일본판 [2] 보들이 2019.08.15 1018
111894 "꿈의 마을"(township)게임 [5] 산호초2010 2019.08.15 692
111893 모기퇴치기 그닥 효과를 모르겠어요 [3] 산호초2010 2019.08.15 640
111892 90년대 김희선은 연기 참 잘하는 배우였는데.. [3] 수지니야 2019.08.15 1370
111891 동영상을 붙여보겠습니다.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 [3] 룽게 2019.08.15 498
111890 인물 사진을 pixel art 등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질문 [4] Joseph 2019.08.14 412
111889 50년대는 이런 야바위 [5] 가끔영화 2019.08.14 578
111888 경향의 조지 R.R. 마틴과의 인터뷰 [4] MELM 2019.08.14 1051
111887 오늘의 영화 사진 [4]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8.14 320
111886 넷플릭스[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전라감독) [1] 룽게 2019.08.14 1691
111885 안녕하세요 듀게여러분 [8] Lunagazer 2019.08.13 1416
111884 내인생의 드라마 서울 뚝배기 [5] 가끔영화 2019.08.13 963
111883 오늘의 배우, 인터뷰 사진 [3]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8.13 71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