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1 15:49
나이가 먹어갈 수록 두시간 이십분을 버티는 게 힘듭니다. 영화 'First man'을 보면서 인내심의 한계를 여러번 느꼈네요. 이게 액션 영화면 모르겠는데 막판 20분까지는 느릿느릿 흘러가요. 보통 4분짜리 유튜브에 익숙한 사람이 두시간 이십분을 기다려 감동을 맛보는 게 쉽지 않더군요.
예전에 어떤 소설가가, 요즘 영화를 이렇게 잘 만드니 소설가로 먹고 살고 쉽지 않겠다고 했는데, 요즘은 유튜브를 이렇게 잘 만드니 영화관이 먹고 살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든 관객들이 운전하기 힘들어지면 더이상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사람은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
달착륙 음모론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보면 솔깃할 떡밥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산소 분량, 폭발 사고, 눈에 불을 켜고 볼 사람들에게는 보일 힌트들이예요.
제가 흥미롭게 느낀 지점은 "엔지니어링"이예요. 엔지니어링은 과학과 다르죠. working 하면 된다, WD-40 뿌리고 덕 테입 붙여서 돌아가면 되는 거다. 그 마인드셋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보입니다.뚝딱뚝딱 엉성해보이는데 어떻게 어떻게 돌아가서 달에 발을 내딛습니다. 그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어요.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cosmic rays)을 8일 남짓 무방비로 맞았는데도 장수한 것도 특기할 점입니다. 오래 살 사람들은 어찌 됐든 오래 산다는 소리죠. 그런 사람들을 처음부터 뽑았겠구요. 닐 암스트롱이 독일계와 스코틀랜드 계가 섞였다는 걸 찾아보고 느낀 점이 있었어요. 기록을 보면 로마인들이 갈리아인들을 접하고 그 체형과 신체 조건에 놀라워했다고 하죠. 남은 무기의 규모를 보면 스코틀랜드 전사들도 엄청났다고 하구요. (feat. 'Brave Heart') 예전에는 도끼 들고 장군노릇 했었을 사람들이, 신체검사를 통해서 뽑혀서 코스믹 레이 맞으며 달로 향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우주 계획은 국력의 심볼 중의 하나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틀 전에 중국에서 인공달을 띄운다는 발표를 했네요. 일본의 하야부사 생각도 나고, 나로호 생각도 났네요.
2018.10.21 17:07
2018.10.21 17:12
2018.10.22 06:22
맞아요. 재미없게 만들고자 하는 의지 - 달리 말하면 자기 스타일로 밀고 나가는 영화더군요. 못 만든 영화 같지는 않았어요. 못 만든 영화 같으면 어디어디 고쳐야할 것 같다는 게 보이는데, 이 영화는 어딜 고치면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아요.
2018.10.22 11:38
너무 대놓고 감독의 고집이 보이는 영화인데 그 고집이 영화를 답답하고 지루하게 만든거 같아요.
2018.10.21 17:33
2018.10.22 06:20
사실 저는 라이언 고슬링 같은 얼굴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 영화 안보려고 했어요. 클레어 포이 연기가 라이언 고슬링보다 두 배는 나았죠.
2018.10.21 19:28
제가 있던 상영관에서는 관객의 삼분의 일이 도중에 나가더군요. 좋은 부분들이 없었던 건 아닌데 솔직한 심정으로 너무 지루하고 괴로웠어요. 잠들지 않는데는 성공했지만 어찌나 필사적으로 졸음을 견뎠는지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서 내리 세 시간을 자버렸답니다..
2018.10.22 06:17
네 제 동행 역시 돌아오는 차 안에서부터 자더군요.
2018.10.22 08:26
대체 영화가 어떻길래 사람들이 극장 나와서도 쓰러져서 자고 막 ㅋㅋ 내년에 ocn에서 확인해봐야겠네요.
2018.10.22 08:45
후...
일단 화면입자가 굵어요. 다큐멘터리 느낌을 내려고 그랬는지 옛날 필름을 보는 느낌이예요. 달착륙은 69년에 성공하는데 영화 시작 지점은 61년 즈음이던가 그래요. 어린 딸이 죽는 게 62년인데 딸의 투병 부분부터 나오니까요. 69년 초까지 가니까 저절로 시계를 보게 되더군요. 상영시간 얼마나 남았나. 게다가 로켓 위아래가 뒤집힌다든가 흔들릴 때 그 느낌을 그대로 화면에 그대로 보여줘서 중간중간 속이 울렁거려요. 영화관이니까 끝까지 봤지 티비에서 했으면 중간에 껐을 거예요.
c.f. 딸이 어린 나이에 죽었기에 닐 암스트롱이 어린이 병원에 큰 돈을 기부했다고 하더군요.
2018.10.22 02:14
2018.10.22 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