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없습니다. 예고편이나 1화에도 다 나오는 내용까지 스포일러라고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습니다만...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를 끝내고 다른 볼 것을 찾던 와중에 지인(?)의 추천으로 손을 댔다가 2시즌 끝까지 쭉 달렸습니다.

 뭐 한 시즌이 10화이고 편당 20여분 밖에 안 되는 분량이니 진짜 시청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어쨌거나 나름 몰입해서 쭉 달리기 좋은 시리즈네요.



- 그렇습니다. 또 좀비물입니다. 어느 날 영문을 알 수 없이 죽었다 살아난 후 좀비가 된 미국 동네 아줌마(드류 배리모어)가 먹고 살기 위해 사람들 잡아 먹고 다니고 남편은 진실한 사랑(!!!)으로 아내의 식인과 뒷처리에 동참하는 가운데 이들의 평범한 동네 아줌마 아저씨, 그리고 직장인이자 학부모로서의 일상이 이런 비일상적 상황과 맞물리며 웃음을 유발하는 식의 이야기죠. 아이디어 자체가 딱히 참신할 건 없습니다. 좀비물이 워낙 많이 나왔어야죠. 이제 이 소재로 신선한 이야기를 뽑아내기도 어려울 겁니다. 공룡 좀비가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싸워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 정도라면 모를까(...)



- 그런데 보다보면 분명히 좀 신선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건 아마도 '중산층 좀비 아줌마'라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주인공 가족을 다루는 방식의 신선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음... 그러니까 이 시리즈는 굉장히 밝고 건전하며 보수적으로 로맨틱한 이야기입니다. 이 부부는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아껴요. 골칫덩이 고딩 딸래미조차도 맨날 틱틱거리긴 해도 부모를 사랑하고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점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셋이 힘을 합해 구성원의 좀비화, 그리고 생존을 위한 연쇄살인마화라는 비극적(?) 상황에 맞서며 가족을 지켜내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데 그게 비현실적이고 황당하면서도 되게 진실되게 그려집니다. 보통 이런 코믹 좀비물에, 그리고 요즘 잘 나가는 영화나 드라마들에서 자주 보이는 냉소주의 같은 게 끼어드는 순간이 거의 없어요. 셋 다 평범하게 어설프고 평범하게 모자라서 자신의 가족 역할을 수행하는데 힘겨워하지만, 동시에 굉장한 책임감과 믿음을 갖고 본인 역할에 충실하며 그런 노력을 통해 정말로 교감을 나누고 행복을 찾거든요. '가족'의 모습을 이런 식으로 건전하고 긍정적으로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를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허허.



- 그리고 물론 웃깁니다. 이건 시트콤이니 웃겨야죠.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별 거 없다고 해도 거기에서 계속해서 재밌는 상황들을 잘 뽑아내구요. 무리하는 느낌 없이 적당히 재치 있는 대사들도 건질 게 많고 주역 캐릭터들도 튼튼하게 성격이 잘 잡혀 있어서 그냥 상황 하나 던져 주고 거기에 맞춰 각각 캐릭터틀이 본인 스타일의 대사 한 마디씩만 쳐줘도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배우들이 굉장히 잘 해요. 드류 배리모어는 뭐 거티 이후로 인생 캐릭터 만난 느낌으로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해주고요. 남편 역의 배우는 저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 역시 캐릭터에 쫙쫙 잘 붙습니다. 딸래미도 캐릭터가 요구하는 역할 정도는 충분히 잘 해 주는 가운데 옆집 기크 총각은 진짜... ㅋㅋㅋㅋㅋ 정말 그냥 배우들 연기만 구경하고 있어도 기본 재미는 보장됩니다.



- 암튼 그래서... 좀비, 식인이라는 소재에 따라오는 고어함을 견딜 수 있으신 분. 또한 그런 상황을 가볍게 희화화하는데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어지간하면 재미 없게 보기가 어려운 시리즈라는 느낌이네요. 다만 치명적인 단점 하나가 있는데...


 시즌3이 몇 달 전에 공개되었고, 그 직후 시즌4의 제작 취소 뉴스가 떴습니다. 듣기로는 시즌3의 말미에 이야기 스케일이 커지면서 뭔가 본격적으로 막 벌어질 듯한 클리프행어로 끝을 맺었다는데 다짜고짜 캔슬... ㅋㅋㅋㅋ 이런 거 보면 미국의 시즌제 형식이 과연 드라마의 완성도에 도움이 되는지 참 회의가 드네요. 뭐 애초에 완성도보단 시청률 맞춰 돈 뽑아 먹기에 최적화된 형식이니 하나마나한 얘기 같기도 하지만요. =ㅅ=



- 제가 예전에 재밌게 봤던 '앨리 맥빌'의 배우 하나가 짧게 출연하더군요. 사실 외모상으로 너무 나이가 들어서 잠시 못 알아봤습니다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게 도대체 몇 년 전 드라마인지. 그 후로 처음 본 것이니 그게 당연한 거였더라구요. 드라마 글 쓰면서 매번 세월 한탄만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여섯 시즌을 달리고 연달아 보는 게 또 좀비물... 넷플릭스가 맨날 호러만 추천해주고 그럽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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