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자본, 꿈, 계획)

2019.10.23 01:08

안유미 조회 수:576


 #.뭐 이 나이가 되면 그래요. 꿈이란 게 없이 산단 말이예요. 왜냐면 이 나이가 되어버리면 꿈은 이뤄졌거나, 아니면 산산조각났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꿈은 '자기 자신이 무언가가 되는'꿈을 말하는 거예요. '자신이 무언가를 손에 넣는'꿈 말고요. 그런데 그런 꿈은 딱히 이뤄진다고 해서 좋을 것도 없어요. 왜냐면 꿈이 이뤄지고 그 인생을 살게 되면 알게 되거든요. 이제 자신에게 남은 건 꿈이 아니라 현실뿐이라는 거 말이죠. 왜냐면 꿈이 곧 직업이 되어버리니까요. 


 그리고 직업이 되어버리는 순간 그 꿈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게 되고요.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남들에게 평가받아야 하거든요. 직업인으로서의 내가 만들어낸 것들이 남들에게 있어 '숫자'를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숫자를 지불할 가치가 있다면 '얼마의 숫자'까지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를 말이죠.





 -----------------------------





 1.사람들이 로또를 사는 이유는 한순간에 유동성을 땡기기 위해서겠죠. 나는 돈이 아까워서 로또를 안사지만, 사람들이 로또를 사는 이유를 대충 짐작해 보자면요. 


 그리고 한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이런저런 행복한 상상을 하며 한 주를 보내기 위해서겠죠. 그 돈이 생기면 이걸 해야지~저걸 해야지~이러면서요.



 2.왜냐면 사람들은 자본이 생기면 계획을 세우거든요. 자본에는 늘 계획이 따라붙기 마련이니까요. 그 자본의 크기에 걸맞는 체급의 계획이 말이죠. 그리고 그 자본을 지니게 된 사람의 성향에 걸맞는 계획이 말이죠. 그리고 위에 썼듯이 복권처럼, 유동성의 발생이 불확실한 조건하에서도 사람들은 상상을 해보곤 해요. 한순간에 유동성이 생기면 무얼 할지에 대한 상상 말이죠.


 천만 분의 1 확률로 생길 유동성을 가지고도 계획을 상상하는 게 사람인데, 진짜 유동성이 가졌거나 가지게 될 거라면? 계획 때문에 머리가 졸라게 어지러울 수밖에요.



 3.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예요. 어른이 됐으니까요. 어른이 된 뒤엔 자본이 곧 계획이고 계획이 곧 자본인 거거든요. 물론 계획보다 자본이 중요하죠. 왜냐면 계획 없는 자본은 있을 수도 있지만 자본 없는 계획은 없으니까요. 어른이 되면 자본 없는 계획이란 건 그저 망상이거든요.


 그러니까 위에 쓴 말은 조금 고쳐 써야겠죠. 사람들은 자본이 '생기면'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자본이 '생겨야' 계획을 세우는 법이라고 말이죠. 



 4.휴.



 5.어렸을 때는 '나는 노벨상 탈거야.'라던가 '나는 레알마드리드 갈거야.'라고 해도 아무도 안 비웃겠죠. 첫번째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어리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그 말이 사실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건 정말 멋진거예요. 어린 아이는 뭐든지 될 수 있다는 점이요. 뭐든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야말로 진짜 자본인 거거든요. 어린이로 산다면, 멋진 꿈과 목표를 가지고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거예요.



 6.하지만 어른은 아니란 말이죠. 프리미어리거나 우주비행사가 될 수 없게 된 사람이 되어버리면? 그가 가진 숫자만이 그의 자본이 되는 거거든요. 1억원을 가지고 있으면 1억원짜리 사이즈의 계획을 진행시킬 수 있고 50억원을 가지고 있으면 50억원짜리 사이즈의 계획을 진행시킬 수 있을 뿐이예요.


 너무나 냉엄하고 재미없고 피폐한 숫자...숫자...숫자뿐이란 말이죠. 그리고 그 냉엄한 숫자를 조금이라도 늘려 보려고 발버둥치는 게 어른인 거고요.



 7.그래요. 어른들은 돈을 좋아해요. 큰돈을 말이죠. 왜냐면 돈이 있어야 계획을 세울 수 있고 많은 돈이 있어야 꿈을 꿀 수 있는거니까요.


 왜냐면 그렇거든요. 이 나이를 먹고 어렸을 적에 꾼 꿈만큼의 꿈을 꾸려면, 자본의 스케일이 엄청 커야 한단 말이죠. 순수한 캐쉬 5~60억 가지고도 안 돼요 그건. 왜냐면 현금 5~60억 가져봤자 노벨상을 탄 것 만큼 기쁠 수는 없잖아요? 5~60억 정도의 돈은 꿈을 꾸는 돈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돈일 뿐인거죠.


 누구나 무한대의 자본을 가지고 살아본 적이 있죠. '자신이 어린이라는 사실'이라는 자본 말이죠. 돈이라는 자본을 가지고 다시 어린이였던 시절처럼 꿈을 꾸고 살려면 얼마의 돈이 있어야 할까...하고 생각해 보곤 해요. 아예 그 시절이 없었다면 다시 돌아갈 마음도 없겠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시절의 기분으로 돌아가 보고 싶은거예요 인간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2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31
124026 시에라와 미디 [3] 돌도끼 2023.08.17 188
124025 (스포) [콘크리트 유토피아] 2회차 감상 [8] Sonny 2023.08.17 535
124024 [내용있음] 오펜하이머 [21] 잔인한오후 2023.08.17 669
124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할거면 더 빨리 해달라고 일본에 비공식 요청한 윤석열 대통령(아사히신문 보도) [7] 상수 2023.08.17 580
124022 [핵바낭] 개학 시즌 맞이 영양가 없는 일상 바낭 [10] 로이배티 2023.08.17 345
124021 미임파를 그만 보든가 해야지 원 daviddain 2023.08.16 251
124020 [넷플릭스] 옥시콘틴이 주인공인 ‘페인킬러’ [12] 쏘맥 2023.08.16 457
124019 프레임드 #523 [4] Lunagazer 2023.08.16 88
12401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3.08.16 532
124017 에드워드호퍼 전시회 후기 [7] 산호초2010 2023.08.16 445
124016 [내용있음] 콘크리트 유토피아 [11] 잔인한오후 2023.08.16 667
124015 테구자 [5] 돌도끼 2023.08.16 212
124014 오펜하이머 저는 별로였어요 [12] daviddain 2023.08.15 1164
124013 [티빙바낭] 아직 좀비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워킹 데드 나잇' 잡담 [4] 로이배티 2023.08.15 277
124012 20년전, 30년전..... [3] 왜냐하면 2023.08.15 294
124011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 4장 요약 [10] LadyBird 2023.08.15 718
124010 에피소드 #50 [2] Lunagazer 2023.08.15 90
124009 프레임드 #522 [2] Lunagazer 2023.08.15 95
124008 (스포)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것저것 떠들어봅니다 [6] Sonny 2023.08.15 506
124007 아침먹고 해리 케인 바이언 첫 날 영상 보다가 daviddain 2023.08.15 15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