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지만... 보기에 따라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결말이 어떤 방향이 될지는 되게 뻔한 영화거든요. 딱 그 '방향'에 대한 스포일러는 있습니다. 디테일에 대한 이야기는 없구요.



 - 동생 때문에 오랜 세월 속을 썩으며 무너져내려가던 멘탈을 우울증 약과 남자 친구에게 의존하며 버티던 대니라는 대학생이 주인공입니다. 시작과 동시에 그 가족들은 끝장이 나버리고 그동안 맛이 간 자신 곁에 있어줬던 남자 친구의 멘탈도 끝장이 나서 대니 몰래 헤어질 타이밍만 재고 있는지 오래구요. 이미 다 끝난 관계지만 더 이상 자신에게 남은 것이 없어 남자 친구에게 집요하게 매달리던 대니는 남자 친구의 친구 중 한 명의 제안으로 계획된 스웨덴 하지제 체험 여행에 불청객으로 끼어들어 따라가게 됩니다. 시작부터 불편하기 짝이 없던 그 여행은 당연히 일행이 하지제가 열리는 외딴 시골 마을에 당도하는 순간부터 그냥 대놓고 본격 호러가 되겠죠.



 - 애초에 뻔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 그냥 각본이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힌트를 던져 줍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며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스스로 '예고'를 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에요.
 어찌보면 이것도 '백주 대낮에 모든 걸 드러내고 전개되는 호러를 보여주마'라는 감독 의도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 알고 다 빤히 보이니까 깜짝 놀랄 건 없지만 그만큼 주인공 일행을 지켜보는 일이 더 고통스러운 경험이 되는 면이 확실히 있거든요.



 - 이야기 자체가 뻔하다 보니 디테일이 중요한데, 그게 상당히 좋습니다.
 하지제를 지내는 호러 부족의 모습도 시각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충분히 예쁘게 불쾌하고 싸이코 같아서 다들 하하호호 웃고 있을 때도 위협감을 주고요. 주인공과 남자 친구의 망가지고 꼬인 멘탈들도 꽤 진중하게 묘사가 되며 예정된 비극을 더 끔찍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놀랄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호러스럽죠. 고문 포르노를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 Q님께선 이 영화 리뷰를 적으시면서 '이 영화를 닮았다'의 '이 영화'를 스포일러 취급하셨지만 뭐 그럴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그냥 까놓고 말해서 '위커맨'이랑 아주 비슷한 얘기죠. '위커맨'을 본지 워낙 오래돼서 구체적인 비교나 대조는 못 하겠지만 만들어진 시기와 자본 등의 차이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이 영화가 좀 더 세련되고 예쁜(?) 느낌이 듭니다. 대신에 '위커맨'만큼의 거칠거칠하면서 진짜로 미친 놈이 만든 영화 같은 느낌은 덜하죠. 감독의 전작인 '유전'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이 감독은 의도대로 극도로 정제된 비주얼을 연출하는데 일가견이 있고 이 영화도 그러합니다. 모든 장면들이 다 세밀하게 의도되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느낌인데 뭐 어느 쪽이 마음에 드느냐는 개인 취향일 것 같기도.



 - 두 시간 이십분이나 되지만 지루하지는 않아요. 마을 모습은 계속 평화롭게 묘사되지만 그러는 와중에 계속해서 무슨 일이 하나씩은 벌어지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평화로운 와중에 계속해서 의미 심장한 장면들이 섞여 들어가고 또 갑작스레 상당한 수위의 인체 손상 장면이 아주 디테일하게 팍팍 튀어나오기도 하구요.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이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충분히 디테일하게 암담하고 절망스럽기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도 충분하구요.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아무리 결말이 뻔하다지만 주인공 일행이 시종일관 너무 무기력하게만 묘사가 되는 게 좀 불만이었습니다. 아니 뭐 아무리 덫에 걸린 생쥐 구경하는 영화라고 해도 그 생쥐가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도 치고 덫에 맞서 대항도 하고 그런 모습이 조금은 있어야 마지막의 파국이 더 강렬하게 다가올 텐데 이 영화의 젊은이들, 특히 주인공급 인물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요. 개구리를 냄비에 넣고 물을 끓이는 광경을 구경하는 느낌이랄까. 어떤 면에서는 이런 전개가 더 끔찍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 취향]에는 그게 좀 아쉬웠네요.



 -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굉장히 전형적인 이야기이지만 이야기의 디테일이 좋고 미술도 빼어나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호러 무비입니다. 다 보고 나서 이런저런 장면들의 의미를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재미도 크구요. 좀 느릿느릿한 가운데 등장 인물들을 서서히 압박해가는 스타일의 호러를 좋아하신다면 꼭 보셔야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본격적으로 호러 놀이에 돌입하는데 대략 한 시간이 걸려요. ㅋㅋ 어지간한 80~90분짜리 호러 영화들이 클라이막스에 돌입할 때 쯤에서야 본격적으로 뭔가 튀어나오기 시작하니 참고하시구요. 또 신체 훼손 장면이 숫자는 많지 않지만 상당히 리얼하고 되게 끔찍한 느낌으로 나오니 고어 싫어하시는 분들은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이제부터 여담인데. 주인공 남자 친구 패거리들 중 가장 가볍고 여자 밝히는 놈이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의 천재 프로그래머, '위 아 더 밀러스'에서 아들 역할의 그 분이더군요. 어찌보면 '위 아 더 밀러스'에서의 그 캐릭터가 좀 불건전하게 자라난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웃겼습니다.



 - 달리는 차를 보여주던 카메라가 뒤집어지면서 풍경이 거꾸로 보이고, 그 와중에 표지판이 지나가는 장면에서 그 표지판의 한글 자막도 뒤집어져 나오는 게 웃겼습니다. 이런 성의라니!! ㅋㅋㅋ



 - 이 감독은 사람 나체를 대놓고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유전'에서도 남자 성기가 그대로 보이는 장면이 있었죠. 다만 그 땐 어둑어둑한 배경에 슬쩍 지나가는 정도였는데 이번엔 ㅋㅋㅋㅋㅋ 아 그것 참 난감하더라구요. 그것도 '다 보여주는 공포'의 일환이었는지.



 - 먼저 보신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보탬 안 되는 남자 친구 엿먹이는 이야기'라는 거였는데 사실 초반까지는 그 남자 친구가 되게 훌륭한 애인은 아닐지라도 뭐 그리 딱히 나쁜 놈은 아닌 것 같다... 고 생각했었는데. 이야기가 뒤로 가면 갈 수록 이 놈이... 결국 저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ㅋ



 - 넷플릭스에 없어요. iptv로 봤습니다. 제가 하도 넷플릭스 얘기만 올리다 보니 오해하는 분이 계실까봐.

 iptv 요금제들 중 무료 영화 추가해주는 걸 쓰고 있는데 거의 반년만에 들어가보니 보고 싶었던 영화가 두어편은 생겼더군요. 요금 대비 추가되는 영화들 퀄리티가 격하게 구리단 생각이지만 가끔씩 이렇게 추가되는 괜찮은 영화들 때문에 그냥 요금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보고픈 영화를 유료로 결제하고 볼 것인다... 라는 가정 하에 비교하면 기본 요금제에 추가되는 비용 대비 손해까지는 아니더라구요. 여전히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요. 어쨌든 다음엔 '우리집'이랑 '그것2' 중에 뭘 먼저 볼까 월급 도둑질을 하며 고민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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