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패턴이 있으신가요? 저는 하던 일에서 더 이상 가치를 못 찾겠으면 빠르게 포기하고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패턴을 가져왔었어요. 일평생요. 중학생 때부터 과학에 뛰어난 소질을 보여 관련 특목고에 들어갔고, 그 고등학교에서 대다수가 우루루 들어가는 대학에도 같이 갔지만, 랩생활을 한 학기 해보고는 과학도의 길을 포기했습니다. 저와는 맞지 않더라고요. 그 후 빠르게 개원해서 돈을 벌면서 자투리 시간에 정신분석(어려서부터 항상 흥미가 있었어요)을 공부하자는 심산으로 치의학 전문대학원에 지원, 면접 전날 까지 자소서를 다시 훑어보지도 않고 방심하고 있다가 1.25:1의 면접에서 탈락. 아무래도 내가 정말 치과의사로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가보구나 싶어 다음 해엔 의전원의 MD-PhD 과정에 지원. 역시나 경쟁이 쎄지 않았는데도 면접을 아예 잊어버리고 불참. 그래서 의사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가 보구나 하고 포기. 그리고 나이가 차서 군대를 갖다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군대를 갖다오니 취업 상한선이니 한번 직장 생활을 해봐야 할 것 같은거에요. 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초봉이 높은 곳에 들어갔어요. 한 3년을 다니다가 평생 이렇게 살다 죽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또 포기합니다. 매번의 포기에 변명이라면 변명이고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는 심정은 '지금하는 것에서 더 이상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겠다.' 였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그래도 패턴은 있었죠. 하던 것을 진득히 해오지 못하고 포기하는 패턴이요. 


2. 오늘 거의 7년된 저의 치료사와 듀게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인터넷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커뮤니티나 SNS를 하기 시작하면 결과가 안 좋은 패턴이 많았거든요. 엄청나게 열중해서 에너지를 다 소진하게 된다던가, 뭐 그런 일들요. 그래서 불안해져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 게시판을 하게되면 에너지를 아주 많이 쏟게 된다. 재밌어서 더 하게 되고 할일을 잘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게시판은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게시판이지만, 근래에는 사람들이 날이 곤두 서있는 것 같고,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자주보여왔다. 내가 파악한 분쟁의 주제는 주로 페미니즘과 관련된 쟁점들과 정치적인 쟁점들이다. 그 게시판에 싸움이 많이 나는데도 주시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그런 첨예한 갈등상황에서 나타나는 논리의 칼부림 속에서 남몰래 응원하는 장수?같은 게 생겨나서 그의 논리적인 승리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등등...


3. 1.의 과정을 거쳐서 저는 심리치료사가 되었어요.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이게 내게 맞는 직업이다라는 확신이 들고, 하루하루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어요. 관련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입학지원서에 써낸, 제가 주력하고 싶은 대상은 성소수자, 예술가, 대중예술인, 정치인, 청년, (영재)아동, 커플 등이었어요. 그리고 제 바람되로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요. 


4. 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정말 재밌는 일들이나 영화 같은... 감동적인 일들이 많은 데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아쉽네요. 그런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 개인분석가 선생님이나, 임상감독관님이나 피어(peer) 슈퍼비젼을 하는 동료 치료사들로 한정되는 것이 종종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내담자의 비밀보장이 절대적인 직업의 윤리상, 하루의 제일 많은 시간을 쏟는 일에 대해서 말을 할 수가 없으니, 인간관계는 더욱 더 동류의 그룹으로만 한정되는 것 같아요. 이건 다른 동료 선생님들도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심리치료를 하면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선, 나중에 제 내담자분들 한분 한분께 허락을 받아서 엮어서 책을 내고 싶어요. 


5. 저는 조금만 살만해지고, 완전한? 기분이 들면 주변 사람들에게 에너지와 희망을 나눠주느라 스스로 소진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그 때마다 커리어 상의 중요한 일들에 쓸 에너지를 많이 빼앗겨 버려왔죠. 저의 나쁜 패턴인데, 그런 패턴을 인식하고, 고치기 위해서 수년간 노력해왔고, 이제 조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도 같아요. 


6. (조금 뜬금없이) 혹시 지금 외로우신가요? 12분 29초를 투자하세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한글자막 있고요. 저는 1분 35초부터 약 2분간이 흥미롭더군요. 7.도 그에 대한 이야기고요.) 

https://youtu.be/n3Xv_g3g-mA


7. 6.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무리에게 찍히는 일을 하면 배제당하고 배제당한 사람은 사회적인 고립이라는 고통을 느끼도록 우리 뇌가 배선되어있다는 거에요. 어렸을 때라면 이 내용에 조금 반항심이 들었겠지만, 요즈음은 그런 생각보다는 '그러니 내가 속할 집단을 고르는 것을 신중히 하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원시시대와는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자신이 속하고 싶은 집단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요. 그 집단이 암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의 방향이 내가 추구하는 가치의 방향과 대체적으로 맞다고 동의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배제 비슷한 걸 당했을 때, 적어도 억울하지는 않게, 진심으로 반성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한 협회의 소속이고, 또 어느 한 스터디그룹의 소속인데,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아서 마음이 편하고 좋습니다. 


8. 또 다른 제 자신을 괴롭히는 패턴 중에 하나는 약간 완전해진? 듯한 기분이 들 때 글을 쓰고싶어진다는 겁니다. 소설, 에세이, 리뷰 등등...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쓰면 되지 왜 그게 스스로를 괴롭히는 패턴이냐?' 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 저의 경우 (주로 그 때 당시에 집중해야할 하나의) task에 쓸 에너지를 자꾸 분산시키키거나, 혹은 아예 글쓰기의 마력에 빠져버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스스로를 곤란케하게 해서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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