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1 22:22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아서 노래 나오는 부분은 스킵해서 봤네요. 그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은 이유. 노래 지겹;; 크리스토프가 단독으로 부르는 장면과 엘사가 검은 바다를 건너는 장면에서의 노래 씬만 온전히 봤습니다. 크리스토프 뮤지컬 씬은 7080 갬성 돋아서, 엘사가 검은 바다를 건너는 부분부터는 영상 연출이 대단해서 노래를 끊을 수가 없더라구요. 전체적으로 노래가 크게 인상적인 건 없는 가운데 유일하게 엘사의 정체를 알게 된 노덜란드 족이 헤이야 어쩌구 하며 화음쌓는 부분에서 귀가 열렸지만 엄청 짧게 끝내고 말더군요. 치.
영화를 보고는 기분이 좋진 않았어요. 안개숲에 갇혀 30년을 적대하며 싸워 온 두 무리가 금세 화해(?), 아니죠 실상 화해 장면은 없었죠. 암튼 일이 마무리되자 아무렇지 않게 팔짱을 끼고 잘만 지내더라구요. 아동용 애니라고 갈등을 부각시키는 건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거꾸로 아동용이니까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은 꼭 들어갔어야 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엘사가 희생하려 했다는 걸로 사과는 대충 퉁침, 아렌델도 물에 잠기지 않고 융성한 모습을 되찾음. 경비대장인가 뭔가 하는 잉간은 안나가 진실을 알았다고 하자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대꾸. 그러면서 적반하장으로 30년동안 상대 탓을 하면서 싸워왔다고? 와, 개뻔뻔.
노덜드라 부족과 아렌델인 혼혈인 구원자 엘사가 너무도 완벽한 금발 벽안의 모습인 것도 마음에 안들었구요. (이건 뭐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지만) 여튼, 영화 속 제국주의 관련한 태도는 좀 교활하고 야비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한테 진짜 반전은 엘사가 아렌델로 들이닥치는 댐의 물을 막아버리는 거였습니다. 깔끔하게 사과도 안하는데 본인들 영토까지 야무지게 다 지켜내겠다고??
캐릭터로 말하자면, 엘사나 안나는 1편에서부터 그냥 그랬고, 올라프의 시끄럽고 지루한 유머, 크리스토프의 프로포즈 타령(....)은 지겨웠. 올라프가 1편 내용 요약하는 장면도 굉장히 재미가 없었어요. 차라리 C3PO를 데려와라! 특히 크리스토프는, 이 캐릭터에게 줄만한 고뇌가 프로포즈 고민이 다란 말입니까. 어느 성에게도 그닥 좋지 않은 역할 부여인 것 같은데ㅠ 음, 그래도 듀나 지적대로 너의 프로포즈 따위보다 내게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식의 컨텍스트를 형성했다는 건 괜찮네요. 당신을 사랑하지만 친구가 위험에 처해있어 지금 가봐야겠어, 는 그간 남자들만의 차지였으니까요.
겨울왕국2를 보고 나니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진짜 대단하네란 생각이 드네요.
2020.03.21 22:36
2020.03.22 00:57
2020.03.21 23:47
사실 그렇게 끝난 전작의 뒤에 뭔가를 그럴싸하게 붙인다는 게 진짜 힘든 일이긴 했어요. 재미있게 보기는 했습니다만 노래도 내용도 별로 기억에 남지 않네요. 앞으로 다시 한 번 볼 것 같지도 않고요.
2020.03.22 00:56
2020.03.21 23:59
아이고, 뮤지컬 영화에서는 노래도 영화의 일부인데 건너뛰시다니...ㅠㅠ
하긴, 뮤지컬 좋아하지 않는다고 서두에 쓰셨군요. 그러니 애초에 좋은 감상이긴 힘들었겠네요.
노래도 대부분 건너뛰셨다니 영화의 3분의 1은 버리고 보신 셈이구요...
아, 그러면 오프닝의 자장가(All is found)하고 초반 엘사의 Into the unknown도... 놀랍네요...ㅠㅠ
극장에서 3D로 볼때 더 감탄했던게 Into the unknown하고 Show yourself(본문에 언급하신 검은 바다 건너가면서 시작하는 노래)시퀀스이기도 했거든요...
...네, 겨울왕국2 극장에서 20번 본 팬이라... 뭔가 많이 안타까워서 끄적였습니다.
2020.03.22 00:45
뮤지컬 영화는 헤어 스프레이와 라라랜드 정도만 재밌게 본 기억이 있네요. 다시 볼 생각은 안들고요.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도 보고 이것저것 몇번 관람 시도해 봤었는데 저랑은 안맞는 장르인 것으로 결론. 겨울왕국은 스토리랑 애니 영상이 궁금해서 본거라.
2020.03.22 02:31
전 그냥 1편에서 안나가 너무 해맑은 진상(...) 캐릭터였다고 생각해서 2편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아직도 안 봤습니다. ㅋㅋ
근데 가족들 (정확히는 애들) 때문에 OST는 여러번 들었는데... 뭔가 1편에 비해서 훨씬 '뮤지컬' 느낌이 강하더라구요. 1편은 좀 뮤지컬 풍의 팝음악 같았다면 2편 음악은 그냥 대놓고 뮤지컬 느낌. 뮤지컬이니까!!!
2020.03.22 02:58
ㅋㅋㅋㅋ 안나는 사실 2편에서도 좀.. 그래요. 액션물에서 예쁘고 착한데 방어능력 제로라서 지켜줘야 하고, 그러면서도 자기도 할 수 있다 그러고, 그러다가 심하면 상황꼬이게하고 걸리적거리기까지 하는 히로인 포지션 쪼끔, 비슷한게 있죠. (넘 심했나..)
톰보이 속성을 줘서 그걸 희석시키긴 하는데 자매애말고 다른 능력치를 좀더 입혔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전략가였다든가 이런거요. 검은바다 건널때 딱 봐도 다 같이 가기는 무리겠더만 낄낄빠빠 참 못한다 느꼈...;; 안나가 먼저 찢어지자고 하고 능동적으로 자기만의 롤을 수행하는 식이면 좋았을텐데요. 막판에 자기 역할을 하긴 하지만요. 똘똘함+냉철함 같은 걸 좀더 부각시켜 주지..
자매애 강조는 충분한 것 같고, 대신 언니한테 내심 열등감을 느끼던 안나가 자신만의 장기에 눈뜨고 그걸로 문제를 돌파하면서 자존감을 키워나가는 플롯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실제 형제간에 이런 경우 꽤 있지 않나요?? 잘난 형제있으면 열등감 느끼는 거) 또 톰보이컨셉으로 갈거면 스타일도 확 마, 중성적이든 뭐든 좀 멋있게 만들어주지.. 스타일도 매력없고.. 그러니 애덜이 엘사 옷만 사달라 카고 ㅠ 안나라도 힐을 신지 말지 그랬니.... 더 실용적이고 괜찮은 룩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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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외양이 넘 여성여성해서 사실 그게 좀 불만인데, 핑크대신 애덜이 블루 빛을 좋아한다카고 엘사가 본인의 여성성을 부정하지 않는, 혹은 남성 여성의 이분법적인 경계에서 벗어나있는 전복적인 캐릭터이며 한편으론 성소수자를 은유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해석은 많더라구요. 근데 현실에서 엘사 드레스 사달라 졸랐던 어린이들은 이런 엘사의 모습을 진짜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엘사는 날씬하고, 엄청 이쁘고, 하늘하늘하고, 샤이니해서요. 왕자님 없어도 햄보칼 수 있어, 나는 능력자야!! 뭐, 이런 건 좋은데 마냥 긍정적으로만 캐릭터를 받아들이기는 마음 한 구석이 또 찜찜하고 그래요.
이를테면 MTF의 여성여성 외양에 비판하는 레펨들이 일견 이해는 가요. (물론 그게 MTF들을 탓할 문제는 아니고요.) 또 누구말대로 엘사가 마법소녀물에 나오는 캐릭터들이랑 어찌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쫙 '달라붙는' 옷입고 악당 때려잡는 라라 크로포드 캐릭터 비슷도 하고. 물론 엘사는 라라보다야 더 캐릭터 깊이야 있지만요.
2020.03.22 11:17
2020.03.22 11:53
2020.03.22 15:17
근데 저는 이거 재밌게 봤어요.ㅎㅎ 겨울왕국 애니에서 튀긴 하죠. 슈렉에 나올법한 코드.
2020.03.22 19:31
2020.03.22 15:16
도마뱀은 귀엽긴 하더라구요.
2020.03.22 16:58
그림그리는 회사가 달라졌는지 인물들 얼굴이 조금씩 달라져서 제게는 그것부터 감점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아니 1편 얼굴이 좋았던 크리스토프가 프로포즈로 괴로어하는 건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펴느라 혼났어요.
저는 도마뱀이 눈 큰것만뻬고는 봐줄게 없는데 귀엽다는 생각이 들게 하다니 패완눈인걸 실감했고요.
2020.03.22 18:58
도마뱀 디자인이 단순한데 그만큼 효과적인 캐릭터 디자인인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올림픽 마스코트였던 호돌이 같은 거 보면 쓸데없는 선들이 너무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