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8 11:38
- 2021년작이고 태국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101분에 장르는... 뭐라 말해야할지. ㅋㅋㅋ 암튼 스포일러는 없게 쓸게요.
(별 생각 없이 퍼왔더니 남이 리뷰용으로 텍스트 박아 넣은 짤을 가져와버렸...;)
- 영화가 시작되면 대학 강의실입니다. 상냥한 인상의 여교수가 학생들에게 불면증으로 인해 생기는 인체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네요. 하루 안 자면 어떻게 되고 이틀 안 자면 어떻게 되며 삼일을 넘기면 어떻게 되고... 본인이 실제로 삼일 넘긴 적 있는데 그 때부터 실험실의 토끼와 대화가 가능해져서 견딜만 했다는 드립을 치시네요. 곧 장면 바뀌구요.
주인공 '제인'은 빼어난 미모에다가 의대생! 입니다만. 인생은 참 구질구질하고 피곤합니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몸이 안 좋은 할머니와 말 안 듣는 동생을 챙기며 생업과 학업을 모두 해결해야 하거든요. 게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빌린 대출금들은 이미 수개월이 밀렸고... 졸업해서 의사가 되면 좀 숨통이 트일 텐데, 당장 살아남으려면 학교를 때려 치워야할 판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이런 고민을 알게 된 우리의 상냥한 지도교수님(당연히 아까 그 분입니다)께서 의학 실험 알바를 하나 추천해줘요. 여기서 등장하는 룰 설정용 허접한 사이비 과학 얘긴 굳이 설명할 의욕이 안 생기고. 결론은 이겁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잠들면 죽습니다. 대신 성공하면 고액을 받죠.
이미 진작부터 하루 한 시간 이하의 수면 시간으로 생활을 이어오던 주인공은 자신있게 그걸 덥썩 받구요. 그 후 자신과 같은 실험에 참여한 대학 친구 셋을 알게 되어 서로서로 도우며 이 실험을 버텨내기로 하는데...
(성공하면 무려 한국돈 기준 35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실패하면 죽어요. 350만원에 거는 목숨이라니... ㅠㅜ)
- 위의 설정을 보고 어떤 내용을 떠올리셨나요. 처음엔 넷이 라랄라 즐겁게 잘 버티며 우정 쌓고. 그러다 하나씩 감각 이상, 환각 증세 같은 걸 겪으며 처참하게 죽어 나가고. 그러다 이 실험에서 탈출하려고 발버둥치고... 뭐 이런 게 당연히 따라나와야할 전개 아니겠습니까. 근데 영화가 그렇게 안 가요. 뭐 비슷한 전개가 나오긴 합니다만 영화 종료를 20여분만 남겨 두고서야 시작되죠. 그럼 나머지 한 시간 이십분 동안은 뭐하냐면...
청춘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할.
- 시작부터 뭔가 심상치않긴 했어요. 새 등장 인물 나올 때마다 경쾌한 음악, 깜찍한 폰트로 자막 깔면서 인물 설명이 나오는 게 딱 구세기말, 신세기초에 한국에서 우수수 쏟아져 나왔던 '어른들은 모르는 통통 튀는 신세대 감성의 청춘 무비!' 느낌이 팍팍 났거든요. 결과적으로 그걸 만든 게 어른들이어서 젊은이들에게 외면당해 다 망해서 사라지고 단기간에 명맥이 끊겨 버렸던 그 영화들 있잖아요. 딱 그런 느낌입니다.
게다가 영화 분위기가 너무 착해요. 그냥 착하다고 하면 좀 안 맞는 것 같고, '나이브하다'고 하면 좀 더 적절하겠네요. 등장 인물 넷이 모두 다 '통통 튀는 젊음' 캐릭터인 가운데 다들 결함 같은 게 있지만 그걸 극복하고 착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런닝 타임을 20여분 남겨둘 때까지 사실 대단한 사건이나 위기도 없구요. 심지어 수면 부족으로 인한 이상 상태도 거의 묘사가 안 됩니다. 그냥 아아 졸려... 야야 일어나!! 우리 뭘 해야 버틸 수 있을까??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극복~ 뭐 이런 느낌.
그리고 그러는 가운데 공포나 스릴보단 우리 주인공 '제인'의 고달픈 인생, 그리고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친구들이 안고 있는 근심과 걱정들. 이런 걸 주로 보여주는데 뭐 그것 역시 나이브합니다. 딱 그냥 '청춘물' 수준에서 그쳐요.
(실패하면 죽는 실험에 참가하는 네 청춘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블링블링 드라마!!)
- 그럼 이제 막판 20여분 동안 전개되는 그나마 스릴러스런 부분은 어떻냐고 하면... 뭐 여부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망이죠. ㅋㅋㅋ
그냥 막판에 빌런이 벌이는 짓이 아예 이해가 안 돼요. 본인이 목적으로 둔 게 분명히 있는데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그런 행동이 전혀 필요가 없거든요. 막판 빌런의 구구절절 설명씬은 그걸 합리화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말도 안 된다는 걸 확인 사살하는 수준이구요.
영화의 하일라이트이다 보니 위에서 말했던 수면 장애의 증상들... 이 당연히 나오긴 하는데 굉장히 얄팍하고 가볍게만 등장하고 끝입니다. 그래서 전혀 긴장도 안 되고 무섭지도 않고 안타깝지도 않고요. 이럴 거면 뭐하러 이런 소재를 취했는지 모르겠죠.
암튼 그냥 헛웃음만 실실 나옵니다. 내 한 시간 사십분 돌려내!!! ㅋㅋㅋㅋㅋ
- 막판 전개를 보다가 순간 얻은 깨달음인데. 아마도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배드 지니어스'의 성공 신화를 흉내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선남2 + 선녀2의 캐릭터 조합. 태국 '청춘'들의 고민(특히 빈부 격차). 그리고 두뇌 게임을 통한 스릴 창출... 뭐 이런 걸 생각했던 것 같거든요.
근데 안타깝게도 '두뇌 게임'이 전혀 안 되구요. 연출도 느슨하기 짝이 없고. 주인공이 겪는 가난도 상대적으로 많이 가볍게 다루는 느낌이고. 심지어 '선남선녀'의 매력도 떨어지면서... 근본적으로 연출이 못 따라갑니다. 애초에 각본이 개판이라는 걸 감안해도 연출 역시 할 말 없는 수준이에요.
(가난한 여자가 주인공, 또 가난한 남자 하나와 갑부집 남자 하나, 그리고 역시 살림살이 넉넉하고 철 없는 여자애 하나. 확실히 '배드지니어스'죠.)
- 물론 전 그 와중에도 또 나름 재미를 찾으면서 봤습니다.
일단 전 원래 망작 매니아라 이렇게 훌륭하게 못 만든 영화를 보면 즐겁거든요.
거기에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그 '세기말 청춘물' 스타일 자체가 너무 웃겨서 낄낄거리는 즐거움도 있었구요.
그 와중에 주인공 제인 역의 배우가 예쁩니다(...) 에쎄쓰 유진과 한혜진을 섞어 놓은 아주 예쁜 일반인(?) 같은 느낌인데 뭐 매력 있더라구요. 영화 다 보고 나서 사진을 찾아보니 죄다 별로인데요. 영화 속에선 그래도 매력 있습니다. ㅋㅋㅋ
하지만 이게 영화가 재밌거나 볼만하단 얘긴 절대 아니라는 거.
- 그래서 간단한 결론. 보지 마세요. ㅋㅋㅋ
저같은 망작 매니아를 제외하곤 딱히 추천할만한 대상을 못 찾겠네요.
그냥 어제의 제 넷플릭스 뽑기는 망한 걸로.
+ 한국 언급이 참 많이 나오는 게 요즘 대중 문화계에서 이 나라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더군요.
등장 인물 중 한 명이 sns 스타 캐릭터인데 본인 방송 중에 '한국산 에센스' 홍보하는 장면이 나오구요. 넷이 모여서 채팅방을 '라인'으로 만들구요. 돈 벌면 뭐할 거냐... 라는 대화에서 한국 가서 가슴 성형을 할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 때 아예 한글로 '유방확대술'이라고 적힌 성형 광고가... (쿨럭;)
++ '핀 모바일'이라는 회사 서비스에 대한 간접 광고가 '간접'이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노골적으로 반복됩니다. 영화 다 보고 나면 스탭롤보다 이 회사 언급이 먼저 나와요. ㅋㅋ Finn Mobile이라는데 뭐하는 회사인진 모르겠지만 뭐, 광고의 노골성이 너무 심해서 이름이 확 박히네요. 광고 성공!!
+++ 최근에 나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어웨이크'랑 설정의 유사점이 많이 언급되던데. 뭐 잠 못들면 사람이 어떻게 망가지는가... 라는 소재는 그 쪽이 훨씬 열심히 파 본 것 같습니다만.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이 영화랑 삐까한 것 같으니 그건 그냥 안 보겠습니다.
++++ 어쨌든 태국 영화였다 보니 다시 우리 옥밥님 생각이 납니다. 작품 활동 좀 더 빡세게 해주십셔 옥밥님하... 떡밥이 없네요 너무.
2021.07.18 12:10
2021.07.18 12:11
2021.07.18 12:31
위험한 말씀이세요. 태국 사람 같이 생긴 얼굴은 대체 어떤 얼굴인가요..
2021.07.18 12:38
2021.07.18 13:12
제 얼굴이죠.
제가 동남아 계통의 얼굴입니다.
왜 위험하다고 하셨는지는 알겠는데,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외국인들이 소미를 보고 한국사람처럼 생기지 않았어요?,,,라고 한다면 한국사람에 대한 비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 아닐까 생각되요.
그사람은 그냥 보이는대로 말한건데요..
2021.07.18 13:20
2021.07.18 13:28
영화와 관계없는 댓글이 더 많아지고 있어서 죄송스러운데,
이게 선입견과 연결이 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흑인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백인이다' 라고 헀을 때에 예외가 있을 수 있죠.
그런 사람들을 보았을 때에 놀람을 표하는 감탄을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어느나라 사람은 어떻게 생겨야 한다는 생각은 선입견이다,라고 할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2021.07.18 13:48
2021.07.18 13:54
2021.07.18 14:20
2021.07.18 13:46
2021.07.18 12:40
2021.07.18 13:53
2021.07.18 13:44
2021.07.18 20:17
뻘영화에 대한 뻘글에 왜 이리 댓글이 많나 했더니... ㅋㅋㅋㅋ
왜냐하면님께서 말씀하신 맥락 이해합니다. 기분 상하지 마시구요.
근데 그냥 이런 지적도 의미가 없진 않은 것 같아요. 한국도 사실상 다문화 사회가 된지 오래됐으니 조심하는 게 좋긴 하니까요.
2021.07.18 12:49
저러고들 있으면 생각나는 건 <유혹의 선/플랫라이너> 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검색해보니 이쪽은 남녀 성비가 안 맞아요. 과연 천조국은 어설픈 러브라인은 넣지 않는다는거
2021.07.18 20:12
근데 천조국도 보면 러브라인을 딱히 기피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워낙 영화들이 많이 쏟아져나오다 보니 그 중에 러브라인을 배격하는 작품들도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ㅋㅋ
2021.07.18 14:03
2021.07.18 20:13
좋은 시절인 것 같습니다. 근데 아마도 세월 좀 흐르면 옛날 홍콩 영화마냥 사그라들겠죠. 슈퍼울트라캡숑 대국 중국이 있는지라... =ㅅ= 일단 이 시절을 즐기는 걸로. ㅋㅋㅋ
2021.07.18 20:59
2021.07.18 16:10
'자면 죽으니까 안 자려고 노력한다'는 설정은 나이트메어 시리즈를 연상케 하네요. 곧 넷플릭스 드라마로 방영된다는 <샌드맨> 시리즈도 원작에서는 비슷한 묘사의 해프닝이 있었죠. 전체적으로 잠 안 올 때 보면 좋을 영화(...) 같네요.
2021.07.18 20:14
네. 사실 그래서 제가 중간에 졸았습니다. ㅋㅋㅋ 밤에 보다가 졸고, 아침에 일어나서 마무리했네요. orz
2021.07.18 19:57
2021.07.18 20:16
이런 분들에게 저는 언제나 아마존 프라임을 추천합니다. 소수 정예 전략의 오리지널 컨텐츠!! 넷플릭스가 70~80이라면 아마존은 80~90!!
뭐 이미 이용해보셨다면 실패입니다만. ㅋㅋ 아직이시라면 정말로 추천해요. '소수' 정예라서 컨텐츠가 그리 많진 않은데 그래도 두어 달, 빡세게 달려도 한 두 달은 버티실 수 있을 거에요.
2021.07.18 20:55
6개월 정도 계정 유지하다가 떨어져 나왔지만 ㅋ 재도전 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HBO에 in treatment 새 시즌이 올라와서 보고 싶은데 언어의 장벽이...
2021.07.19 08:55
아 이걸 주말 전에 봤었으면! ㅋ
저도 설정만 보고 재미있을거 같아 봤는데 이거 뭐...
정말 설정만 스릴러고 청춘물인데 둘다 이상하게 마무리 되는 -_-
뭔가 때깔은 좋아졌는데 내용이나 구성이 너무 촌스럽더라구여 이 흥미로운 소재를 이렇게? 라는 느낌...
2021.07.19 11:34
본인들이 직접 고른 소재를 이렇게 대충 낭비하는 건 대체 무슨 심사일까... 라는 생각이 들죠. ㅋㅋㅋ
스릴러 파트 클라이맥스의 경험 때문에 청춘물 파트가 그렇게 결말이 나게 된다. 라는 이야기인데 스릴러 파트가 워낙 허접하니 청춘물 결말도 납득이 안 되구요.
넷플릭스는 정말 이렇게 소재만 갖고 낚시질하는 행위에 대한 자체 정화 노력이 필요합니다. ㅋㅋ
포스터의 배우들의 얼굴이 태국사람 처럼 생기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