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상해버린 심리 상담

2015.05.06 23:20

pingpong 조회 수:2969


심리 상담을 받은지 두달 정도 되어갑니다.

회사와 연계된 센터에서 주 1회씩 하고 있습니다.



회사 업무 시간이 좀 유동적이라 한달이 넘게 상담을

진행한 상담사 분과 도무지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

계속 할 수 없게 되었고, 새로운 상담사 분과

상담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분에게 다시 제 얘길 하려니 막막하긴 하더군요.

그래도 지난 번 상담사 분이 바뀐 분에게 인계를 어느

정도  한 것 같았습니다. 새 상담사 분과의 첫 상담에

서는, 첫날이니만큼 그냥 제 얘길 쭉 하고 상담사

분은 그걸 들어주셨죠.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편안히 제 얘길

했으니까요.



그런데 어제, 두번째 날.1시간이 안되는 상담 시간이

불편하고 불쾌했습니다.상담사 분이 두달 전 상담을

처음  시작할 때 작성했던 신청서를 보며 물으셨죠.

그 신청서에는  상담을 받고 싶은 이유를 카테고리

별로 나눠놓고 체크하는 게 있습니다. 제가 종종 우울한

것 같다고 체크를 했고,  상담사 분은 왜 우울한 감정을

느끼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특별하게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성격이 예민해서 감정 기복이 심한 것 같고,

우울의 정도도 그렇게 심각한 거 같진 않다고 답했어요.



그리고 상담사 분은 심각하지 않은데 왜 우울하다고

말하며, 상담을  받느냐고 묻는 겁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제가 상담을 받고 싶었던 이유는

우울함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상담사 분도 제가 상담을

받는 것이 단지 우울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의 고민, 저의 문제 에 대해 첫 시간에

말했었고, 심지어 카테고리화 된 그 신청서의

'상담을 받는 이유' 만 보더라도 알 수 있어요.



저는 제가 상담을 받는 본질적 이유에 대해 다시한번

상담사 분께 말했습니다. 그러니 상담사 분은 제가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자세히 말해보라해서 진솔된

얘기를 또 했죠. 얘기하는 내내 상담사 분의 반응은

저를 이해하려고 한다기 보다 고민하는 문제가 과연

고민할만한 것인가에 대해 계속 묻더군요.

좀 화가 났습니다. 제가 하는 고민, 걱정 다 저의

생계문제와 관계된 것이었는데 그 문제를 생각하는 것

자체를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내 생각이 정리가 안된 것 같으니 다음

상담 때 정리를 해서 오겠다고 했더니, 돌아온 답은

이거였어요.



'00씨가 말하는 걸 듣다보니 상담 기간이 길어질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횟수가 정해져 있는 거 아시죠?

제가 7월부터는 못해요. 그안에 상담을 마무리

지었음 해요.'  이렇게 두번째 상담이 끝났습니다.

원래 상담이 이런 건지요.



상담은 회사가 복지 차원에서 마련해준거라 제가

따로 상담료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원이

시간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상담이고 전 이 상담이

제가 이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복지, 즉 제가 일을 하고 받는 대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제 이후로 사적으로

다른  상담센터를 찾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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