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붓한 하루

2015.02.16 17:59

메피스토 조회 수:1156

* 아침 7시 쯤 일어났습니다.
새벽두시에 자서 좀 피곤하지만 그래도 눈이 떠집니다. 
잡채에 고추기름을 살짝 뿌리고 거기에 베이컨조각을 넣은 뒤 볶아서 먹었습니다.
9시가 되어, 남주+서브남주의 찌질함이 죄다 지구최강급인 일편단심 민들레를 봤습니다.
그렇게 뭉기적 거리다가 11시인지 12시인지 찜질방으로 출발. 우산을 가져갈까하다가 많이 내리는 비가 아니라 맨몸으로 나왔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걷고마는 버스 2정거장 거리이지만 비도 오고 귀찮고해서 버스를 탔습니다.
허나 무의식중에 탄 버스가 목적지로 가는 버스가 아닌걸 깨닫고 내려서 걸어갔습니다.
걷다보니 그냥 걸어갔으면 될 거리보다 조금 더 길다고 느껴져 사람도 없는 길에서 불한당같은 욕을 했지요.

찜질방에 들어가서 불어난 3kg의 체중을 확인한 뒤 샤워를 하고 이벤트탕, 온탕, 열탕에 몸을 불렸습니다.
대충 때를 벗겨내고 황토방으로 올라갔지요. 한창 누워있는데 저어기 스포츠맛사지실이 있습니다.
어라, 여기 이런것도 있었나해서 들어간 뒤 1시간에 5만원짜리 코스를 받았습니다.
머리와 목을 꾹꾹 눌러주는데 입에서 끙끙 소리가 나옵니다. 아프긴하지만 이 부분을 누가 만져줬음했던지라 반갑더군요. 
꾹꾹 눌러서 좀 아프긴하지만 그래도 받을만했습니다. 받고나니 몸이 후끈하고 뻐근했던 어깨도 가볍습니다.
인간이란게 간사해서 비슷한 가격에 30분을 더 받는 타이맛사지가 생각났지만 다리를 쭈욱 피고 몸을 담글 수 있는 목욕탕 접근성 등을 생각하니 그냥 그렇습니다.

맛사지를 받은 뒤 소금방과 황토방을 전전했습니다. 
사실 메피스토는 찜질보다 물에 몸담그는 것에 더 비중을 둬서 약간 촉촉한 것에서 조금 모자를 만큼만 땀을 뺍니다. 
그렇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독서방이 보입니다. 응? 독서방? 
들어가니 제법 많은 만화책들이 있습니다. 간만에 견신이 눈에 보입니다. 1권을 빼서 읽고있는데 입이 깔깔합니다.
카운터에 가서 메뉴를 살펴봅니다. 박포라는게 있습니다. 박카스+포카리. 저거 하나 주세요.
박카스 한병을 따고 잔에 붓더니 거기에 다시 PT포카리를 따서 반캔정도 되는 양을 붓습니다. 그리고 얼음.
빨대는 두개 드릴까요 아뇨 하나만 주세요. 쪼로록 빨아봤는데 상큼한 맛이 아주 괜찮습니다.
그거들고 만화방에 엎드려서 견신을 4~5권정도 읽었습니다.
읽다가 시계를 확인하니 3시가 조금 넘은 듯 합니다. 확정적인건 아니지만 사람만날 일이있어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가는길에 마트에 들러서 알루미늄호일과 우유, 매콤달콤맛 꼬깔콘을 샀습니다.
엄마에게 전화해서 얼굴이나 보고 갈까하다가 그마저도 귀찮아서 그냥 나왔습니다.
집에오니 4시정도. 아까 먹던 잡채를 좀 더 먹고 꼬깔콘과 우유를 폭풍흡입. 
계획한 일은 취소됐습니다. 애초에 확정적으로 잡은 일이 아니라 서운함도, 아쉬움도 전혀없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뒹굴뒹굴하기로 결정. 슬슬 잠도 옵니다.
지금은 블레이드를 켜놓고 자동전투 & 건빵과 우유를 섭취하며 듀게질 중.

버스잘못탄게 좀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오늘 하루의 평화는 정말 완벽하군요. 
어떤 사람과의 약속도 없고, 어떤 할 일도 없고, 그저 혼자서, 내가 하고싶은데로 쉬고싶은데로.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꿔줘워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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