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영화에서 저렴하거나 무료인 영화 중에 좋은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글이 있어서 어젯밤에 찾아보다가 


로렌스 올리비에 경이 출연한 <오만과 편견(1940)>을 발견했어요. 


로렌스 올리비에의 Darcy라니 이건 너무 어울리잖아아아!!! 환호성을 울리며 1000원을 지르고 보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나오는 크레딧을 보니 원작 소설을 각색한 사람이 다름 아닌 올더스 헉슬리!!!더군요.  


이런 위대한 작가께서 각색을 해주시다니... 영어 대사를 열심히 들어봐야겠다고 결심하며 귀를 쫑긋 하고 들었는데 


물론 그런다고 제대로 들리는 건 아니지만 한글 자막과 합쳐 대충 알아들은 대사들에 유머와 재치가 넘쳐서 


영화 보는 내내 웃으며 즐겁게 봤어요. 


원작 소설보다 훨씬 활기가 넘친다고 할까... 저는 등장인물이 많고 왁자지껄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영화에는 캐릭터 형성이나 이야기 진행에 불필요한 왁자지껄함은 없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상당히 짜임새 있게 


흥겨운 영화여서 끝까지 재미있게 봤네요. 


사실 로렌스 올리비에 경의 강하고 완고하게까지 보이는 얼굴은 별로 제 취향이 아니고 초반에 다소 오만하고 무례하게 나오는 


Darcy의 캐릭터도 제 취향은 아니지만 이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캐릭터가 엘리자베스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미묘하게 흔들리는 표정과 조금씩 안절부절하는 움직임을 드러내면서부터 제 눈길이 이 자존심 강한 가련한 캐릭터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가게 되더군요.  


30대 초반임에도 구레나룻 있는 아저씨 포스를 물씬 풍기는 완고한 사각턱의 올리비에 경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지독한 오해의 덤탱이를 쓰고  


변명 한 마디 하지 않으며 고통으로 살짝 찡그리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런 다아시를 향해 매서운 독설을 쏟아내던 엘리자베스가 


그가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에게 상처를 줬음을 깨닫고 어쩔 줄 모르는 심정이 되어버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어떤 기시감이 들면서   


상대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쉽게 쏟아냈던 무신경한 말들과 그 말들에 찔려 아파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해피 엔딩이 될 거라는 영화의 결말을 알면서도 단단한 캐릭터가 스스로를 허물고 연약한 내면을 드러내는 것을 목격해 버린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다아시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는데... 다아시는 마지막에 다시 한 번 간절한 마음으로 고백을 하네요.    


아아.. 사랑을 구하는 사람들은 왜 다 그런 눈빛을 하는 건지... 그런 눈빛을 보면 왜 괜히 제 마음이 아파지는 건지...   


물론 마음이 아팠던 순간은 3초도 유지되지 못하고 영화는 가야 할 길로 가서 모든 등장 인물과 관객이 행복하게 끝났습니다.


로렌스 올리비에 경의 연기를 찬양하느라 뒤로 밀렸는데 여주인공을 맡은 그리어 가슨도 엘리자베스 캐릭터를 아주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잘 소화하더군요. 이 분 연기도 훌륭해서 찾아보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7회 후보 지명을 받았고 그 중 1회 수상했네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9회, 남우조연상 1회 후보 지명을 받았고 그 중 남우주연상 1회 수상한 로렌스 올리비에 경의 안타까운 경력에는 


못 미치지만 이 분도 상당한 연기파 배우인가 봅니다.  


돈 많은 사위를 열망하는 엘리자베스의 어머니 베넷 부인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저에게 큰 웃음을 주더군요. 


소설을 읽을 때는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베넷 씨가 툭툭 던지는 말들이 참 재미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딸들의 남편감 찾기 최전선에서 


몸 사리지 않고 돌진하는 베넷 부인이 돋보였어요. 


로렌스 올리비에 경의 연기를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네이버 영화에서 <햄릿>, <리처드 3세>, <헨리 5세>, <북위 49도선>을 구매했는데 


앞으로 틈날 때마다 한 편씩 봐야겠습니다. 


찾아보니 네이버 영화에 <서부 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1930)>도 있고 


<직업 군인 캔디씨 이야기(The Life and Death of Colonel Blimp, 1943)>도 있고 


<바시르와 왈츠를>도 있고... 제가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몇 편 있네요. 


다른 분께 추천해 드릴 영화를 찾다가 결국 제가 보고 싶은 영화로 빠지고 말았는데 찾는 중에 보니  


<선셋 대로>, <분홍신>, <세상의 모든 계절>, <서칭 포 슈가맨>이 천 원 정도 가격에 있더군요.  


혹시나 안 보셨으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92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5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54
123775 기다려라 빵...그리고 산 책. [20] thoma 2023.07.18 470
123774 포천 우드스탁 페스티벌 취소 소식 [2] 모르나가 2023.07.18 408
123773 좋아하는 걸 하루종일 할 수 있는 인생 [5] catgotmy 2023.07.18 367
123772 "갓반인"에 대한 고찰 [3] Sonny 2023.07.18 783
123771 Libera me/미임파 3차 [3] daviddain 2023.07.18 212
123770 [티빙바낭] 배경 지식 없이 함부로 아무 영화나 보다 보면 말이죠... '살룸의 하이에나' 잡담 [6] 로이배티 2023.07.17 359
123769 '3000년의 기다림' 잡담 [7] thoma 2023.07.17 442
123768 초대형 산갈치 [1] 상수 2023.07.17 226
123767 에피소드 #46 [4] Lunagazer 2023.07.17 72
123766 프레임드 #493 [5] Lunagazer 2023.07.17 90
123765 6.25 전쟁은 누구의 책임 [5] catgotmy 2023.07.17 405
123764 [핵바낭] 아들과 독서, 셜록 홈즈 [38] 로이배티 2023.07.17 701
123763 미임파7 2회 차 감상+질문 [5] daviddain 2023.07.16 365
123762 오송 지하차도와 수해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면서(기후변화는 눈앞의 현실) [1] 상수 2023.07.16 440
123761 R.I.P Jane Mallory Birkin(제인 버킨, 1946-2023) [3] 상수 2023.07.16 321
123760 인디아나 존스를 보내며/ 스포 약간 [2] 수영 2023.07.16 274
123759 [티빙바낭] 그냥 봤습니다. 정준 & 김소연의 '체인지' [10] 로이배티 2023.07.16 450
123758 프레임드 #492 [4] Lunagazer 2023.07.16 83
123757 [티빙바낭] 끼리끼리끼리~ 의 추억. 미이케 다카시의 '오디션' 재감상 잡담 [6] 로이배티 2023.07.16 429
123756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아주 사소한 거-스포일러 [8] daviddain 2023.07.15 44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