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팔로잉...이 드라마는 망작이라고 해야 할지 괴작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쓰레기라고 하기엔 좀 그래요. 화면 때깔도 좋고 캐스팅도 좋고 배우들의 열연도 다 좋거든요. 심지어는 연출도 좋아요. 그 각본으로 해낼 수 있는 연출로서는 고급 수준이라고 봐요. 다른 부분의 수준이 다 좋은데 스토리와 캐릭터가 너무나 괴이해서 대체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모르겠어요.


 조캐롤(사실 조 캐롤이지만) 얘기를 해보죠. 만약 저라면 연쇄살인으로 연방 감옥에 들어간다면 그냥 포기할 거예요. 이런 저런...소소한 기쁨들 말이죠. 어느날 기대하지 않았던 코스피 주식의 불기둥, 교촌치킨을 시켰는데 감자 쿠폰을 챙겨가지 않는 배달원, 바에 갔는데 사람이 없고 텅텅 비어서 그냥 셔터 내리고 사장과 고기먹으러 가는 날...이런 예측되지 않는 기쁨 말이죠. 누가 감히 탈옥을 꿈꿀 수 있겠어요? 하지만 조캐롤은 탈옥을 해내요.


 그런데 탈옥 성공을 한 후 다시 일부러 잡혀요. 저같이 겸허한 사람에겐 잘 이해되지 않는 일이에요. 연방감옥에서 탈옥하는것...인생에서 이렇게 좋은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날 거라고는 여기지 않거든요. 하지만 조캐롤은 일부러 잡힌 후에 더욱 강화된 감시를 피해 한번 더 탈옥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엄청난 포스의 부하들이 그를 위해 계속 증원돼요.


 대충 이쯤에서 사람들이 뭔가 좀 이상하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사실 사람들은 조캐롤에 별 관심 없었어요. 모두가 케빈베이컨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있다길래 보기 시작한 건데...뺀질거리는 문학 교수였던 조캐롤이 대체 뭐길래? 이 놈은 보여준 게 없어요. 그런데 교도소 직원, 지역 경찰, 군인, FBI, 마을 보안관, 심지어는 전직 CIA요원까지도 조캐롤에게 충성하죠. 별 거 아닌 깡패들도 보스가 만만해 보이면 뒤통수를 치려 드는데 저런 후덜덜한 포스를 가진 자들이 조캐롤 따위의 뒤통수를 가만히 냅둔다? 이건 현실이 아니예요. 현실에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죠.


 그런데 열심히 캐릭터연구를 해온 케빈 베이컨...다른 배우들...모두가 너무 열심히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고 연기를 해요. 정말 현실의 FBI처럼 보일 정도로요. 앗싸리 판타지 드라마였으면 모르겠는데 조캐롤만 빼고 모든게 리얼이라 이 간극이 이 드라마를 너무나 괴이하게 만듭니다. 어떤 사람들이 주인공이 답답하고 멍청하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조캐롤이 현실에 있다면 누구라도 저렇게 당할 수밖에 없죠.


 1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조캐롤은 한심했어요. 포우에 경도되어 글이나 끄적거리고 부하들에게 신경질이나 내죠. 보고 있으면 조캐롤은 저 많은 사람들을 포섭하고 저런 장대한 계획을 세운 사람은 절대 아니란 확신이 들어요. 1시즌 마지막에 조캐롤이 죽었고 시체가 그의 DNA와 일치한다고 FBI가 찌질거릴 때도 믿지 않았어요. 그에겐 현실 세계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1시즌 내내 봤으니까요.


 아니나다를까 2시즌에 조캐롤은 잘 살아있죠. 손바닥 뒤집듯 포우를 버려버리는 미칠듯한 가벼움과 현실 세계의 법칙을 여전히 무시하는 광폭행보를 보다가 보는 걸 중단했어요.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FOX 간부 중에 다른 회사에서 보낸 스파이가 있었나 봐요. 그리고 그 스파이가 굉장히 일을 잘 하나 봅니다. 팔로잉 3시즌이 시작되었다는군요. 여기까지 따라왔으니 그냥 조캐롤의 여정을 끝까지 함께해야겠어요. 아마 마지막엔 미국에서 조캐롤빠와 조캐롤까가 시빌 워를 일으키면서 끝나지 않을까 합니다. 팔로잉 세계관에서 미국대통령은 조캐롤 부하일까요 아닐까요?


 

 2.팔로잉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달려라 장미를 오늘 못봤어요. 내일도 못보겠죠. 왜냐면 방송을 안하니까요. 아내의유혹을 보면서 느낀 건데 이런 일일드라마는 테트리스와 같아요. 작가가 얼마나 테트리스를 잘 하느냐의 문제죠. 블록을 쌓는 것과 터뜨리는 것...이 앙상블이 중요해요. 너무 쌓기만 해도 안되고 너무 빨리 터뜨려대도 안 돼요. 보는 사람이 초조할 정도로 쌓다가 적당히 긴 블록을 소환해서 한번에 터뜨려 주고 가끔은 짧은 텀으로 깨알같이 블록을 터뜨려줘야 하죠. 일일드라마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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