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8 11:44
<박수소리>
귀가 웅웅거리니까 세상은 똑같은 소리만 낸다. 에밀레종이다. 어쨌든 그게 수술까지 해야 하는 일인가. 난 그래도 중환자 넘쳐 나는 백 년 된 이 병원에선 귀여운 환자다. 구원을 기다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술은 너무하다. 베토벤도 있는데.
우정을 믿지 않는 남자 애들이 병원 뒤편에 모여 앉아 간호사의 치마 속을 상상하고 있을 때 ‘운명’이 울려 퍼진다. 날 수 있다고 믿었다. 적어도 저 병실의 천장까지는. 안 들리더라도 외마디는 지를 수 있었다. 머릿속에 왔다 갔다 하는 생각들은 내 불운일 뿐이다. 그래도 나는 마취에서‘깨어나며’'깨달았다.’불끈 솟아오르는 게 사랑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박수받기 위해 살지 않았지만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날은 왠지 꽃 같았다.
-
-허연
<버드맨> 을 보고 생각난 詩 <박수소리>
2015.03.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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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도 없고 심심하실 것 같아서 어디선가 누군가의 웹페이지에서 봤던 이상의 시 같은 산문 한 편 베껴왔어요.
단상
11.
나는 매일 아침 양치질을 한다.
나는 또 손톱을 깎아 마당 가운데 버린다.
나는 폐의 파편을 토한다. 나는 또 몸뚱이의 도처가 욱신거린다.
나는 서서 오줌을 갈기면 눈이 녹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또 내가 벙어리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고 소리를 질러본다.
내일이 오늘이 될 수 없는 이상 불안하다.
내일이야말로 정말 미쳐버릴 거다 ― 나는 항상 생각하며 마음을 들볶기 때문이다.
나는 왜 한쪽 장갑을 잃어버렸을까?
나는 나머지 장갑도 마저 잃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내 마음대로 그것을 없앨 수가 있을까?
나는 욕을 먹는다. 한쪽 장갑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내일은 내게 편지가 오려나
내일은 좀 풍성해지려나
내일 아침 몇시쯤 나의 최초의 소변을 볼 것인가
(웃기죠? ^^ 저는 이렇게 웃기면서 슬픈 게 좋더라고요. 변탠가 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