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떡볶이 가게에서..

2015.03.09 09:45

가라 조회 수:3172


어제 겨우내내 주차장에서 먼지에 쌓여있던 바이크를 타고 배터리 충전을 위한 주행을 하였습니다.

시동을 걸때 계기판이 깜빡하는 것이 배터리가 방전 직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차마 시동을 끄지 못하고 그대로 쭉 50분을 탔습니다.

그렇게 시도 경계를 넘어 옆도시의 유명 빵집에서 빵을 사가지고 다시 돌아오고 있는데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음을 깨닫고, 동네 떡볶이집에 들렀습니다.

제대로 된 점심을 먹기엔 저녁까지 시간이 짧았기에 간단히 요기나 하자 싶었거든요.


옆테이블에는 초등학교 1~2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 셋이 앉아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떡볶이 1인분에 오뎅 2개 먹을 수 있겠다'

'세명인데 오뎅 2개 사면 어떻게'

'잘라 먹자'

'밀떡으로 먹으면 오뎅 3개 먹을 수 있어'

'아줌마가 밀떡이 없대. 해야 된대'

'돈 더 없어?'

'500원을 3으로 나눌 수가 없잖아'

'난 돈 더 없어'

'밀떡 할때까지 기다릴까?'


옆에서 한참 고민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오뎅 한개정도 아저씨가 사줄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돈 없는 아이 빼고 두명이 250원씩 더 내서 쌀떡과 오뎅 3개를 먹더라고요.



옛날에 잠시 외국에 어학연수 갔을때였어요. 거기서 알게 된 형네 집에서 저녁 해먹고 놀고 있었는데 초인종이 울리더군요.

올사람이 없는데.. 하고 나가보니 꼬아아이 셋이 Trick or Treat! 하고 외쳤다가.. 양쪽 다 얼음이 되었어요.

저는 이게 뭐지? 하는 표정이었고, 아이들은 '이 동양인 아저씨가 오늘이 할로윈인걸 알까?' 하는 표정이었다고나 할까...


잠시의 정적이 지나가고 저는 '아 오늘이 할로윈이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집주인형도 이 나라 온지 몇년이 지났지만 할로윈에 누가 온적이 없어서 아무 준비도 안했더라고요. 결국 저는 주머니의 1달러 동전 2개를 꺼내서 더듬거리는 영어로 '미안한데, 우리가 할로윈인줄 몰랐구나. 대신 이걸로 캔디를 사먹어도 되겠니?' (라고 저는 말했다고 생각함) 하면서 줬어요. 아이들은 '2달러를 어떻게 셋이서 나누지?' 하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면서 가더라고요.


결론은 소수는 만악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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