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고민

2015.02.27 14:55

흔들리는 갈대 조회 수:2347

  써 놓고 보니 거창하지만, 사실 구직이라기 보다는 자원봉사입니다.


  우선 저는 한국어 수요가 많은 더운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온라인으로 하는 한국어 강사 양성 과정을 막 끝냈는데, 마침 제가 다시는 한인 성당에서 로컬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수업을 맡을 자원봉사자를 찾는다는 공고가 뜬 겁니다. 이게 무슨 인연인가 싶어서 물어물어 알아봤더니, 조건은 이렇습니다. 일 주일에 1시간 반씩 15주 수업인데, 저 같은 경우는 화요일 밤이 될 것 같습니다. 한 반 인원은 20명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자원봉사니까 보수도 당연히 없고, 더 중요한 건 교재도 없답니다. 그냥 멘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다 알아서 하라고 하네요.


  제가 걱정하는 건 제가 너무 경험이 없다는 것과, 교재가 없다는 거죠. 강사 양성 과정 수료에 필수 조건이라 어떻게 어떻게 중국 사람들을 모아 국내 한국어 교재로 모의 수업을 했는데, 이 교재가 너무 불친절하더라구요. 그 교재는 일단 한글을 읽을 줄 안다는 걸 기반으로 짜여졌는데, 제 학생들은 아예 읽지도 못했거든요. 할 수 없이 자모음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더 어려울 것 같은 문법 부분은 아예 손도 못 댔구요. 그래서 교재가 없다고 하니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짜서 해야 할 것 같아 좀 막막합니다.


  성당 분들이야 당연히 이것은 '신의 뜻'이라며 하라고 하십니다. 주변에서 해 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다행히 우리 애는 14살이라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밤에 엄마가 없어도 될 것 같아요. 근데 이게 잘 하는 걸까요? 전업주부로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 일단 밤에 나가는 것도 겁이 나네요. 물론, 다 끝내고 나면 엄청 경험이 되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보수 없는 일은 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처음엔 성당에서 교재를 다 준다고 했다가, 이제 사실 교재는 없다며 너가 알아서 하라고 하는 걸 보고 성당에 조금 실망도 했구요.


  오늘까지 답을 주기로 했는데, 쉽게 확답을 못 주겠네요. 하는 게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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