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이야기...

2015.03.07 04:36

여은성 조회 수:1209


  듀게가 점점 일기장처럼 변해가는 거 같네요. 하지만 블로그 만들기도 귀찮고 해서...계속 여기에 떠오르는대로 쓰곤 해요. 요즘은 가끔 듀게에 쓴 글을 되돌려 읽어보면 아 그래...그땐 이랬지 그땐 이런 상황이었지 하고 놀라요. 꽤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서요. 타임라인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요. 심지어는 잊고 있던 일도 있는데 글 죽 보다가 ㄷㄷ했어요. 지난글보기를 하던 와중에 1년전에 듀나지식인에 쓴, 선물로 샤넬백이 좋을까 프라다백이 좋을까라고 쓴 글을 봤어요. 오늘은 그 글과 관련된 일화...썰을 풀어보죠.



 2013년인가까진 가끔 누군가한테 얼굴이나 한번 보자거나...만화를 그려 올리며 밥사줄사람을 구하곤 했는데 사람들이 저를 점점 싫어하게 됐어요. 그냥 귀찮은 사람으로 여겨지게 되어버린 거예요. 하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나는 나고 나는 내게 사랑받아야만 하니까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온세계가 미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죠. 그래서 모든 사람을 왕따시키기 위해 연락을 싹 다 끊어버렸어요. 이 일화는 다음에 자세하게 써보고 싶네요.  그리고 그때쯤 이전에 썼던 냉동인간 계획도 포기하게 됐어요. 그때가 2014년쯤이었죠. 마침 새해도 되고 했으니 이전의 완벽했던 나를 다시 되찾아 보기로 했어요.


 

 일단 시작은 한번씩 반드시 밖에 나가되 마음먹는다고 해서 당장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걸로 정했어요.



 1월의 어느날...



 그날은 닭갈비가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물도 사고 닭갈비도 먹을 겸, 하나의 돌로 두마리 새를 잡기 위해 압구정로데오를 갔어요. 그러나...계획에는 늘 차질이 있죠. 첫번째 차질은 닭갈비는 1인분씩 팔지 않아요. 어쩔수없이 2인분을 시켜야 했죠. 두번째 차질은 갤러리아가 내부공사중이었다는 거죠. 어쨌든 식당에 들어가 닭갈비를 2인분 시켰어요. 사실 어떤 식당에 가든 보통 2인분을 시키긴 해요. 맛있는 걸 다양하게 먹고 싶어서의 이유도 있지만 진짜는 큰 테이블에 앉고 싶다는 게 이유예요. 물론 닭갈비 집에 혼자 오는 사람은 없으니 애초에 거긴 작은 테이블이라곤 없었지만요. 조금 망설이다가 사이다도 시켰어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서 빨리 나가고 싶어 그냥 닭갈비가 도착하는 동시에 밥을 볶아달라고 했는데 식당종업원은 닭갈비를 좀 드시면 볶아주겠다고 하더군요. 도저히 누군가와 싸울 기분이 아니라서 그러자고 했어요. 그리고 황망하게 식당 안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보다가 옆 테이블을 봤는데...그곳에는 놀랍게도 동창이 있었어요. 빌어먹을 동창이 아니라 그냥 동창이요. 그리고 그 동창은 분명 아는 사람이 많은 사교적인 동창이었어요. 사회성을 되찾으라고 신이 동아줄을 내린 거라고 여겨졌어요.


 그래서 동창이 그녀의 여동생과(추측이지만)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 동창에게 말을 걸어 지금 백수고 매우 심심해서 놀아달라고 했어요. 동창은 OK했는데 그것이 이 상황을 그냥 끝내기위한 OK인지 아니면 진짜 OK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런 사람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이미 나가버린 그 동창을 쫓아가서 나와 놀아준다고 한 이상 나는 너를 귀찮게 만들거라고, 싫다면 아니오라고 말하면 된다고 했어요. 그 동창은 다시 OK라고 했어요. 매우 기뻤죠. 그 동창을 시작으로 다른 동기들과도 다시 만나고 신나게 놀 수 있을 거 같았어요. 닭갈비를 먹으며 대학교 때 못 놀았던 걸 이제 보상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헛된 희망을 가졌죠.



 갤러리아가 닫은 것도 익스큐즈하고 걸어서 현대백화점 가서 스카프를 하나 사고 가로수길로 또 걸어가서 고로케를 사서 집에 돌아왔어요. 그리고 이 좋은 발판을 제공해 줄 수도 있는 사람에게 포상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가좋을까...하다가 그 동창이 프라다백을 가지고 있던 게 떠올랐어요. 그래서 듀게에 듀나지식인 글을 썼어요. 1년전 듀게글을 보면 누군가에게 선물로 샤넬백이 좋을지 프라다백이 좋을지 써놓은 게 있죠. 그리고 거기 달린 댓글을 보고 그 동창이 내가 가난한 사람이어도 만나러 나와 주고 밥을 사준다면 샤넬백을 사줘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테스트를 위해, 백수고 돈도 없어서 미안하지만 만난다면 밥좀 사달라고 말해 놨었거든요. 동창은 참 고맙게도, 시원스럽게 돈은 누가 내면 어떻냐고 대답했고요.



 뭐 결국 그 동창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두어 번 미루다가 결국 만나기 싫다고 하더군요. 그 동창을 시작으로 다른 동창들을 줄줄이 사탕으로 만나려는 계획도 동시에 사라져버렸어요.



 이 이야기에서 말하고 싶은 결론은...그후로 1년 지난 지금은 알게 되었다는 거죠. 그 만남이 이루어졌다면 정말 이상한 인간으로 보였을 거 같다는 거예요. 1년 동안 재사회화를 꽤 잘했거든요. 1년 지난 지금은, 갑자기 몇년만에 만난 친하지도 않았던 여자 동기에게 '넌 테스트에 통과했어. 상을 주마.'같은 대사를 하며 포장해온 샤넬백을 건네면 이상하게 보고, 그들끼리 뒤에서 수군수군 거릴 거라는 것 정도는 알아요.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며 그 정도의 현실 감각은 갖추게 됐죠.


 하여간 그때 그 일을 계기로 다른 사람에게 만나서 놀아달라고 하는 건 한동안은 입밖에도 내지 않게 됐어요. 그들은 당연히 면전에서는 언제 한번 보자고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알아낼 능력을 도저히 못 가질 거 같다고 느꼈거든요. 그건 꽤나 저를 짜증나게 만들었어요.


 이 다음에 쓸 건 아마 혼자 술배우러 간 일이 될 거 같네요 타임라인 상. 할일없을때 또 썰이나 풀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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