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기사 한토막부터 시작합니다.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0303601013


요약은 옛날 사람들은 파란색을 구별하지 못했고 녹색의 연장으로 생각했는데 그건 자연에는 파란색이 드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만 그럼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는 뭔가요? 


그런데 저 역시 이에 대한 의심을 작년 설날에 시작했는데 발단은 친구들과 청마인가 녹마인가를 두고 실갱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작년 설에 청마의 해라며 대대적 선전을 해댔는데

한 중국인 친구가 '그거 파란색이 아니고 녹색인데?' 라고 토를 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오행의 색깔을 따지기 시작했고 위키피디아 및 여러 레퍼런스에서 때로는 녹색 때로는 청색

급기야는 특정 옛날 문명에서는 녹색과 청색의 구분이 없었고

저는 한국에서 파란색/푸른색은 녹색과 모호하게 사용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푸른 하늘 푸른 바다이지만 또 푸른 풀, 푸른 신호등으로 사용되는 예에서 푸른 색은 때로는 파란색 때로는 녹색입니다.

그러면 파란 색은 파란색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죠. 파란 신호등으로 지칭되기도 하고 파릇파릇한 새싹으로 사용는 파란색은 분명히 녹색입니다.

심지어 젊은 시절을 일컫는 청춘의 '청'도 녹색이죠.


그래서 저는 한국어에는 'blue'를 지칭하는 일반적인 단어가 없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파란색이나 푸른색 모두 원래는 녹색이었던 거죠.  그리고 기사가 인용한 것처럼 진짜 'blue'는 녹색의 연장선이었고요.

왜냐하면 우리말에 푸른색/파란색을 빼면 '녹색'을 지칭하는 단어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자연에 파란색이 없었다는 것은 의심스러운게 하늘, 바다도 그렇지만

쪽이라는 천연염료로 치마를 파랗게 염색해서 입었던 우리 조상들이 그 색깔의 존재를 몰랐을 리는 없을테고

'쪽빛'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고 그건 푸른색과 구별되어 쓰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또 의문

'청출어람 청어람' 의 뜻입니다.

저는 막연히 쪽풀의 꽃이나 열매가 파란색이었을거라고 추측했는데 이것도 인터넷을 찾아보니 쪽풀 잎을 가공하여 파란색 염료를 추출하는 것이더군요. 물론 그 이파리는 녹색입니다. 

그러니까 청출어람에서 '람'은 '남색'이 아닌 쪽풀색, 굳이 따지자면 녹색이 맞지 않나 싶은데요.  

그런데 청색은 한자에서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녹색인가 파란색인가 논쟁이 있는 모호한 색깔인데

쪽풀에서 나온 청색은 당연히 'blue'겠지요.

그럼 '푸른색은 쪽풀에서 나왔지만 쪽풀보다 더 푸르다' 의 의미는 

''blue'는 'green'에서 나왔지만 green보다 더 푸르다.' 이런 뜻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파란색이 녹색과 완전히 다른 색깔로 언어가 거의 정착되어 있지만

그 옛날에는 'blue'는 'green'보다 좀 더 푸른(파란)색이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광학적으로 봐도 파란색이 녹색보다 파장이 좀 더 짧으니까 '더 푸른색'이 맞습니다.

이렇게 언어의 구별이 없었을 때 비교급으로 파란색을 녹색보다 더 파란색이라고 봤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시각적으로 그게 더 짧은 파장의 색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잖아요.

하지만 파란색과 녹색을 서로 다른 색깔의 이름으로 학습했던 저는 기본 지식이 없었더라면 녹색과 파란색 중 어떤 것이 더 짧은 파장인지 구별하지 못했을 겁니다. 게다가 파란색이 녹색보다 더 푸른색이라는 개념도 갖기 힘들었을테고요. 

 

아는만큼 보인다고 언어가 감각을 지배하는 하나의 예일까요? 아니면 그냥 논리의 비약에 불과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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