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8 11:28
일단 기사 한토막부터 시작합니다.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0303601013
요약은 옛날 사람들은 파란색을 구별하지 못했고 녹색의 연장으로 생각했는데 그건 자연에는 파란색이 드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만 그럼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는 뭔가요?
그런데 저 역시 이에 대한 의심을 작년 설날에 시작했는데 발단은 친구들과 청마인가 녹마인가를 두고 실갱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작년 설에 청마의 해라며 대대적 선전을 해댔는데
한 중국인 친구가 '그거 파란색이 아니고 녹색인데?' 라고 토를 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오행의 색깔을 따지기 시작했고 위키피디아 및 여러 레퍼런스에서 때로는 녹색 때로는 청색
급기야는 특정 옛날 문명에서는 녹색과 청색의 구분이 없었고
저는 한국에서 파란색/푸른색은 녹색과 모호하게 사용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푸른 하늘 푸른 바다이지만 또 푸른 풀, 푸른 신호등으로 사용되는 예에서 푸른 색은 때로는 파란색 때로는 녹색입니다.
그러면 파란 색은 파란색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죠. 파란 신호등으로 지칭되기도 하고 파릇파릇한 새싹으로 사용는 파란색은 분명히 녹색입니다.
심지어 젊은 시절을 일컫는 청춘의 '청'도 녹색이죠.
그래서 저는 한국어에는 'blue'를 지칭하는 일반적인 단어가 없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파란색이나 푸른색 모두 원래는 녹색이었던 거죠. 그리고 기사가 인용한 것처럼 진짜 'blue'는 녹색의 연장선이었고요.
왜냐하면 우리말에 푸른색/파란색을 빼면 '녹색'을 지칭하는 단어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자연에 파란색이 없었다는 것은 의심스러운게 하늘, 바다도 그렇지만
쪽이라는 천연염료로 치마를 파랗게 염색해서 입었던 우리 조상들이 그 색깔의 존재를 몰랐을 리는 없을테고
'쪽빛'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고 그건 푸른색과 구별되어 쓰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또 의문
'청출어람 청어람' 의 뜻입니다.
저는 막연히 쪽풀의 꽃이나 열매가 파란색이었을거라고 추측했는데 이것도 인터넷을 찾아보니 쪽풀 잎을 가공하여 파란색 염료를 추출하는 것이더군요. 물론 그 이파리는 녹색입니다.
그러니까 청출어람에서 '람'은 '남색'이 아닌 쪽풀색, 굳이 따지자면 녹색이 맞지 않나 싶은데요.
그런데 청색은 한자에서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녹색인가 파란색인가 논쟁이 있는 모호한 색깔인데
쪽풀에서 나온 청색은 당연히 'blue'겠지요.
그럼 '푸른색은 쪽풀에서 나왔지만 쪽풀보다 더 푸르다' 의 의미는
''blue'는 'green'에서 나왔지만 green보다 더 푸르다.' 이런 뜻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파란색이 녹색과 완전히 다른 색깔로 언어가 거의 정착되어 있지만
그 옛날에는 'blue'는 'green'보다 좀 더 푸른(파란)색이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광학적으로 봐도 파란색이 녹색보다 파장이 좀 더 짧으니까 '더 푸른색'이 맞습니다.
이렇게 언어의 구별이 없었을 때 비교급으로 파란색을 녹색보다 더 파란색이라고 봤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시각적으로 그게 더 짧은 파장의 색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잖아요.
하지만 파란색과 녹색을 서로 다른 색깔의 이름으로 학습했던 저는 기본 지식이 없었더라면 녹색과 파란색 중 어떤 것이 더 짧은 파장인지 구별하지 못했을 겁니다. 게다가 파란색이 녹색보다 더 푸른색이라는 개념도 갖기 힘들었을테고요.
아는만큼 보인다고 언어가 감각을 지배하는 하나의 예일까요? 아니면 그냥 논리의 비약에 불과한 것일까요?
2015.03.08 11:47
2015.03.08 13:06
생각할수록 신비합니다 혹은 조상님들께서도 무의식중에 색맹의 존재를 깨닫고 계셨던 건 아닐지? 이런 생각도 들어요
색맹을 배려해서(혹은 색맹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5.03.08 14:37
2015.03.08 18:45
만약 진짜 뜻이 그런 거라면 저의 이론은 완전 폐기처분…됩니다. 그런데 채도가 높으면 보통 더 파랗다고 말하나요? 저는 항상 짙은 남색이 파랑색보다 더 파랗다고 생각했는데요. 혼자만 엉뚱한 정의를 갖고 있었던 것인지도...
2015.03.08 21:14
2015.03.08 14:55
‘파랑’은 순우리말이고, ‘녹색’은 한자어죠. 같이 적으니 개념상 혼동이 좀 있습니다.
뭐 그건 그렇고. 한국어에 ‘녹색’를 지칭하는 일반 단어가 없었던 것이 아니고(그 반대도 아니고), ‘녹색과 청색’을 아울러서 ‘푸르다/파랗다/파랑’으로 표현했을 뿐입니다. 글쓴분의 말씀대로 '파랑은 파랑'이고 '녹색은 더 파랑'이다 라는 해석도 재미있습니다만, 일단 파랑은 녹색과 청색 사이에서 중립적입니다. 녹색과 청색을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문화에 따라 혹은 분야에 따라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이건 열등한 게 아니라 색을 보는 관점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RGB 색공간에는 Blue와 Green을 각각 빛의 삼원색으로 보아 따로 한 자리씩 줍니다. 하지만 인쇄와 페인트, 잉크 등의 분야를 규정하는 CMYK 색공간은 Cyan/Magenta/Yellow/blacK로 구성되어 녹색과 청색을 뭉뚱그려서 Cyan 하나의 색으로 퉁치게 됩니다.
이 역시 어느 쪽이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가산 혼합과 감산 혼합의 기술적인 차이상 그렇게 됩니다. 가산 혼합하는 잉크, 인쇄, 페인트 분야에서는 Blue, Green을 별개로 인식하지 않고, Cyan에서 출발하는 색으로 보는 거고, 감산 혼합인 빛, 모니터, 영상 분야에서는 그 반대가 되는 거고요.
p.s. Cyan은 이런 색입니다만, ‘모니터로 보는 한’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2015.03.08 18:34
파란색이 현대 한국어에서는 특별한 관용표현을 제외하고 blue로 쓰이지만 옛날 언어에는 그것이 녹색이었다는 주장을 한 것이고 그래서 녹색을 지칭하는 다른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쓴 것입니다. 제가 좀 혼란스럽게 기술을 한 것같은데 다시 적는다면 푸른색이 고어에서는 녹색이었으며 blue에 대한 한국어 단어가 없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blue는 따로 이름이 있었던 게 아니라 녹색보다 좀 더 파란색이라고 표현되었고요. 이게 글로 적으니 헛갈리게 되는 게 푸른/파란이 녹색을 지칭하기도 하는데 '녹색'은 blue로 지칭되는 경우가 없으니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녹색이란 이름을 가져다 썼습니다. 가시광선을 극단적으로 두 가지 색깔로만 구분하면 파장이 길 수록 더 붉고 파장이 짧을수록 더 푸르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이 'blue'를 녹색보다 더 파란색이라고 생각했다는 추측입니다. 녹색이 blue보다 더 파란 게 아니고요. 그리고 저는 그게 열등하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요. 기사에 따르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고대 문화에서도 녹색과 파란색을 이름으로 굳이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 당시에는 blue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이름을 녹색과 구별하지 않았다는 것 뿐입니다.
2015.03.08 21:48
말씀하시는 요지가 ...
"푸른색이 고어에서는 녹색이었으며 blue에 대한 한국어 단어가 없었다" 인가요?
혹은 "blue를 예전에는 '더 파란색'으로 표현했다" 인가요?
일단 둘 다 아닙니다. 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
한 문장에 순우리말, 한자, 영어 단어를 같이 쓰셔서 개념 정리가 상당히 어렵네요.
2015.03.08 16:05
2015.03.08 16:06
2015.03.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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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저도 궁금해 하던 겁니다.
처음에는 왜 우리 고유어에는 녹색에 해당하는 말이 없는지 궁금해 했는데 파란색이 원래는 녹색을 뜻했는데 청색의 뜻이 파생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맑은 여름날에 하늘을 올려보면 blue, 땅을 내려보면 green 인데 옛날 사람들이라고 그게 구분이 되지 않았을리도 없고 여전히 납득이 되는 설명은 아니네요.
저놈의 기사는 전문가들이 어쩌고 해외 언론기사가 어쩌고 하면서 출처 표시가 하나도 없어서 원문을 찾아가 읽어 볼 수가 없군요. 망할 기레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