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컴퓨터, 티븨, 폰 없는 하루를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고 해서

아이디어와 우려의 댓글을 받은 바 있으니 간단하게 그 날을 지낸 후기를 보고 드릴까 합니다.

지난 글은 여기에..http://www.djuna.kr/xe/board/12348040


전자기기에 중독된 우리의 생활을 반성해보고자 기획한 하루인데


결론은 좋았다 그리고 피곤했다 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으로 주말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아들 녀석에 감정이입하는 분들이 

젊은 듀게답게 좀 계셨는데요.

아들은 오히려 테크 프리 데이는 필요한 거라고 생각을 한답니다.

자기나 친구들이나 요즘 사람들이 너무 테크놀로지에 몰입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대요.

그러나 자기가 막상 하려고 하면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다네요.

가족이 한다고 하면 2주나 3주에 하루는 그렇게 지내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오히려 아들에게서 나왔어요.


게다가 금요일 오후 3시에 수업이 끝나서 집에 오면 그때부터 일요일 오후 10시까지 '주말'이기 때문에

사실 lol은 엄청난 시간동안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거였거든요.


우리 딸은 가족이 뭔가를 같이 한다고 하니 그냥 흥분했습니다.



교회를 다녀와서 밥을 먹고 2시쯤 프리젠테이션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집에 있는 보드를 테이블에 놓고 둘러 앉아 손으로 글씨쓰고 그림을 그려가며 

자신은 잘 알지만 다른 가족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발표를 하는 거죠.


아들은 역시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자신이 왜 이 게임을 좋아하는지

이 게임은 어떻게 하는 건지

그전의 온라인 게임과 어떻게 다른지

게임이 벌어지는 상황을 그려가며 발표를 합니다.

아들의 한국어 실력이 상당해요.

많이 설득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저같은 문외한도 아들이 게임할 때 어떤 상황인지 알아채게 될 듯해요.

전세계의 유력한 팀에 한국사람들이 트레이드 되어 가 있고

LOL월드컵에 거의 항상 한국이 우승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더군요!

그렇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몰랐어요.

한국 선수들 인터뷰를 물론 영어 더빙으로 듣는데 한국어도 다 이해하니까 그 번역의 차이가 재밌다네요.

그렇군....흠.


딸내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미국의 리얼리티 쇼인 댄스맘에 대해 발표를 합니다.

댄서를 지망하는 아이들이 끝없이 춤을 배우고 서로 경쟁하는 다큐(?)인데요.

여기의 매디슨 지글러라는 댄서(12세?)는 시아의 샹들리에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캐스팅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집니다.

그러나 오빠처럼 체계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고 한국어도 딸려서

주로 우리의 질문에 대답하는 식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리얼리티 '쇼'인 만큼 실제로 출연자들과 캐릭터를 동일시 하지 않는 것 같아서

하도 드라마를 만들려고 하고 싸움을 부추겨서 좀 싫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음 괜찮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거 다 떠나서 이걸 보면 춤추고 싶답니다. 그래서 좋대요.


다른 얘기는 다 못하겠군요. 길어집니다.

그다음에 영국식 빵인 스콘을, 딸기잼을 넣은 스콘을 아들이 반죽해서 구워 먹었구요.

(맛은 음.... 딸기 잼 없으면 뭐 별로..)

그다음에 같이 compatibility라는 보드게임을 하며 긴하루를 마쳤습니다.

떼인돈받아드림 님이 권하신 화투도 해보려고 했는데 화투짝이 다 안 맞아 포기... 다음에 시도합니다.

포카도 시도하고 훌라도 해야겠어요.


느낀 점은

1. 애들에 대해 정말 많이 알게 되었다. 

2. 일상적인 대화 그 이상의 어휘를 써가며 한국어 소통을 했다.

3. 뭐든지 굉장히 집중하게 되어 꽤 피곤하다.

4. 주말에 그저 쉬고 싶은 사람은 할 수 없겠다.

5. 하루가 길다.... 자연환경에 민감해지며 해가 언제 지는 지 다 알 수 있었다.

6. 아이들은 정말 좋아한다...

정도 입니다.


기획된 프로그램이 여러개 있어야 해요. 해보실 분들은 아이들에게 이 기획을 해보게 하도록 추천합니다.


이상으로 보고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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