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유럽과 자주 일하는 편인데, 그들의 서비스 속도나 수준은 한국에 비해선 어마어마하게 떨어집니다.

하지만 그게 그들 사이에서는 일상적인 것 같아요. 서비스 하나하나에 돈을 받지 않으면 서비스를 줄 필요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까요.

판매자와 구매자 두 입장을 모두 경험해본 결과, 판매자 입장에서는 일하기 편한 시스템 같아요.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이 90년대였던가 그 때부터 한국에 막 나돌기 시작하면서,

월세도 제대로 못 내는 와중에도 고객 서비스 하느라 고생하는 자영업자들을 수두룩하게 봐온 지라,

그 말을 꺼냈던 그 사람이 누군지 문득 궁금해졌어요.


굳이 줘도 되지 않는 반찬을 더 주고, 반찬이 떨어지면 배가 찰 때까지 채워주는 건 기본이고,

별로 안 추운데 히터를 틀거나, 별로 안 더운데 에어콘을 키는 것도 너무 정도가 심하고요.


심지어 버스 기사에게까지 친절함을 요구하면서 불친절하면 신고하도록 처리하는 나라도 얼마나 될까 싶어요.


음식점에 대한 온라인 별점을 줄 때, 아무리 그 집이 맛있고 좋은 재료를 써도, 알바생 한 명이 퉁명스러웠다면 1점을 주는 것도 일상적이죠.

지극정성으로 천연 무화과 효모로 빵을 굽고 온도를 맞추려 반죽기계에 차가운 수건을 갖다댈 정도의 정성으로 만든다는

10점 만점을 받아 마땅한 이태원 모 빵집의 리뷰에도, 실수로 날벌레가 한 번 나왔던 걸로 1점을 준 고객이 있더라고요.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점점 커지고, 고객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지면서 자영업자들은,

남아서 버리는 반찬을 아까워하면서도 정없다는 소리 들을까봐 반찬을 가득 채워주면서,

결국엔 그게 퀄리티 떨어지는 중국산 김치와 맛 없는 형식적 반찬으로 전락하기 십상이기도 해요.


H모 프랜차이즈 카페를 보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컨셉을 유지하려는 것 같으나,

일회용 컵 홀더나 종이컵의 재질이 너무 좋아서, 한 번 마시고 버리기 아깝더라고요.


한국이 외국보다 물가가 비싼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사실 어쩌면 그 수많은 서비스를 감당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초래된 것은 아닌가 생각들어요.

대표적인 게 카페의 와이파이 무료 서비스나, 수입 가전제품의 A/S 서비스죠.


인덕션의 경우 유럽 동일 정품보다 4-5배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

그게 어쩌면 무상 A/S 톡톡이 챙기려는 고객 때문에 올라가는 것도 분명 많을 것 같아요.

상판에 흠집이 나면 상판을 교체해준다거나 등의 서비스를 해줘야 한다면, 그 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겠죠.


그러면서 인덕션 수입업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직구나 구매대행을 열심히 까기도 하는데,

그들에겐 어쩔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사실 직구로 인덕션을 구해도 해당 해외 판매처에서 일정의 추가금액을 내면

3~5년 무상 A/S는 가능하거든요. 왕복 배송비 20만원이라고 쳐도, 여전히 백화점보다는 저렴하고요.


고객이 요구하는 서비스가 점점 심해지면서, 갑질이라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아요.

'개 진상 한 번 부렸더니 환불해줬어' 라고 웃으며 떠들어대는 고객도 적잖고 당연해지는 세상이 된 것 같아요.


판매자 입장에서 한국은 서비스업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고,

그렇다고 고객에게 똑같은 가격을 내면서 효율적으로 서비스가 돌아가지도 않으니 고객에게도 좋을 것 없는 것 같아요.


커피 한 잔에 포함된 수많은 비용중 내가 정말 필요로 했던 것들이 모두 포함된 것은 아니죠.

안 추운데 히터를 너무 틀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공기가 답답했는데, 그 비용을 낼 필욘 없듯이.


그 외에 배달의 민족 어플도 그렇고, 배달 서비스에는 사실 별도의 요금을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물론, 몇몇 업체는 별도의 요금을 받기가 눈치 보여 결국 상품가를 올리고, 테이크아웃 시에 할인을 적용하긴 하지만.


아무튼 주저리가 되었는데, 고객이 왕이다라는 표현, 궁금해요. 누가 시초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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