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2 21:52
사실 주변에 아이있는 사람도 많이 없고-뭐, 결혼해서 아이가지면 그때부턴 만남 두절상태가 되죠.- 친척들도 왕래가 많이 없고.
실제 육아를 경험(?)해볼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뭐, 반나절 정도이긴 했지만 육아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걸 오늘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친구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다지만 전 아무래도 아이는 못기를거 같아요. 지금 몸도 마음도 너무 안좋은 상태라 더 자신도 없구요.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고 내 자유시간이 전혀 없다는 것도 견디기 힘들고.
5살짜리 남자아이를 가진 친구네 집에 놀러갔어요. 친구네 아파트에 들어서는 순간 온 집안이 아이 장난감으로 발디딜 틈이 없더군요.
커다란 자동차 2대,,,그 외에도 각종 블록부터,,,,) 온 집안 살림이 널부러져 있고 쓰레기는 커다란 종량제 봉투에 서너 개가 가득 담겨서 쓰레기도 집안에 가득하고.
친구가 원래 정리정돈을 잘 안하는 편이긴 하지만 알고보니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 5층에서 먼 분리수거장까지 쓰레기를 들고 가야 하는데 아이를 데리고 갈 수도 없어서 쓰레기를 못 버린거더라구요.
제가 아이 봐주는 동안에 쓰레기를 4번에 걸쳐서 친구가 버리러 가더군요. 남편은 주말부부라서 집에 거의 없고 친정 엄마 가끔 오시는데 그런 때 쓰레기 버리러 간대요.
친구가 닭도리탕하고 쓰레기버리고 설거지하는동안 아이랑 놀아줬는데 안아달라고 해서 높이 안아서 책도 꺼내고 책 서너권 읽어주고 같이 자동차 놀이하고 블록도 맞추고, 퍼즐 맞추기하고 뽀로로 같이 보고 그랬어요.
산만하고 조금 고집도 있지만 그래도 귀엽고 붙임성도 있는 아이라 제가 좀 체력이 있었음 더 즐겁게 놀아줬을텐데,,,사실 많이 힘들었어요ㅠ.ㅠ 아이랑 놀아준 경험이 거의 없어서요.
스티커 다 뗴어서 타요버스에 붙이고 놀길래 같이 붙였는데 친구가 질색을 해서 다시 같이 떼고.....
그래도 친구가 쓰레기 버리러 간동안 퍼즐맞추기하는데 퍼즐맞출 때 완전 집중해서 다행이었어요. 퍼즐이랑 블록을 잘 하더라구요.
말은 나이치고는 좀 늦은 편인데 어떤 단어나 문장은 정확한데 나머지는 옹알이 수준이라서 거의 못알아들겠어요.
친구는 밥먹을 때도 본인 밥먹는 것보다 아들 밥먹이느라 정신이 없더라구요. 혼자서 잘 밥을 안먹을려고 하는데 이제는 혼자 먹는 연습시킨다고 야단을 치면서 한 숟갈씩 먹이느라 간신히 한 그릇 먹이더라구요.
매 끼마다 그렇게 먹으면 정말 진빠질 듯.
친구가 야단칠 때는 굉장히 매섭게 야단치는데 "잘못했어요"하면서도 계속 고집은 부리더라구요. 친구가 그래도 엄해서 좀 행동이 통제가 되는거 같은데 사실 그 나이에 그 정도로 활발할 수는 있겠죠.
아무거나 막 삼키려고 해서 그게 제일 힘들다고 해요. 내가 애엄마라도 정말 걱정일거 같아요. 닭뼈같은걸 막 먹으려고 하고.
친구는 새벽 시간이 유일한 자기 시간이래요. 아이가 9시~10시에 자면 그 때 밀린 집안일하고 TV보고 인터넷하고 새벽 2시에 잔대요. 외출은 거의 못하고.
그래도 3월에 유치원가면 좀 낫지 않냐 했더니, 9시~2시인데 그 때 집안일하면 끝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아이를 40분 정도되는 유치원까지 직접 데려다 줘야 하구요.
근데 친구는 야단은 치지만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죽겠데요. 막 야단치고 나서도 또 안아주고 뽀뽀하고 그러더군요.
반나절이지만 느낀게 많았어요. 정말 애엄마는 아이가 전부구나라는걸 실감,,,힘들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모든 어려움을 다 이기나봐요.
2015.02.12 23:03
2015.02.12 23:07
막 아이를 재우고 나와서 티비 켜고 인터넷 켜고 보니 이 글이 딱! 보이네요. 하하하핫....ㅠㅠ
5살쯤 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런게 아니란 말입니까!!! ㅠㅠㅠㅠ
2015.02.13 01:34
2015.02.13 01:53
2015.02.13 02:39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 갈 때마다 아이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합니다. (...)
2015.02.13 04:06
2015.02.13 04:29
6살 1살 귀엽지만 까탈스러운 두 놈 키우는 언니 생각이 나네요. 진짜 아무 것도 못하죠. 저희 언니는 머리도 일주일에 두 번 감으면 많이 감았다 하고 현관에 공간이 넓게(최소 3-4평) 있는데도 거기가 전부 쓰레기(재활용 분리배출 일반쓰레기 택배 포장재 등등)로 가득합니다. 결혼 전에는 날마다 방에 물걸레질 안 하면 잠을 못 자는 수준으로 결벽증이었던 사람인데도 그냥 그러고 살아요. 그래도 너무 행복하대요.
그런데도 전업 주부는 잠깐 편하려고 어린이집에 애 맡기고 그러면 안 된다 이딴 소리나 하고 있는 양반들은 어린 아이랑 딱 24시간만 돌보면서 붙어 있게 하는 사회적 형벌을 내리고 싶습니다.
2015.02.13 13:13
제 생각엔 기간은 일주일 정도로 하고 그냥 사고 안 날정도로만 보는 게 아니고 진짜 제 자식처럼 잘! 돌보아야 한다 정도는 해야 마땅할 것 같아요.
2015.02.13 09:20
일곱살, 네살짜리 형제를 키우고 있습니다. 딸보다는 아들이 좀 키우기 어렵다고들 하는데..맞는 얘기 같아요. ㅎㅎ 그래도 키우다보면 이보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피조물들이 없죠. 아무래도 아빠보다는 엄마가 양육의 부담이라던가 비율이 높은 것 같아요. 저희는 맞벌이 부부라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그러다보니 할머니가 육아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고 주말에만 전적으로 육아를 하게 됩니다. 과거엔 대가족이라 양육 부담이 적었다면.. 요즘엔 육아 부담때문에 부모를 모시고 살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대가족이라는 형태가 일단 육아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엄마 혼자 힘들지 않으려면 주변에서 양육을 분담할 사람이나 제도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어른이던지 어린이 집이나 육아 공동체던지 말이죠. 물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아빠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구요.
2015.02.14 04:04
저는 그래서 부모가 셋이어야한다고 생각해요. 3교대로 한사람은 돈벌고 한사람은 애 보고 한 사람은 쉬고.. 이걸 돌아가며 하는 거죠.
근데 친구는 야단은 치지만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죽겠데요. 막 야단치고 나서도 또 안아주고 뽀뽀하고 그러더군요.
이 문장이 마음에 와닿네요.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