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잡담...

2015.02.13 01:09

여은성 조회 수:1161


  1.듀게모임을 몇번 만들어보려다 실패했었죠. 듀게모임이든 어떤모임이든 각각 장점이 있긴 한데 뭔가...숙제를 해가거나 나가서 수업을 하듯이 뭘 하는 모임이면 다시 학교 때로 돌아간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물론 좋아서 온 거긴 한데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기분도 드는 그런 거 말이죠. 그냥 맛있는 거 먹으면서 드라마나 영화 얘기만 해도 시간이 잘 갈 거 같은데...언제 다시 도전해봐야겠어요. 한 새벽 1시쯤 모여서 날밝으면 헤어지는 그런 모임이요.


 가장 최근엔 누군가의 소개로 재테크 모임에 나가볼까 했는데...구성원이 전원 20대라고 해서 ㄷㄷ해서 그만뒀어요. 20대와 재테크의 조합이라면 너무 진지할 거 같아서요. 진지한 게 싫은 이유도 있긴 하지만...대개의 일은 너무 진지하면 실패확률이 더 높더군요. 투자나 도박은 더욱 그렇고요.


 2.흠...최근엔 자전거를 배웠었어요. 자전거를 어렸을 때 안배워서 이제 못배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할 수 있게 되더군요. 사실 자전거 배우기에 대한 클리셰를 충족시키며 배우고 싶었거든요. 한 10~11살 생일에 생일선물로 인생 첫 두발자전거를 받는거죠. 그리고 주말 어느 날 아버지가 직장을 쉬는 날 오전 11시쯤에 사람이 없는 골목을 골라 몇 번 정도 넘어지고 깨지고 아버지가 자전거를 꽉 잡고 계신가 매번 확인하면서 삽질을 다섯시간 정도 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뒤에서 자전거를 꽉 잡고 있다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저는 스무스하게 앞으로 나가고 뒤를 돌아보면 흐뭇하게 웃고 있는 아버지가 저 멀리 있는 거죠.


 그런데 뭐 저에겐 그런것들이 없었거든요. 뭐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없어서 더 강해질 수 있었지만, 어쨌든 없었어요.


 어쨌든 자전거를 배워보고 나니 술도 배울 수 있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술도 배워봤죠. 술도 클리세를 충족시키며 배울 수도 있었겠죠. 저도 빌어먹을 OT에 가서 다른 사람과 잘 지낼 수도 있었겠죠. '은성이 술 잘 마셔?' '아녀 선배님이 좀 가르쳐 주세여' '허허 그래' 뭐 이런 대화가 오고가고 OT에서 돌아와서는 동기들과 같이 학생식당도 가고 선배들에게 밥이나 막걸리도 얻어먹고 보고 학과 모임도 나가고 MT도 가고 그럴 수도 있었겠죠. 아웃사이더 놀이만 하지 않았다면요. 지난번에 대학교를 다시 가고 싶다는 글을 썼었는데 정말 다시 간다면 그때는 인사이더 놀이를 하려고요. 어쨌든 술은 혼자 배웠는데 누가 가는김에 자기도 달고 데리고다녀 달라고 해서 윙맨을 달고 다녔다가...스테판 같은 놈을 윙맨으로 데리고 다닌 클라우스의 기분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술은 계속 혼자 마시게 됐죠. 여기까지 해내고 나니 남이 할 수 있는 일은 나도 다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 비슷한 걸 가지게 됐어요.


 3.어쨌든 술을 배워보고 나니 수영도 배울 수 있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지금 배우고 있죠. 피트니스의 다른 회원들이 수영하는 걸 눈여겨 봐뒀다가 동작을 따라해보고 있어요. 강사에게 배울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너무 스테레오타입이 되는 거 같아서요. 사실 좀 잊고 있었는데 저는 남들을 따라하는 걸 잘 했어요. 다른 회원들이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냉탕에 들어갔다가 열탕에 들어갔다가 다시 냉탕에 들어가는 걸 보고 어떤 잘못된 믿음이 저들에게 저런 행동을 하게 만드는 걸까 하다가...1년동안 거의 모든 회원이 그런다는 걸 알고 따라해 봤어요. 그리고 관성으로 계속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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