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일의 마중>을 봤어요.

 

이제까지 마지막 장면이 가슴 아팠던 영화는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저를 웃으면서 울게 한 마지막 장면은 처음인 것 같아요.


그 마지막 장면이 어떤 거냐면요. 

남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펑완위는 기차역에서 남편 루옌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고요.

바로 그 펑완위의 옆에서 그녀가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는 루옌스가 

자기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그녀와 함께 (자기를) 기다려요. (웃기죠? ^^)

 

펑완위는 이미 돌아온, 그래서 돌아올 수 없는 루옌스를 기다리고,

루옌스는 펑완위를, 자기를 기억하는 그녀가 돌아오길 기다리죠.

자기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서있는 루옌스의 우스꽝스러운 꼴을 보고 있노라면

그는 마치 과거의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해요.

 

기다림은 미래를 향한 것이겠죠.

펑완위가 5일에 도착하기로 한 루옌스를 기다리는 것처럼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을 기다려요.

 

그런데 기다림은 과거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죠.

우리가 가슴 조이며 기다리는 일들은 우리에게 소중했던 것들, 

우리의 시간과 마음을 쏟아부었던 것들과 관련되어 있으니까요.

오래 기다리는 것들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소중했던 것들이고요.

 

펑완위는 얼굴만 빼고는 남편에 대한 사실들을 기억해요.

그래서 문제죠. 아예 다 잊었으면 계속 마중을 나가서 기다리는 일도 없을 텐데요.

얼굴은 그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고 그 사람의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것인데

펑완위는 현재의 루옌스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요?

어쩌면 그녀는 현재 루옌스와 함께 있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요?

 

그녀가 루옌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녀는 잃은 루옌스를 되찾을 방법이 없겠죠.

그녀가 루옌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녀가 아무리 기다려도 루옌스는 영영 돌아올 수가 없으니까요.

미래를 찾으려면 과거의 구멍난 기억을 메워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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