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6.03.15 04:41

여은성 조회 수:865


 1.그냥 가지고 있던 주식이 인공지능 테마로 묶였다면서 뜬금없이 올랐었어요. 그저께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겨버린 건 좋은 일이겠죠. 이세돌과 낭만주의자들에게는요. 그런데 인공지능 테마주를 사 놓은,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져버리길 바라던 사람들은 욕을 했겠죠.


 뭐 돈이라는 게 그런 거 같아요.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들죠. 제작년엔가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에볼라 관련주들을 사놓고 제발 한국에 에볼라가 퍼지기를 바라던 사람이 꽤 있던 걸 보면요. 뉴욕에 에볼라 감염자가 나오자 환호하며 '다음엔 한국이다!'라고 외치던 사람들은 요즘은 뭘 들고 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에볼라는 진짜 위험하잖아요. 그런데 에볼라 관련주를 사서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에볼라가 한국에 들어오는 게 무섭지 않게 되다니. 돈은 정말 굉장해요. 


 저도 욕을 하냐고 묻는다면...위에 말한 올랐다는 주식은 인공지능과의 연관성이 적어요. 주식을 핸들링하는 자들이 그냥 숟가락을 얻기 위해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같은 테마를 그때그때 가져다 붙일 뿐이죠. 그래서 욕을 할 필요성은 못 느껴요.


 

 2.예전부터 생각하던 건데 인공지능은 자본주의의 부익부와 빈익빈을 가속화시키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를 끝장내버리지 않을까 했어요. 인공지능이 발전해서 변호사나 의사, 기자, 운전기사, 작가들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인간이 할 게 없어지고 할 게 없어진 인간은 돈을 못버니까요. 그러면 정부에 세금을 내고 기업을 상대로 소비를 하는 것이 존재의의던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의의를 잃는 거죠. 존재의의를 잃으면 존엄성을 잃는 거고요.


 그렇게 된 상황에서 만약 내가 인공지능을 가진 회사의 회장이라면 존재의의가 없어진 사람들의 마지막 존재의의인 투표권부터 빼앗기 시작할 거 같아요. '우리 회사에 투표권을 양도하면 한달 70만원상당의 상품권과 공짜 온라인게임 아이디, 무상의료 보장.'같은 떡밥으로요.(이 상황까지 오면 화폐가치가 별 의미는 없겠지만.) 


 이 세상은 수많은 하층민들이 힘을 모아 기업과 정부를 떠받치는 곳이라고 봐요. 절대로 그 반대의 경우는 없는 거죠. 그리고 기업이 돈과 바꿀 필요도 없는 완벽한 기술을 획득하게 되면 그 떠받침이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그러면 더이상 하층민들을 신경쓰는 척 할 필요조차 없게 되고 자본주의의 끝은 거기서부터 오지 않을까 해요. 그런 디스토피아가 오면 '사람이 미래다'같은 광고는 안 봐도 되겠죠.



 3.언제나 '설마 그런 게 현실이 될까?'하는 경우는 늘 있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헬조선, 금수저 이야기도 예전 같으면 무기력한 사회부적응자의 헛소리로 치부됐겠죠. 80년대였다면 그런 말을 입 밖에만 내도 교무실에 끌려가거나 골방에 끌려가거나 임원 사무실에 끌려가서 경을 칠 소리인 거예요. 어떻게 감히 그런 망발을 할 수 있냐고요. 하지만 요즘은 모두가 나쁜 건 우리가 아니라 헬조선이 나쁜 거라고 당당하게 말하죠. 


 아마 자살 또한 언젠가는 '당연히 하는 것'쯤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거예요. 일반 시민들이 기계보다 가치가 없어지면 정부나 기업도 더이상 '자살은 나쁜 것'이라는 선동을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사람들은 자살은 나쁜 것이라는 걸 온갖 이유를 들어 열심히 합리화하려고 하지만...사실 그렇잖아요. 냉정히 말해 엿같은 인생은 엿같은 인생인 거죠. 그리고 이 사회에서는 한 번 엿같은 인생이면 죽을 때까지 계속 엿같을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누구도 엿같은 인생을 살려고 태어난 건 아니고요.


 요즘은 딱히 엿같지 않지만 혹시라도 다시 인생이 엿같이 된다면 인생을 손절해버리겠다고 각오하며 살아요. 엿같은 인생을 엿같지 않게 하기 위한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너무나 많이 훼손되거든요. 한번 겪어보니, 그건 겪을 가치가 없는 거였어요. 고작 엿같지 않은 인생을 얻게 되기 위해 존엄성을 내버린다? 이건 내다버리는 것에 비해 얻는 게 너무 적은 거죠.



 4.흠.



 5.민주당을 보고 있으면 바나나 껍질을 밟는 데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만화에는 흔히 보는, 바나나껍질을 밟고 과장된 동작으로 땅에 처박히는 그런 거요. 어제의 촌극을 보니 민주당이란 곳은 자기 분야에서 경력을 뽐내던 사람은 무시되고 종편에서 입이나 털던 사람이 어깨에 힘을 주는 곳인가 봐요. 생각해 보면, 문재인보고 물러나라던 사람들이 민주당을 나갔는데 애초에 문재인은 신선한 사람들 잘 뽑아놓고 왜 물러난 건지. 영입 인사들이랑 '아무 약속도 안 하고 왔다'라고 하고 말을 맞추는 것까지 좋다고 쳐요. 그런데 저건 그냥 미사여구일 뿐이잖아요. 저 말에 갇혀서 괜찮은 영입인사들을 꿔다놓은 보릿자루 만들고 있어요. 치고 나가야 할 때 치고 나가지도 못하고 진정성을 보인답시고 엉뚱한 데서 답답하게 구는 걸 보고 있으면 이래서 안 되는구나 싶어요.


 

 6.민주당 영입인사 중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예전부터 '이 인간은 뭐지?'싶었던 이철희에 대해 짧게 써봐요. 개인적으로 교과서적인 말을 하는 사람과는 말을 섞지도 않아요. 시간낭비거든요. 교과서적인 말을 하는 건 자신의 도덕성을 뽐내 보려는 것 말고는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잖아요. 문젯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솔루션을 제공할 능력이 없다면 현실 진단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이 인간은 교과서에 써있는 말을 그대로 읊고는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짓는 게 전부예요. 


 쓰레기의 비율이 너무 높은 종편 평론가들 옆에 앉아 있을 땐 괜찮아 보일 수 있었겠지만 글쎄요...아직도 이 사람이 왜 현실정치에 껴야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가장 뭥미스러웠던건 썰전에서 강용석과 군복무 가산점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군복무는 국가를 위해 당연한 봉사를 한 거니 개인적 명예로 여기고 우대를 바라면 안 된다는 말을 했던 때예요. 인생의 가장 좋아야 할 시기에 강제로 끌려가서 최저시급도 못 받고 복무해야 하는 군대에 무슨 명예가 있죠? 


 게다가 핫하게 붙어보고 안되면 쿨하게 떠난다는 말을 했다는데 이건 해석하자면 '금뱃지 못 달면 안 해.'라는 말과 같은 말이잖아요.



 7.써놓고 보니 웬 인공지능에서부터 정치에, 이상한 얘기까지 다 써 있네요. 사실 현실의 이야기는 싫어해서 안하는 편인데 그만 오늘은 해버렸어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진지한 이야기도 싫어져 버렸어요. 모든 것이 한껏 희화화되고 과장된 스크림 퀸즈 같은 드라마가 좋아요. 살아온 날들을 복기해 보니 진지한 척, 엄숙한 척 하는 건 말싸움에서 이겨보고 싶을 때 말고는 전혀 쓸모가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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