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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리 페이스를 워낙 좋아하던 터라 고대하다가 드디어 이 영화를 봤습니다.

지난 2003년에 나온 TV 영화입니다. 12년 전의 20대 중반이던 리 페이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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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페이스는 이 영화에서 트렌스젠더 역을 맡았습니다. 엄청난 연기력으로 당시 적지않은 화재를 모았다고 하더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리 페이스는 키만 해도 190이 넘는 장신의 배우입니다. 거기다 덩치는 뭐 더 말할 것도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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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진짜 여성처럼 나옵니다. 저는 스틸 사진만 보고 무난하군. 하고 생각했다가 실제 영상 속에서 리 페이스 연기하는 거 보고 정말 감탄했습니다. 어쩌면 그냥, 뭐 완벽하게 여성이더군요. 정말 프로는 다른가 봅니다. (이 연기 하려고 10K나 감량했다고 하던데>< )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리 페이스는 영화 호빗에서 이 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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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의 요정왕 스란두일

 




....현재 모습은....( 최근 2시즌 방영중인 드라마 홀트 앤 캐치 파이어에서 조 맥밀란 역으로 분한 리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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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배우 만큼 20대와 30대가 확실히 달라 보이는 배우도 드물 듯 합니다. 20대 시절엔 마냥 청순한 미청년이더니, 30대 딱 되니까 이건 뭐, 어떻게 보면 무서울 정도의 쎈 인상을 풍기는 아저씨 얼굴로;; (근데 확실히 이런 변화는 배우의 필모에 도움을 줄 듯 합니다. 벌써 30대 중반인데 마냥 이쁜 얼굴의 외양이 남아 있다면 좀 문제가 될 듯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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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화 솔저스 걸을 커버로 다룬 잡지 표지.

 

 

이 영화 솔저스 걸은 지난 1999년에 일어난 비극적인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혐오 범죄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희생된 피해자는 사실 동성애자도 아니고 그가 사랑한 사람은 남자도 아닌 바로 '트렌스젠더'입니다. 성전환으로 여성이 된 사람이죠. 트렌스젠더를 사랑한 죄로 죽게 된 남자. 참 기가 막힌 사건이죠.

 

아래 사진 속에 실화속의 인물들이 있습니다. 베리 윈첼 일병. 사건 당시 502 공수여단 소속 공수부대원이었다고 합니다. 향년 22세. 정말 꽃같은 나이네요.ㅠ 그 옆의 여자분은 칼페니아 아담스. 죽은 윈첼 일병의 연인입니다. 바로 리 페이스가 분한 트렌스젠더죠. (그런데 이 분은 성전환하기 전에 해군으로 복무한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걸프전에는 위생병으로 참전한 적도 있었고. 재밌는 우연인듯.)

어느 분 말씀대로 소재만 해도 벌써 로맨스 영화와는 거리가 멀죠. 리 페이스가 여장한게 얼마나 예쁠까 하는 호기심으로 보기도 뭣하다는 건 영화의 오프닝부터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혐오범죄에 대한 고발 영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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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건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괴로웠던 것은, 일상의 목을 죄어오는 증오와 그로 인한 두려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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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베리 윈첼 일병이 복무하고 있는 502 공수여단은 보통의 군 집단이 그렇듯 매우 강한 군율과 남성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고압적인 분위기가 만연한 곳입니다. (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젤 먼저 선봉에 선 부대라네요. 베트남 전 때는 햄버거 힐( 이름 참―,.―  )을 마침내 점령한 전통 있는 부대라고;;) 한창 때의 20대 남자들이 버글대는 전사집단이니만큼 사내답고 강한 것을 과시하려는 분위기는 쎈 편이죠. 그렇다고 뭐 무슨 생지옥 같냐고요? 아닙니다...^^;; 그러기엔 또 지극히 정상적이고 (물론 그 또래 남자들 기준으로-_-;;)  - 이런 표현을 써도 된다면 - 밝고 명랑한 보통의 군 부대입니다ㅋ ( 슈퍼볼 시즌에  팝콘 먹으면서 부대원들끼리 맥주 파티 하던데 정말 부럽더군요^^;; 또 야외에서도 얼마나 즐겁게 놀던지 바베큐 파티할 때는 진짜로 그 틈에 껴서 같이 놀고 싶어질 정도ㅋㅋㅋㅋ 근데 훈련은;; 구타 없는 대신 기합과 욕설이 쩔더군요. 늦잠 잤다고 완전군장 하고 팔굽혀 펴기 100개 ㅠ....만일 나라면 쥬글듯....ㅠ...)

 

이렇게 멀쩡히 군 생활 잘하고 있던 윈첼 일병에게 그를 따돌리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동료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뭐 그래봤자 둘이긴 합니다만. 딱 봐도 정신이 좀 불안해 보이는 피셔 - 강박적인 과시욕구로 군에 오기 전에 은행강도였다고.;; 그걸 사내다움의 증명이라고 떠드는 관심 종자입니다. (대체 얘가 어떻게 군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지-_-;;)


그리고 제일 악의 축은 바로 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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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첼의 룸 메이트 글로버입니다. 이 인간도 문제가 많은게 이상한 강박증과 집착이 무서울 정도더군요. 윈첼을 처음 봤을때 부터 군인에겐 전우란 목숨바쳐 지켜야 할 존재라며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나, 윈첼을 트렌스젠더 스트립 바로 데려간게 본인이면서도 윈첼이 칼페니아와 사랑에 빠지자 아주 난리가 나더군요>< 더러운 게이 새X라며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욕설을 쏟아내는 건 기본이고 상관에게도 말을 흘려서 아예 윈첼을 영내에서 매장해 버릴 계획을 꾸미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섬뜩합니다.   

끊임없이 윈첼의 주변을 돌며 있는 말 없는 말 지어내고 부화뇌동한 동료를 충동질 해 부사관들에게 거짓으로 고자질을 하게 시키질 않나, 그러는 바람에 교관까지 나서서 윈첼을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이 정말 공포스럽더군요;; 

윈첼은, "...자유를 누리는 것에는 그만한 댓가가 따른다. 우리가 바로 그 자유를 위해  기꺼이 그 댓가를 치르는 자들..." 이라는 지극히 보수적인 성향의 충실한 직업군인이었습니다만 이런 계속된 모멸과 공격 때문에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처참했습니다ㅠ 입영 초반의 그 생기는 어디로 갔는지.;; 윈첼역의 트로이 가타리는 정말 고통으로 영혼이 죽어가는 듯한 케릭터를 만들어 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칼페니아 보다는 윈첼이 중심인 영화라, 배경도 거의 병영이 주가 되는 바람에 마치 밀리터리 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니, 밀리터리 영화 맞네요. 군인들 얘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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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내내 미군을 뒤흔들었던 동성애 장병에 대한 원칙이 있었죠. "묻지도 않고 대답하지도 않고 관심갖지도 않는다." 참 인상적인 규정인데 바로 극 중에서 이 얘기가 나옵니다. 영내에 동성애 장병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교관이 나서서 그 장병을 색출하겠다고 하자 주임 상사는 바로 안된다고 제지하면서 저 원칙 얘기를 꺼냅니다. 개인의 성적 성향을 문제 삼는건 불법이라고. 

요컨데 동성애자가  '사내연애'를 하지 않는다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얘긴데...-_-;; 익히 알고 있던 얘기였지만 그게 실제로 적용되는거 보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뭐랄까, 한 쪽에서는 조직을 망치는 '괴물'로 몰아 없애려고 하고 한 쪽에서는 조직 밖에서 갖는 '개인의 사생활'인데 대체 무엇이 문제냐고 맞섭니다.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는데 지켜보기만 해도 피가 마르는 것 같더군요. 이건 그야말로 생존권 투쟁이죠. 단순한 취향이나 개인의 성향 문제 정도는 이미 넘어선 겁니다. 대체 타인에 대한 개인의 감정이 조직에 무슨 위해를 가한다고 저리들 난리인지;; " 우린 꼭 널 찾을거야, 숨어있다 해도 소용 없어! 널 꼭 찾아서 산채로 묻어버릴거야!"-_-;; 무려 이런 협박과 욕설을 군가에 붙여 훈련때 복창하는데, 정말 소름이 끼치더군요. (제가 여기 옮기느라 표현을 좀 순화했습니다. 당연히 저 수위가 아님―,.― )

이런게 정말 호모포비아구나. 사람을 이렇게 매장해서 죽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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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은 이렇게......ㅠ

 

사건이 나고 나니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윈첼이 동성애자인가요? 그는 같은 남자를 사랑한게 아니라 트렌스젠더를 사랑했을 뿐인데요? 트렌스젠더는 여자 아닌가요? 아니 오히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윈첼에게 집착하고 그가 칼페니아와 사랑에 빠진 걸 알자 미친듯이 날뛴 글로버를 보는 내내 저는 이 인간이 더 이상하더군요. 윈첼을 따라다니면서 끊임없는 동성애 혐오 발언을 쏟아내다가  나중엔 아예 정신이 나가서 미친듯이 폭력을 휘두르던데, (사실 본인도 자기 정신이 이상하다고는 했죠;; 그리고 치료도 받겠다고 먼저 얘기해 놓고는) 그 꼴이 이 인간 마치 무슨 변심한 애인에게 치정극 벌이는 것 같더군요.-_-;; 그러쟎아도 극단적인 호모포비아는 자신이 가진 동성애 성향에 대한 반발로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던데, 모르겠네요. 참...ㅠ

( 실제 사건에서 피셔는 종신형을, 글로버는 12년 6개월 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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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는 내내 저는 그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다들 그랬던 듯) 제발, 저 둘을 내버려 둬! 그냥 둘이 사랑하게 두란 말야! 저 사람들이 서로 사랑을 하건 말건 네들이 무슨 상관이냐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네들이 단지 보기 싫다고, 남의 소중한 직장 빼앗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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