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밥 주기.

2015.10.05 03:07

키스 조회 수:1591

화가 나서 맥주캔 따며 씁니다.
길고양이 말입니다. 되도록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챙기면 좋잖아요. 밥 주는 분들이 많아진 만큼 여기에 불만을 가지는 분도 많으니까요.
봄, 여름, 가을을 두 번씩 거쳐 이제 두 번째 겨울을 함께 맞게 될 한 녀석이 있는데요. 한 달 사이에 오늘까지 세 번, 누군가 밥을 주셨어요. 행여라도 사람들 눈에 띄거나 해코지 당할까 봐 2시에 밥 주고 6시에 다시 육신을 질질 끌고 그릇 치우러 나가는 저로서는 이 상황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 다니는 길목에 떡하니 너무나 잘 보이게 주시더라고요. 앞에 두 번도 그릇을 끝까지 안 치우시길래 오늘은 그냥 바로 치우고 들어왔어요. 순찰 돌고 청소하는 분들 눈에 띄어서 불만 살 일 있나요...
그리고 불쌍해서 밥 주는 건 좋은데, 내가 이걸 꾸준히 할 수 있나도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쫄쫄 굶던 애들이라 뭘 얻어먹으면 그 장소에서 기다려요. 사람은 불쌍해라 하며 한 두 번 챙겨주고 잊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얘네들은 며칠이고 계속 와보거든요. 먹을 게 생겼던 곳이잖아요. 그건 눈에 안 밟히나요? 무심코 한 번 챙겼다가 일년 칠개월째 하루도 못 빼놓고 이러고 있어요 제가. 기다리고 있을 모습 떠올리면 잠도 안 와요. 독립해서 키울 수 있게 될 때까지 끝까지 챙길 거예요. 전에 밥 줬던 고양이들은 몇 개월 지나면 사망했는지 안 왔는데 얘는 참 끈질기게 살아남고 있네요.
그 분도 좋은 마음으로 챙기셨을 걸 알지만 배려심이나 뒤처리 책임감이 아쉬워요. 그런데 이걸 아파트 카페에 쓸 수도 없고 그릇 옆에 메모를 남겨둘 수도 없고 엄한 데 와서 이러고 있네요. 후...
그릇이든 종이컵이든 비닐봉지든, 밥 준 거 물 준 거 자기가 치우는 것까지 책임졌으면 좋겠어요. 그게 다 길고양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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