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질병인가?

2016.08.19 12:30

soboo 조회 수:3899


 해볼만한 논쟁이라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적어도 임신은 축복이다 따위 보다는 철학적인 가치가 있는 담론같습니다만


 듀나님이 트윗에 고양이가 새끼를 갖어 고통스러워 하는걸 보며 임신이 질병처럼 보인다고 했다는데

 두어달전 트윗이 요즘 여혐논란에 맞춰 급부상되었나 보더라구요.


 페미니즘 진영 일각에선 여성해방을 위해서 자궁을 적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데 

 전 인류가 포유류종에 속하여 그 중에 여성이 임신을 하고 신체적, 정신적 구속상태에 일정기간 빠지는것이 과연 절대적이고 영구적인 것으로

 수용해야할 당위성이 있는지 회의적입니다. 여성은 심지어 동물들과 달리 사회적인 구속장애도 감수해야합니다.


 전 인류의 한쪽 성이 임신으로 인하여 육체적,정신적,사회적인 구속상태, 장애상태가 되는걸 숙명으로 받아들이는건

 불가피한 선택의 결과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만일, 바이오분야의 기술적 진보가 여성의 임신을 대체할만한한 성과를 멀지 않은 미래에 달성하게 된다면

 이 문제가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확신해요.


 구석기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정보산업혁명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거나 비판할 수 없듯이

 그런 (동물들과 다를바 없는 종의 연속성을 위한) 행태가 변형이 된다는걸 지금의 도덕적 잣대로 규정하는건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 기술적인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시점에서 그리고 아직 동물적 번식방식이 대체불가능한 현재의 시점에서

 임신한 사람에게 병에 걸렸다고 말을 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철학적인 논쟁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류가 동물과 구분되는 증거이기도 하구요.


 자살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한 방식일수도 있다고 주장하는게 철학입니다. (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것 역시 철학이구요)

 일반적인 대중들에게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런 생각을 해보는게

 인간이라는 존재, 삶의 의미 등을 따져 보는데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제 자신 스스로 임신이라는 과정을 거처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지만

 그건 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 철학적 딜레마입니다.

 나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님에 대한 인간적 고마움과 연민이 있는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에요.

 내가 그렇게 태어났다고 해서 나도 누군가의 인생을 그 주체의 의지와 상관 없이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합당하냐는

 고민을 한다는 것이 내 어머니를 욕되게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제 배우자가 임신으로 인하여 육체적, 신체적, 사회적인 장애를 갖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는 덜하지만

 남성인 저 역시 일정한 구속과 장애를 갖게 되는 것에 대하여 수용할 수 없었고 5대독자로서 갖게 되는 주변의 온갖 비난과 증오를 감수하며

 선택을 했고 후회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칸트식으로 주장을 해보면 모든 사람들이 저와 같은 선택을 한다면? 인류는 멸망하겠죠.

 

 하지만 절대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저와 같은 선택을 한다는건 비현실적 가정이니까요.


 다만 세상은 점점 더 저와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저출산이 심각한 한국은 이미 4년후면 대학신입생 정원이 고교졸업생 숫자보다 많아진다고 합니다. 

 많은 대학들이 문을 닫게되겠죠. 

 군대도 마찬가지랍니다. 멀지 않은 장래에 병역의무 연령에 해당되는 남성 대부분을 현역판정하지 않으면 현재의 군규모를 유지할 수 없다고 하는군요.


 이 과정이 도달하는 다음 단계를 두고 인간공동체의 기존규범들이 이러한 사회변화 양상과 충돌할 가능성을 먼저 짚어보는건 철학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논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임신은 질병인가?  전 여성해방을 넘어서 임신이 질병취급을 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 인류가 한단계 더 발전한 상태일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개인적 견해에요.  종교적으로 도덕적으로 아직은 보편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생각일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 종교나 도덕이란 것도 인류가 인위적으로 종의 연속과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만들어낸 것일 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에는 그 또한 변하게 될 뿐이지 절대적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아참 이 문제와 관련하여 오래전에 방영되었던 EBS 다큐프라임에서 제작한 '모성애의 기원'을 시청해보시길 권합니다.

   

 *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지기 전이라면 사회공공시스템과(한국의 경우) 남성들의 지배적 인식수준을 개선하여 

   적어도 여성이 임신을 통하여 육체적 정신적 구속장애를 최소화 하고 사회적 구속장애는 소멸시켜버리는 것이

   현단계에선 가장 최선이겠죠. 저출산문제를 해결하는 여러가지 국가 정책의 방향성이 대체적으로 그에 촛점이 맞춰집니다.

   - 이런게 굳이 따지자면 바로 철학의 효용성입니다.  임신은 축복~따위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효용성이죠.


   만일 수백년전 여성이 인간취급 못받던 시대였다면 법으로 그냥 강제해서 임신을 의무화 시켜버렸겠죠.

   하지만 지금 그랬다가는 이미 존재하는 사회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져 버릴것입니다.


XE Login